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큰 세상으로 갈 거야”…67살 미원의 도전 뒤엔 이들이 있었다

'미원 리브랜딩' 전개하는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정훈 팀장·최희영 차장

김금영 기자 2023.11.09 13:49:33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정훈 팀장(왼쪽), 최희영 차장. 사진=김금영 기자

“너그럽게 웃으시는 당신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배웠죠.”(왁스, 엄마의 일기 中)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아빠와 아들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지석과 김강훈이 이번엔 ‘인간 미원’ 부자(父子)로 만나 감동적인 서사를 썼다. 9월 말 공개된 미원 광고 캠페인 시즌3 ‘아빠의 일기’에서 미원 포대를 입고 등장한 이들은 각각 기존 미원 제품과 신제품 리미티드 에디션 ‘미니미원’으로 분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치는 부자간의 갈등과 화해를 감동적인 서사로 그려냈다.

짧은 광고가 대세인 세태 속 무려 4분 48초에 달하는 영상은 지루할 법도 하지만, 위트있는 구성과 영상미로 조성모의 ‘불멸의 사랑’, H.O.T의 ‘빛’ 등 1990년대 유행했던 장편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줘 눈길을 끌었다.

2021년부터 쌓아 온 스토리 구성도 촘촘하다. 당시 미원 출시 65주년을 맞아 선보인 1편 ‘감칠맛 나는 조연’에선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를 부르짖으며 늘 주방의 한구석을 지키며 음식의 맛의 근원을 끌어내 온 미원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이어 2022년엔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으로 신나는 반전을 꾀하며 어느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미원의 특성을 보여주는 ‘맛바람 미원’을 선보였다. 애달픈 짝사랑부터 불타는 멜로, 가슴 아리는 감동까지 온갖 장르가 모인 셈. “네가 오늘 미원을 안 먹었을 것 같아? 순진하긴”, “미원아, 나대지마”, “모든 음식에 어울리는 게 죄는 아니잖아?”, “더 큰 세상으로 갈 거야” 등 명대사도 줄을 잇는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아빠와 아들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지석과 김강훈이 이번엔 '인간 미원' 부자(父子)로 만나 감동적인 서사를 썼다. 사진=대상

한해마다 한편씩 공개되고 있어 마치 시리즈 영화처럼 1편, 2편, 3편에 이어 벌써 내년 이야기를 기다리는 팬덤도 생겼다. 인기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과도 냈다. ‘감칠맛 나는 맛의 조연’ 영상은 현재까지(11월 초 기준) 누적 조회수 536만 회를 기록했고, 대한민국광고대상, 서울영상광고제 등 각종 광고제에서 수상했다. ‘맛바람 미원’은 111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가장 근작인 ‘아빠의 일기’도 공개된 지 약 1개월 만에 조회수 703만 회를 돌파했다.

최근엔 새 브랜드 캠페인으로 ‘미원면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미원과 동음이의어를 지닌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소재 베이커리 ‘미원산골마을빵’의 브랜딩 전반을 미원이 지원하며 지역 상생까지 이어간다. 인간 미원으로 활약 중인 브랜드 모델 배우 김지석과 함께한 영상 콘텐츠도 11월 2일 김지석의 유튜브 채널 ‘내안의 보석’을 통해 공개됐다. 오피스 예능 리얼리티 ‘과장 김지석’ 코너를 통해 김지석이 ‘미원산골마을빵’에 긴급 파견돼 함께 미원빵을 만들고 직접 소개하는 내용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모든 행보는 대상이 진행 중인 ‘미원 리브랜딩’ 5개년 계획의 일부다. 과거 ‘MSG(글루탐산나트륨)는 몸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딛고 맛의 근원을 끌어내는 미원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다시금 각인시키는 리브랜딩 5개년 계획은 2021년을 시작으로 현재 절반의 시점이 지났다. 이 여정의 중심에 있는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정훈 팀장, 최희영 차장을 만났다. 이들은 “미원은 아직 보여주고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9월 말 공개된 미원 광고 캠페인 시즌3 '아빠의 일기'는 신제품 리미티드 에디션 '미니미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대상

