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성지’. 현대백화점의 또 다른 별칭이다. 단순 유통을 넘은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는 팝업 스토어로 MZ세대 사이 방문해야 할 장소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
‘엔터 팝업’ 성지 된 더현대 서울
특히 더현대 서울은 2022년 9월 오픈한 ‘뉴진스’ 팝업을 신호탄으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팬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화제가 된 팝업으로는 3월 지드래곤의 정규 3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열린 ‘위버맨쉬(Übermensch)’ 미디어 전시 팝업이 있다. 미디어 전시는 5층 사운즈 포레스트와 에픽서울, 지하 2층 아이코닉 스퀘어에서 진행됐다. 사운즈 포레스트는 7m 높이의 초대형 응원봉 포토존을, 에픽서울은 지드래곤의 홀로그램 전시를 선보였다. 지하 2층에서는 지드래곤 티셔츠, 모자 등 관련 굿즈들을 판매했다.
지드래곤의 후배인 YG엔터테인먼트 베이비몬스터의 팝업 또한 더현대 서울에서 지난해 열렸다. JYP의 데이식스 또한 같은 해 ‘미션 넘버 나인(MISSION No.9)’, SM엔터테인먼트의 라이즈의 데뷔 후 첫 팝업까지, 엔터 업계의 굵직굵직한 기획사들이 모두 더현대 서울을 홍보의 장으로 택했다.
버추얼 아이돌 팝업도 열렸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이세계 아이돌, 스텔라이브, 플레이브의 팝업을 차례로 진행했다.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을 모아 한 달 내내 팝업을 운영하는 파격적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엔터 업계에만 한정되지도 않았다. 가장 최근엔 콜드플레이의 ‘문 뮤직 팝업스토어 서울’을 선보였다. 콜드플레이는 판매된 앨범만 1억장 이상에 달하는 영국 인기 밴드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아이코닉스퀘어에서 4월 10~27일 열린 해당 팝업은 8년 만에 열린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팝업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단독 상품을 필두로 포스터, 앨범 등 20여 종의 공식 투어 굿즈 상품을 마련해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콜드플레이의 정규 앨범을 무료로 들어볼 수 있는 청음 체험존과 포토존, 경품 이벤트존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함께 선보였다.
더현대 서울은 2021년 오픈 이후 100여 건을 시작으로 2022년 210건, 2023년 440건, 2024년 480건에 달하는 팝업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엔터 분야 팝업의 비중도 상당하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에만 31건의 아이돌·가수·배우 관련 팝업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3년(14건)과 비교해도 1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재모피자’ 등 핫한 브랜드 팝업도 활발
엔터뿐 아니라 핫한 브랜드 팝업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5월 10일까지 커넥트현대 부산점 지하 2층에서 ‘이재모피자’ 팝업을 운영한다. 이재모피자는 1992년 문을 연 부산 지역 맛집이다. 유통 업체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재모치즈크러스트, 새우피자, 불고기피자, 포테이토피자, 페퍼로니피자 등 대표 피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팝업은 현대백화점 측이 삼고초려한 끝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재모피자는 ‘돈벌이보다 지역을 지키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경영 철학으로 여러 유통업체의 입점 제안을 거절했지만, 1년 넘게 이어진 현대백화점의 진정성 있는 제안과 소통 끝에 커넥트현대 부산점에 전국 유통업체 최초로 팝업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지역 맛집 등을 지속 유치해 차별화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5월 11일에는 커넥트현대 부산점에서 부산의 깡통 야시장을 콘셉트로 ‘뚱띵이호떡’, ‘다래분식’ 등 부산 전통 로컬 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소개할 예정이다.
4월 25일엔 동원산업의 팝업을 더현대 서울에서 오픈해 일주일간 운영했다. 동원산업이 일식 셰프이자 초밥 명인인 ‘나카무라 코우지’와 손잡고 마련한 팝업이었다.
