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의 뉴노멀 시대②] 날씨 제한 극복하는 ‘스마트팜·신품종’부터 친환경 브랜드까지

농심·오리온·풀무원·유한킴벌리 등

김금영 기자 2024.09.20 08:53:45

올해 서울에 사상 첫 9월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한국뿐 아니라 5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을 강타했다. 이런 이상기온은 더 이상 특이한 ‘온난화’ 현상으로 여겨지지 않고, 평범한 일상이 되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고 있다. 이에 맞춰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심, “스마트팜으로 1년 365일 싱싱한 농산물 공급”

농심 경기도 안양공장의 양산형 스마트팜 모델에서 연구원이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농심

유통업계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 중 하나는 날씨에 제한받지 않고, 1년 365일 싱싱한 농산물을 공급해주는 ‘스마트팜(Smart Farm)’ 개발이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스마트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은 7월 22일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협약을 체결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심은 내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현지 스마트팜은 최근 중동 지역에서 도입 니즈가 큰 ‘수직농장’과 ‘유리온실’ 복합 모델로, 수직농장에서는 프릴드아이스, 케일과 같은 엽채류를, 유리온실에서는 방울토마토, 오이, 파프리카 등을 재배한다. 단맛을 선호하는 중동인의 입맛에 맞춰 쓴맛이 덜한 엽채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과채류 품종을 중심으로 생산한다. 생산한 작물은 사우디 현지 파트너사의 기존 유통망을 통해 우선 판매하고, 향후 현지 유통매장인 까르푸, 루루 하이퍼마켓,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눈(Noon) 등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7월 22일 농심 본사에서 열린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 협약식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강성민 에스팜 대표, 이병학 농심 대표,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원장, 조진형 아이오크롭스 대표, 강기수 포미트 대표. 사진=농심

앞서 농심은 중동 진출의 첫걸음으로 2022년 11월 중동 주요국 중 하나인 오만에 20만 달러 규모의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40피트 컨테이너 2개동을 수출한 바 있다. 식물이 자라는 데 중요한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공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과 광량, 영양분 등 모든 환경조건이 자동으로 컨트롤되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한 농심의 스마트팜 기술은 건조하고 더운 날씨의 중동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심의 미래 먹거리를 염두에 둔 신사업 중 하나로, 그 기반은 20여 년 전부터 찬찬히 다져왔다. 시작은 1995년 강원도 평창에 설립된 ‘감자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심은 ‘포테토칩’ 등 자사 대표 스낵 제품 생산에 활용할 감자 품종 연구를 위해 강원도에 감자연구소를 설치하고 작물 연구 활동을 진행하며 처음으로 농업기술 개발에 발을 내디뎠다.

2008년 경기도 안양공장 내에 수직공장을 만들며 기류·공조와 같은 스마트팜의 설비 기술 등을 연구했고, 이어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구성해 스마트팜 기술의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안양공장 내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약 200㎡의 재배시설과 660㎡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신설하는 등 기술력을 키웠다.

긴 시간에 걸친 노력과 투자는 이상기온 뉴노멀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733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1% 성장했다. 2021년 7월 그룹 사령탑에 오른 신동원 회장은 취임사에서 ‘뉴농심’을 선포했는데, 신사업 분야 중 스마트팜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매출 성장에 앞으로 보다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리온 ‘감자연구소’ 등…이상기온 견디는 신품종 개발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오리온 감자연구소. 사진=오리온

이상기온을 견디는 ‘신품종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은 1988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좋은 제품은 좋은 원재료에서 나온다’는 원칙 아래 최고 품질의 감자를 수급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감자칩에 최적화된 감자 종자를 개발하고, 감자 신선도 유지를 위한 저장 기술 개발 등 품질향상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등 현지 토양과 기후에 최적화된 감자종자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현재까지 총 4종의 신품종 개발을 완료했다. 특히 이중 고온 적응력에 뛰어난 신품종 ‘정감’ 개발 소식을 올해 초 알렸다. 오리온은 정감을 자사 대표 감자 스낵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국내 감자 생산량은 2019년 69만 톤에서 2022년 48만 톤으로 급감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올 여름엔 감자 수급 문제로 일부 업체에서 ‘공급망 이슈’를 이유로 감자 관련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이처럼 예측이 어려운 이상고온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신품종 개발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지난 10년 동안 감자 유전자 450개를 가지고 약 50만 번의 조합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결합을 찾는 노력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 농생물연구소와 감자종자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7월 말 밝혔다. 사진=오리온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리온은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 농생물연구소와 감자종자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7월 말 밝혔다. 오리온은 지난 1월 베트남 환경에 적합하고 품질과 생산성이 좋은 신품종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 농생물연구소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응우옌 쑤언 쯔엉 베트남국립농업대학교 농생물연구소장을 비롯해 응우옌 테 뉴언 베트남 남부농업기술 감자·채소·화훼 연구소장 등 총 5명의 연구원들이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오리온 감자연구소와 청주공장을 방문했다.

