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예술위,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어린이 꿈 키우고 실력 있는 뮤지션 발굴”

소극장 학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 출발

김금영 기자 2024.07.19 15:58:15

7월 17일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해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어린이·청소년 관객을 위해 대학로에 문을 연 ‘아르코꿈밭극장’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하는 개관식을 7월 17일 열었다. 이날 예술위 정병국 위원장은 아르코꿈밭극장의 올해 운영 계획 및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텃밭스튜디오, 꽃밭라운지 등 다양한 시설 갖춘 어린이·청소년 중심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왼쪽)과 아시테지 코리아 방지영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아르코꿈밭극장의 전신은 학전이다. 가수 김민기가 사비를 털어 1991년 3월 15일 개관한 소극장 학전은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359개 작품을 공연하며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이 됐다. 학전을 대표하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전설적 가수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나윤선, 전인권, 윤도현 등도 학전 무대에 올랐다. 또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연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하지만 2010년대 공연시장의 중심이 대극장 뮤지컬로 옮겨가고,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대학로 소극장들은 위기를 맞았고 학전 또한 이를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지속적인 재정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학전은 공연장 창립 33주년 기념일인 2024년 3월 15일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술위가 움직였다.

정병국 위원장은 “공연 예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대다.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대극장뿐 아니라 소극장 무대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 중 한 군데를 장기 임대해서 무대가 필요한 예술인에게 대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는데, 마침 지난 봄 학전 폐관 소식을 들었다”며 “‘학전 극장의 유지가 어떻게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현장의 의견들도 많이 들었고, 예술위 또한 문화예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김민기 선생의 뜻을 기릴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는 학전 건물을 임차해 기본적인 리모델링 과정을 거쳤고, ‘대국민 극장명 공모전’을 진행했다. 그리고 학전은 7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하며 새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배움의 밭(學田)’, 즉 학전이 어린이들의 꿈이 자라는 공간으로 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아직 충분한 예산이 편성되지 못한 상태였지만, 많은 국민이 학전이 정말 이대로 사라지는지 많은 걱정과 의문의 목소리를 보내와서 단 하루도 이곳이 중단되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기편성돼 있던 예산으로 기본적인 리모델링을 두세 달 거쳐 공연장 재개관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예산 편성 기간이라, 운영 예산 신청을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린이꿈밭 펀딩’을 비롯해 예술위가 기존에 운영해온 ‘예술나무’ 후원제도에서 마련한 후원금까지 합쳐 5억 원 정도 자금을 마련해 내년부터 전면적인 리모델링 등을 진행하려 한다. 예술나무 후원자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데 후원금을 쓰는 것에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다”며 “이처럼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은 어린이극, 공연장 운영을 그간 공공이 아닌 김민기 대표가 해왔다. 이제 예술위가 이를 맡아 좀 더 실험적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총면적 236㎡에 텃밭스튜디오(3F), 꽃밭라운지(2F), 공연장(B2)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텃밭스튜디오는 공연 연습과 어린이 관객 참여형 교육 공간, 꽃밭라운지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미래의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꽃밭라운지엔 성출판사 김종규 회장이 기증한 도서 300권이 비치돼 어린이 관객이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건물 1층엔 상점이 들어와 있는데, 추후 계약 기간이 끝나고 예산, 후원금 등을 바탕으로 전면적 리모델링을 거치게 되면 예술위가 임차 가능한 공간들을 모두 임차해 어린이와 예술 창작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가능하면 1층에 학전이 지닌 역사를 아카이빙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 라운지로 꾸리려 한다. 또 평소 아이들과 부모가 활용할 수 있는 라운지 공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창작자 발굴위한 공연장으로도 활용

개관식에서는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와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연극 '뜀뛰는 여관'에 나오는 노래가 메들리로 연주됐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꿈밭극장은 콘텐츠 측면에서도 미래 세대의 주역인 어린이, 청소년 중심의 공연장으로 나아간다. 이 시작엔 올해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가 함께 한다. 아르코꿈밭극장 공연장은 169석 규모의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으로 운영되며 7월 17일 개관 특별공연을 시작으로 7월 28일까지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공연을 비롯해 8월부터 대관공연과 기획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축제’, ‘전국어린이 연극잔치’, ‘2024 아시테지 국제겨울축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이날 개관식에서는 극단 학전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와 2024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연극 ‘뜀뛰는 여관’에 나오는 노래가 메들리로 연주돼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을 더욱 빛나게 했다. 2층 꽃밭라운지에서는 ‘어린이와 함꼐하는 손바닥찍기’ 특별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개관 특별공연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가 관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이 7월 17일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아시테지 코리아 방지영 이사장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예술위의 뜻에 공감해 올해 아르코꿈밭극장 공연장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공연장 기본 대관에 대한 공모도 진행 예정인데, 주로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 대관이 우선적으로 선정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청소년 공연은 장르 하나로 특정할 수 없이 도전하는 자체가 실험적인 것이 많다. 무용인데 극화된다거나 오브제를 활용한다거나 융복합적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연장 이름이 달리 꿈밭이 아니라, 작품들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터전이 되는 것이 이 공간의 존재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7월 17일 진행된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식 현장.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어린이 공연을 비롯해 학전이 지켜온 김민기 대표의 철학을 담아내고자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등 실력 있는 뮤지션의 등용문 역할로서 신인 뮤지션을 발굴·지원하는 공연장으로도 활용된다.

정병국 위원장은 “김광석 콘서트의 경우 김광석 기념재단과도 협의를 거쳐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계속 선보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뿐 아니라 학전이 뮤지컬 ‘지하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등 대표작을 남겼듯이 아르코꿈밭극장도 추후 다양한 공모를 진행해 그 중 좋은 작품들을 선정해 대표 레퍼토리로 키워가려 한다. 또 이 공연들을 지방에서도 선보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극장과 관련한 전문 기술과 어린이·청소년 지원사업 등 예술위가 보유한 모든 역량과 연계해 안정적인 극장운영과 풍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사람들에게 꿈과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줄 수 있는 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이를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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