코우지 셰프는 일본 국적의 일식 셰프로, 오마카세 매장인 ‘스시코우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구독자 40만 명 규모의 유튜브 채널 ‘코우지 TV [더 상생]’을 운영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이번 팝업에선 동원산업이 잡은 참치와 각종 횟감을 코우지 셰프가 현장에서 조리해 초밥, 후토마끼 등을 선보이며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랩골프(L.A.B GOLF)’ 팝업이 4월 27일까지 열렸다. 랩골프는 ‘제로토크 퍼터’라는 별칭과 함께 최근 입소문을 탄 브랜드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는 국내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 아담 스콧의 ‘스페셜 에디션 퍼터’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골프 용품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신제품 OZ.1, OZ.1i를 포함해 랩골프의 전체 라인업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스웨그 골프(SWAG GOLF)’는 팝업을 4월 24일까지 유통업계 최초로 진행했다. 스웨그 골프는 미국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해당 팝업은 한정판 퍼터와 헤드커버를 비롯해 마스터스 골프 대회를 테마로 한 ‘마스터스 한정판 에디션’을 단독으로 판매했다. 이 밖에 스웨그 골프 퍼터를 체험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정판 커버 뽑기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밖에 하이트진로의 ‘청정라거-테라’와 ‘JTBC 최강야구’의 컬래버 팝업, 인기 애니메이션 ‘주술회전’과 ‘원피스’ 팝업이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는 등 현대백화점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팝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팝업 관심→매출 상승까지…“국내 넘어 해외서도 팝업 열풍 이어간다”
흥미로운 팝업들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엔터 팝업은 팬덤을 끌어들이고, 여타 콘텐츠 팝업은 젊은 소비층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앤리서치가 뉴스·커뮤니티·카페·유튜브·블로그·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4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올해 1~2월 국내 백화점 업계의 온라인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총 142만 8707건의 정보량을 보이며 관심도 1위에 올랐다.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동원산업이 스시코우지와 손잡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4월 4~10일 선보인 팝업은 현장에서 준비한 수량을 완판하며 관심을 받았다. 흥행에 힘입어 팝업을 더현대 서울로 이어갔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의 엔터 팝업 일평균 매출은 약 6000만원으로, 2023년(1500만원)보다 4배 늘어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더현대 서울이 진행한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이세계아이돌, 스텔라이브, 플레이브)의 팝업엔 고객 10만명이 다녀갔고, 총 매출은 70억원을 넘겼다.
현대백화점 측은 “10만명은 잠실주경기장 콘서트를 가득 채울 정도의 인원”이라며 “화면 너머로 만나던 멤버와 같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홀로그램 부스를 운영하고, 현대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영상을 틀어주는 등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을 키운 체험형 콘텐츠를 다채롭게 선보인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팝업에 흥미를 갖고 백화점을 찾는 외국인 매출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은 14.6%로, 2023년 2월까지 3%대에 머물렀던 것에서 약 2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났다. 방문 국가는 2021년 40개국에서 지난해 156개국으로 4배 증가했으며,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80%가 넘는 국가에서 더현대 서울을 찾았다.
현대백화점은 성공적인 팝업 전략을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해외 현지 리테일과 손잡고 한국 토종 패션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더현대 글로벌’을 오픈했다. 더현대 글로벌은 해외 유명 리테일에서 K브랜드 단독 팝업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의 수출 플랫폼으로, 올해 운영 2년차를 맞았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5월부터 2개월여 동안 일본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진행한 팝업은 약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목표 매출의 150%를 달성한 바 있다. 이는 역대 파르코에서 진행한 팝업 중 매출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 4월 4일~6월 24일엔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쇼핑몰 파르코 신사이바시점(4월 4일~5월 26일)과 다이마루백화점 신사이바시점(5월 14일~5월 27일) 및 우메다점(4월 9일~6월 24일) 등 총 3개 점포에서 21개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을 운영한다.
특히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는 최장 11일에 달하는 일본의 황금연휴이자 유통업계 최대 특수 기간 중 하나인 골든위크로, 이 기간에 오사카 현지 유명 쇼핑몰과 백화점이 동시에 K브랜드 팝업을 진행한다.
올해는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소싱 능력과 K브랜드의 시장 영향력, 성장성을 모두 인정받아 행사의 스케일이 커졌다. 팝업에 참여하는 브랜드 수가 총 21개로 기존보다 약 2배로 늘고, 더현대 글로벌 운영 점포도 1개점에서 3개점으로 늘었다. 브랜드 카테고리 역시 지난해 패션과 드라마 및 K팝 등 IP 콘텐츠 중심에서 뷰티와 가방, 언더웨어까지 폭이 넓어졌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글로벌이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나선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일본 내 더현대 글로벌 추가 운영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대만과 태국, 홍콩 등으로 진출 국가 확대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리테일이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을 즐기는 공간으로 재정립되고 있다”며 “특히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가 다양한 팝업 콘텐츠에 적극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