-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정훈·최희영 “60년 넘게 긴 세월 동안 식품사업을 이어 온 대상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 노하우, 스토리를 갖췄습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은 많은 노력과 고민을 거쳐 나온 제품과 브랜드를 보다 효과적으로 잘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합니다. 미원 시리즈 광고도 이 일환이고요. 최근엔 서울 성수동과 미국에서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의 팝업 ‘김치 블라스트’를 열어 국내외에 종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고, 김치의 우수성과 정통성을 함께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회사 입장에서는 미원은 꾸준히 좋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이기에 따로 리브랜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이정훈 “저 또한 개인적으로 잘 요리를 하지 않아서 과거엔 ‘미원이라는 브랜드가 있구나’ 정도로만 인식했었어요. 그런데 입사해서 미원의 역사를 살피니 대상의 다른 브랜드 못지않게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억울했겠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0년대 MSG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히 미원이 많은 공격과 오해를 받았잖아요?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미 식품의약품안전국(FDA)과 공동 연구를 통해 MSG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고 발표하고,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0년 MSG의 안전성을 인정하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의심의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 못한 소비자도 있었죠. 과거 미원의 역사를 기억하고 오해를 푼 소비자도 있지만,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아 미원이 앞으로 써 내려갈 새로운 역사를 위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금 제대로 세우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회사도 이에 공감했습니다.”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정훈 팀장(왼쪽), 최희영 차장. 사진=김금영 기자

- 미원 리브랜딩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고, 특별한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최희영 “올해로 출시 67주년을 맞은 미원은 그만큼 쌓아온 이야기가 많지만, 온라인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부터 역사가 시작됐기에 오히려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생각보다 자료 수집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미원은 맛의 근원’이라는 정체성을 찾은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 특히 미원 리브랜딩을 위해 5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정훈·최희영 “장수 브랜드에 접근하는 건 특히 조심스럽습니다. 성급하게 접근했다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온 제품의 본질을 무너뜨릴 수 있고, 단순 유행을 좇다가 금방 기억에서 잊힐 수 있기에 차근차근 빌드업 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 위치한 베이커리 '미원산골마을빵'에 대상 '미원면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미원 맛소금빵'과 '미원 올리브 치아바타빵'이 진열돼 있다. 사진=대상

-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2021년 ‘맛의 조연’, 2022년 ‘맛바람 미원’을 선보였는데 각각 어떤 이야기들을 보여주고자 했나요?

이정훈 “1편은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온 미원의 서사를 담았어요. 이때 회사 내부에서부터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어떤 회사나,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는 누구나 ‘주역’이 되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여기선 미원이 ‘조연’으로 등장하니까요. 그런데 이게 바로 미원의 정체성이었어요. 미원 자체는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 다른 음식에 들어갔을 때 그 음식의 맛을 극대화시키며 비로소 제 역할을 해요. 그렇게 조연이지만, 감칠맛을 내는 데 절대 뺄 수 없는, 늘 우리의 주방 찬장의 한켠을 지켜온 존재죠. 이런 미원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극 중 인간 미원 김지석 씨가 한 여자를 짝사랑하며 늘 지켜보는 서브남으로 등장했어요.”

최희영 “2편에선 주방 찬장을 지키고 있던 미원의 사용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미원은 국, 찌개뿐 아니라 감자튀김, 커피, 팝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는 특징을 지녔는데, 이 면모를 부각시켰죠. 이에 따라 1편에서 애절한 짝사랑으로 순애보를 보여줬던 인간 미원이 2편에선 다양한 만남을 갖는 맞바람둥이로 변신했어요.”

1편 '감칠맛 나는 조연' 영상의 한 장면. 감칠맛을 내는 조연으로 활약해 온 미원의 정체성을 부각했다. 사진=대상

- 올해엔 ‘아빠의 일기’로 서사가 이어졌습니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요?

최희영 “과거 미원은 대용량 제품이 중심이었는데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생활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소용량 제품 출시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 1회 사용량 0.3g을 개별 포장한 ‘미니미원’을 출시했는데, 이를 ‘아들 미원’으로 표현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기존 주방 찬장 속에 머물며 요리할 때 감칠맛을 책임져 온 아빠 미원은 아들 미원에게 빨간 밀봉 집게(양이 많은 미원을 사용하다가 잠시 밀봉할 때 많은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것으로, 공감대를 이룬 소품이었음)를 선물하며 자신의 역할을 물려주려 하는데요. 아들 미원은 아빠처럼 찬장 속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계의 식탁으로 가겠다는 꿈을 지녀 이를 거부합니다. 처음엔 세대 간 갈등을 겪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가슴 뭉클한 화해를 해요. 3편은 맛집, 편의점, 여행지 등 언제 어디서나 맛이 부족한 모든 순간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미원 패키지 변화의 서사를 보여주는 데 특히 신경 썼습니다.”

