전날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가 유명 웹툰작가의 자폐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직위가 해제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보도된 가운데, 해당 웹툰작가가 주호민 작가로 밝혀졌다.
주호민은 천만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인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다.
주호민의 아들은 동급생 앞에서 신체를 노출하는 등 돌발행동을 해 통합학급(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됐는데, 주호민은 특수 학급의 교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교사 A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26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자폐 증상이 있는 B군의 학부모가 특수반 교사인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켜놓은 상태로 등교를 시켜 A씨 언행에 관한 증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음에는 A씨가 B군의 행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짜증을 내는 내용 등이 담겼다. 주호민씨는 이를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A씨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호민씨 자폐 아들의 학대 혐의 관련 경위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경위서에는 “사건은 2022년 9월 5일 통합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며 주호민 아들 B군 관련 사건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특수교사 A씨는 “통합학급 수업 도중 B학생은 갑자기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했고, 여학생은 큰 충격을 받아 등교를 거부하며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가 됐다”며 “학교폭력(성폭력) 사안이었지만, 피해 여학생 학부모가 강제전학, 분리조치를 원했는데 해당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통합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달라고 피해 여학생 학부모가 요청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건 후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가 열렸고 회의에서 특수교사의 지원 시간을 최대한 B학생에게 배정하고,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자는 방안이 채택되며 사건이 종료됐다.
주호민이 문제 삼은 녹취 속 사건은 9월 13일 발생했다.
A씨는 그날의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13일 “‘부메랑’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학습 동영상을 집중해 볼 수 있도록 강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받침이 들어간 받아쓰기 급수 교재 10문장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라는 표현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업 중 피해 학생에게 바지를 내린 행동이 고약한 행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과 함께 추가로 ‘이 행동 때문에 B학생은 친구들을 못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급식도 못 먹는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하지만 이는 학생에게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한 것일 뿐,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었음을 맹세한다”라고 호소했다.
경위서에 적힌 기소 내용에 따르면 “녹취가 됐던 날에 B학생은 특수 학급 수업 시간에 앞 강당에서 나는 음악 소리를 듣고 수업 중에 교실 밖으로 자꾸 나가려고 했다. 특수교사는 그런 B학생을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수업 중 교실을 나갈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단호한 어조로 나갈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학생에게 안됨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검찰에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학생에게 한 말들은 ‘너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의 표현이었다. 교실로 가려는 학생을 말리면서 반복적으로 학생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B학생을 학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떻게든 학생의 교출을 막아 학교 폭력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15일에는 지난 5일 B군에 의해 벌어진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한 학교측의 대응이 이뤄졌다.
A씨는 “2022년 9월 15일, 학교폭력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장애학생임을 감안해 학교 차원에서 학교폭력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고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로 사건을 마무리 짓게 됐다"며, "협의 내용은 1.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B군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들다고 해 통합학급 입급 시간 조정, 2. 통합학급 수업을 위한 지원인력 시간 조정, 3. 성교육 강사 채용, 4. 전교생 대상 성교육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8일 B군의 부모측으로부터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연락에 특수교사와 면담 일정을 잡았으나 B군의 부모님이 이를 취소했고, 19일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다는 말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추후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21일 경찰 통보로 신고 사실을 알게 됐고 11월 21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12월 15일 녹음기에 녹음되지 않은 앞뒤 상황들은 모두 무시한 채, 특수교사는 정서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2월 27일 검사의 수사를 거쳐 불구속 구공판 처분을 받고 현재 교육청에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후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격앙된 표현을 사용한 자신을 돌아보며, 학교 폭력 사태 발생시 합의점을 찾기 힘든 현실을 짚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곁으로, 교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A씨는 “교사는 어떤 상황이라도 평정심을 잊지 않고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계실지도, 저를 이해하지 못하실지도 모르겠다. 순간 격양된 표현을 사용하여 학생을 지도했던 그때 상황이 속상하고 사건의 처리과정 속에 지쳐버린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사안) 과정들을 교사로서 잘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것은 B학생이 그만큼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길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 이 순간도 다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제발 도와주시길 간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학부모들은 A씨 측의 요청에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도 B군이 평소 선생님이나 다른 학생들을 때리는 등 문제 행동이 많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 변호사는 “A씨의 당시 발언이 적절하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으나 폭력성이 있는 장애학생을 하루종일 가르치는 상황에서 짜증내는 걸 앞뒤 맥락을 자르고 고소해버리는 건 균형에 맞지 않다”며 “무죄를 확신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판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