오리온 감자연구소에서는 ‘한·베 감자사업 협업 간담회’를 열고 베트남 신품종 육종 및 씨감자 개발 협력, 감자 공급시스템 구축 등을 논의했으며, 감자연구소의 선진화된 종자 연구기술 및 설비, 원료관리 기술 등을 벤치마킹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주공장에서는 ‘포카칩’, ‘스윙칩’ 생산라인과 감자입고·저장 및 품질관리시스템을 견학하는 등 노하우를 공유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은 감자종자 개발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고품질의 감자칩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좋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 및 베트남의 농업 발전과 농가 소득 향상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풀무원, 친환경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 운영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를 방문한 어린이 관람객들이 풀무원지구식단 홍보 부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풀무원

이상기온이 뉴노멀이 되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필수를 넘어 의무가 됐다. 더 이상의 극심한 이상기온을 막기 위한,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운영도 활발하다. 풀무원은 ‘풀무원지구식단’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풀무원이 2022년 8월 정식 론칭한 풀무원지구식단은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건강과 지구환경까지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제안하는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다.

풀무원식품 박종희 상무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에 몰아친 기후변화는 식물성 식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기존 육류 제품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데, 이를 식물성 식단으로 바꾸면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소고기 1kg을 두부 1kg으로 바꾸면 환경 보호에 약 27배 효과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에 ‘내가 오늘 식탁에서 식물성 식품을 먹는 사소한 실천 하나로 환경 보호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작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풀무원지구식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하는 등 많은 관심 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풀무원지구식단을 보다 알리기 위해 풀무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9월 5~8일 열린 ‘2024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 풀무원지구식단 홍보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플랜튜드 코엑스점을 방문한 고객이 지구사랑 포토존에 지구사랑 메시지를 적은 포스트잇 메모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풀무원의 푸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코엑스점과 아이파크몰 용산점에 운영 중이다. 플랜튜드는 ‘바른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드는 기업’ 미션을 기반으로, 식물성 메뉴를 통한 맛있고 즐거운 식사 제공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심 속 친환경 공간 구현을 목표로 한다.

플랜튜드는 올 여름 특선 메뉴로 풀무원의 식물성 지구식단 대체육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밥 메뉴 2종과 면 메뉴 1종을 새롭게 선보이며 지난 6월 기준 플랜튜드 2개점 누적 방문객 총 23만 6000명, 메뉴 판매 수 32만 4000개를 돌파했다.

이에 ‘지구사랑 고객 참여 캠페인’도 8월 진행했다. 플랜튜드 코엑스점은 식물성 한 끼 식사를 경험하며 탄소 배출 감소를 통한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지구사랑 포토존을 조성했다. 지구 모양의 픽토그램 포토존에는 ‘러브 얼스, 플랜튜드(love earth, PLANTUDE)’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구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고자 했다. 고객이 물방울과 나뭇잎 모양의 포스트잇에 지구사랑의 메시지 ‘지구에게 한마디’를 적어 지구 모양 포토존에 메시지를 부착하면 건강한 지구가 완성되는 콘셉트였다.

풀무원푸드앤컬처 이동훈 대표는 “플랜튜드 지구사랑 캠페인을 통해 지구환경 보호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파되길 바란다”며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채식을 통해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친환경 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9월 8일 열린 제9회 유한킴벌리 숲속꿀잠대회 참가자들이 수면을 취하는 모습. 사진=유한킴벌리

관련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유한킴벌리는 9월 8일 올림픽 공원 피크닉장에서 ‘2024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숲속 꿀잠대회’(이하 숲속 꿀잠대회)를 열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 숲 내부는 도심보다 3∼7도, 옥상이나 벽면 녹화 시 약 4도 이상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유한킴벌리는 이런 숲 환경을 지키는 공익 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운영해 왔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캠페인을 통해 국내외 57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특히 대형 산불로 사막화가 진행되던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1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꿔 조성한 ‘유한킴벌리숲’은 몽골 내 사막화방지에 기여한 숲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숲속 꿀잠대회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일환으로, 시민이 도심의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숲의 가치를 경험하고, 숲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9회차를 맞이하며 숲에서 쉼을 경험하는 대표 이색대회로 자리매했다. 올해 모집에는 역대 최다 인원인 2만 4543명이 신청하며 3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중 1835 세대가 약 70%에 달했다.

몽골 유한킴벌리숲 전경. 사진=유한킴벌리

이날 대회에서는 약 2시간 숙면을 취하는 동안 심박수 측정을 통해 가장 안정적으로 꿀잠을 자는 참가자를 선정했다. 1, 2위 참가자에는 몽골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왕복 항공권이 각 2장, 1장씩, 3위에는 자담치킨 상품권 10만 원권이 수여됐다. 가장 개성 넘치는 잠옷 패션을 선보이는 베스트 잠옷러에게도 의류 상품권 20만 원권이 수여됐다. 이 밖에도 힐링 요가와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숲속 꿀잠대회 담당자는 “참가자들이 숲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고, 숲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느끼는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과 사람의 공존을 돕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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