1편 영상에서 등장했던 빨간 집게는 3편에도 등장하며 서사를 연결짓는다. 사진=대상

- 앞서 ‘맛의 조연’과 ‘맛바람’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에 따른 부담감은 없었나요?

이정훈·최희영 “앞선 광고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 여러 광고제에서 감사하게도 수상을 많이 했는데요. 저희는 수상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내부를 넘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미원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가장 두려운 건 이야기가 공감받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각각의 에피소드가 따로 놀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사가 이어지도록 신경썼습니다.

 

미원 리브랜딩의 시작점인 1편은 눈길을 끄는 것이 중요했기에 내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센 방식으로 구성했고, 2편은 미원의 또 다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폰트 등을 더 드러내 보여준 뒤, 3편은 소포장된 미원 제품에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미원의 이야기를 빌드업해 나갔습니다.”

3편 극 중 신호등 장면에서 초록불이 깜빡이다 빨간불이 켜졌을 때 보이는 인간 미원의 형태가 눈길을 끈다. 사진=김금영 기자

- 개인적으로는 3편에서 신호등 초록불이 깜빡이다 빨간불이 켜졌을 때 보이는 인간 미원의 형태를 보고 웃음이 터졌어요. 짧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도 느껴졌고요. 이처럼 미원 광고는 묘한 병맛과 더불어 잔잔한 감동이 공존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스토리 라인을 짜는 과정은 어땠나요?

이정훈 “미원 광고는 ‘스튜디오좋’과의 협업으로 이뤄졌는데요. 각각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에 매진했습니다. 스튜디오좋은 전체적인 그림을 잘 그리고, 저희는 미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 관련 아이디어들을 낸 뒤 간극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2편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네가 오늘 미원을 안 먹었을 것 같아? 순진하긴’이라는 대사는 저희 팀의 강력한 주장으로 들어갔고요. 3편에서는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아빠 미원이 몸에 붙은 반창고를 떼는 장면 등의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했어요.”

 

- 특히 이번 3편 광고는 본편을 비롯해 숏츠(1분 미만의 짧은 영상), 노래방 버전, 감독판 MV 등 다양한 형태를 선보였는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노렸나요?

최희영 “광고에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해 이들의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노래가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는데, 광고의 배경음악이 된 원곡 ‘엄마의 일기’ 가사도 각인해주고 싶었어요. 항상 나의 곁을 지켜준 존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미원의 스토리와도 잘 맞았거든요. 특히 노래방 버전에서는 마지막에 점수도 나오는데요. 이 또한 미원의 역사와 관련 있는 숫자이니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2편 '맛바람 미원' 영상의 한 장면. 사진=대상

- 미원 광고에서 ‘인간 미원’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인간 티오피’ 원빈, ‘인간 카누’ 공유, ‘인간 참이슬’ 아이유를 이은 ‘인간 미원’ 김지석의 활약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미원과 일체화돼 직접 영상에 남긴 댓글도 화제였어요.

이정훈 “미원 모델을 찾기 쉽지 않았어요. 너무 잘생긴, 항상 주목받는 주인공보다는 진정성 있는 서사를 풀 수 있는 위트있는 느낌의 모델이 필요했는데 김지석 씨를 만나고 최희영 차장과 ‘너무 친근하다’며 ‘미원과 딱’이라고 입을 모았어요. 첫 광고 촬영 때는 10kg이 넘는 미원 포대를 입고도 즐겁게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줬고요. 올해 광고 촬영 현장에선 김강훈 씨에게 ‘원래 처음이 힘들어’라며 익살스럽게 조언하면서도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김지석 씨 또한 미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습니다. 단순 모델이 아닌 앞으로도 함께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희영 ”올해 광고에선 김강훈 씨와 호흡을 맞췄는데, 두 배우가 이미 한 작품에 출연한 친분이 있어 현장 분위기도 즐거웠어요. 특히 두 배우의 연기가 미원의 진정성을 살렸어요. 미원 포대를 입고 등장해 자칫하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는데 아빠와 아들 미원이 갈등을 빚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매우 진지해 현장에서 그 누구도 웃지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는 아들 미원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줬어요.”

