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소재의 한강 채빛섬 애니버셔리 뮤지엄이 설치미술가 황란과 라이팅 아티스트 크리스공(공경일)의 협업 전시 ‘에이센트 투 이터너티, 어 레퀴엠(Ascent to Eternity, a Requiem)’를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연다.
황란 작가는 2001년 뉴욕 9.11 테러를 가까운 곳에서 경험한 뒤 삶의 불확실성, 생명과 죽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의 순환, 가시성과 비가시성, 그리고 찰나의 아름다움을 크고 상징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일찍이 패션계에서 일을 한 경험과 개인적 기억들을 바탕으로, 일상의 재료를 차용해 섬세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구현함과 동시에, 반복과 고행을 동반하는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동양적 선의 세계에서 한 인간이 사회에서 갖는 숙고와 반추의 시간을 탐구한다.
크리스공 작가는 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라이팅 예술을 공간에 펼쳐내고자 아트&사이언스 기반 건축조명 설계사 ‘라잇톨로지’를 오픈했고, 키네틱을 포함한 다양한 라이팅 아트의 실험적 시도와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2022년 코엑스 별마당에 펼친 크리스마스 라이팅 이벤트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두 작가가 만난 이번 전시는 높이 4m, 넓이 12x16m의 타원 설치작품에 빛과 향이 함께 혼합된 첫 시도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관람객은 우리나라 민속놀이인 ‘탑돌이’를 하듯 작품 주변을 돌면서 감상하게 된다.
‘숨·호흡·순간’을 주제로 한 황란 작가의 설치작품과 크리스공과의 협업으로 빛과 어둠의 대비가 이뤄진다. 여기에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연출을 통해 고요한 풍경에서 빛을 매개로 어둠을 뚫고 빛을 쏟아내는 과정을 희망적이고 미래적인 또 다른 세상의 새로운 모습으로 승화시킨다.
전시 작품인 ‘기쁨의 꿈(Dreaming of Joy)’은 전 세계 사람들이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던 때 제작됐다. 철창에 갇힌 새를 단추로 형상화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독수리와 봉황이 섞인 ‘비상하는 또다른 순간(Another Moment of Rising)’ 또한 스러진 생명을 향한 애도가 담겼다.
이번 전시를 후원하는 KKDC는 LED 라이팅 표현을 위한 하드웨어적 지원을 펼치고 있는 LED 조명 전문기업이다. 상업용 LED 조명기기의 범위를 넘어서는 시험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을 위하여 글로벌 건축가 및 조명디자이너 프로젝트 참가와 후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자인 조명 오브제 제품의 개발 및 부가기능 옵션을 추가해 제품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애니버서리 뮤지엄은 지난해 8월 개관했다. 오프닝 행사에서 이경진 관장은 “전통적인 뮤지움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론칭 이벤트 등을 통해 아티스트와 뷰어 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 복합공간”이라고 공간을 소개하며 “작가와 콜렉터, 문화예술단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활기찬 문화 허브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8시까지로, 전시 기간 동안 휴무는 없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