이정훈 “또 모르죠. 미원의 서사가 계속 이어져 20년 뒤엔 김강훈 씨가 아빠 미원이 될지도요. 3편이 공개된 다음 ‘아빠 미원은 있는데, 엄마 미원은 언제 등장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요. 미원의 광고는 점점 확장해나가는 멀티 유니버스의 장과도 같아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맛바람 미원'은 종류와 상관없이 어느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미원의 특징을 강조했다. 사진=대상

- 짧고 강렬한 콘텐츠, 또는 이색 컬래버레이션 등 광고계 트렌드는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요. 미원 광고는 이 가운데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광고 영상 길이를 유지하고, 컬래버도 생각만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진 않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정훈 “대표 브랜드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때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면 정작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놓칠 수 있어요. 한 예로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거셀 때 나왔던 ‘흥미원’ 광고엔 춤을 추는 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했는데, 왜 캐릭터가 춤을 추는지, 그래서 결국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가 명확히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는 평을 받았어요. 본질을 세우지 않으면 스타일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 거죠.

뉴트로(New+Retro 합성어)가 유행할 땐 오랜 역사를 지닌 미원에 수많은 컬래버 제의가 들어왔는데 고심끝에 대부분 거절했어요. ‘미원이 컬래버를 한다면 누구와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까?’ 고민했는데, 컬래버 가치가 증폭되기 위해선 해당 브랜드들이 만나 새로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과거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그때의 유행 스타일만 앞세운다면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힐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미원 리브랜딩의 목적도 제품 매출 향상이 일순위가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기에 적합한 컬래버 대상을 만나기 전까지는 리브랜딩 빌드업에 더 집중하려 합니다. 하지만 미처 상상도 못했던 파트너가 등장한다면 재미있을 것도 같아요. 예컨대 핀란드 산타마을에 ‘눈 대신 미원을 뿌려보자’는 꿈 같은 제의요(웃음).”

최희영 “저희도 처음엔 ‘광고 영상이 2분 넘어가면 너무 긴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공감대 있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봐준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오히려 자극적인 포인트를 짧게 구성하는 것보다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똑똑하고 멋있게 브랜딩하는 것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미원은 올해 67년 역사를 지닌 장수 브랜드다. 사진은 미원의 또다른 상징인 '미원체' 폰트 관련 이미지. 사진=대상

- 67년 역사의 ‘미원’, 36년 역사의 ‘종가’ 등 주로 장수 브랜드의 브랜딩을 도맡아 왔는데, 신생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은 없나요?

이정훈 “팔자고 운명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신생 브랜드는 아직 쌓인 이야기가 없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보고 획기적인 변화도 시도해볼 수 있는데 장수 브랜드는 이 부분이 어려워요. 브랜드의 본질을 갑자기 바꿀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힘들기도 하지만, 오래 쌓인 기술력과 역사가 깊게 박혀 있는 장수 브랜드를 공부하고, 이야기를 다루는 작업이 훨씬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대상엔 매력 있는 장수 브랜드가 많습니다. 신생 브랜드 브랜딩도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아직은 미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큽니다.”

최희영 “신생 브랜드가 현 시장 트렌드를 본다면, 역사가 깊은 장수 브랜드는 과거부터 되짚어보며 현 시대에 맞는 메시지까지 연결시키는, 본질을 다시 알리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사람들이 미원, 종가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의 틀을 점차 깨 가는 과정도 재밌고요. 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에 더 감사하고 있습니다.”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최희영 차장은 "미원 브랜드가 항상 내곁에 있는 존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미원 리브랜딩 5개년 계획에서 중반을 넘어선 시점인데요. 현재까지 성과를 되돌아보며 아쉽거나 뿌듯한 점이 있다면?

이정훈·최희영 “감사한 점이 더 많네요. 미원의 역할이 무엇이고, 미원이 어떤 브랜드인지 각인을 제대로 시켰다는 점에서 기분 좋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반을 넘어섰기보다는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을 느낄 여력보다는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더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봐요.”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이정훈 팀장은 "앞으로도 미원의 서사를 잘 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미원 리브랜딩을 통해 궁극적으로 미원이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라나요?

최희영 “‘항상 내 곁에 있는 존재’,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때 늘 생각나는 브랜드’요.”

이정훈 “‘음식을 더 맛있게 하고 싶을 때 늘 생각나는 브랜드’였으면 합니다. 미원에게 그간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FDA 검증부터 시작해서 감칠맛 내는 조연, 음식과의 조화, 패키지 다변화까지의 스토리를 촌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껴요. 지치지 않고 앞으로도 미원의 이야기를 잘 끌어가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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