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필름카메라가 인기다. 유명 연예인이 인스타그램에 필카로 찍은 사진을 올리면, 쇼핑몰에서 관련 제품이 매진되기 일쑤고, 당근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라이카, 펜탁스 같은 제품들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올라오기 무섭게 거래된다고 한다.
LP판을 모으는 사람, 듣는 사람들도 늘었다. 어떤 이들은 소니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고, 패미콤, 게임보이, 메가드라이브 등 오래된 게임기를 모으거나, 애플2, 매킨토시 컬러 클래식 등 오래된 컴퓨터를 보며 감동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상품은 물론 영화와 음악, 패션, 식음료, 주류 등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전 지구적 흐름이기도 하다. 복고(Retro)와 이를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Newtro)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의 반복을 넘어, 현대 소비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영국 런던대 심리학자 클레이 루틀리지는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 위안을 얻는다”며 복고 소비의 중심에 ‘향수’가 있다고 봤다. 팬데믹과 경제 불안 속에서 1980~1990년대의 단순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소비로 나타났다는 것. 특히 Z세대는 부모 세대의 문화를 간접 경험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고 봤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피로’가 커지면서 아날로그 제품이 주목받는다고 분석한 전문가도 있다. 미국 트렌드 분석가 제이슨 도로시(Jason Dorsey)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층이 바이닐(LP)이나 폴라로이드 같은 물리적 경험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제품들은 느리고 의도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하며,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순간을 즐기게 한다는 주장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폭삭 속았수다’까지 대히트를 치고 있는 레트로 전성시대를 맞아 문화경제는 ‘아날로그가 주는 행복’ 시리즈를 특집으로 준비했다. 1980년대에 유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 공유했던 여러 기억들을 되짚어보고, 그 시대에 인기있던 과자와 주류, 필름 카메라 등이 요즘 들어 새롭게 재등장한 사례들을 분석했다. 소개된 다양한 레트로 트랜드 제품들을 경험하다보면 잠시동안이라도 ‘추억의 1980년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최근의 레트로 트렌드를 이끄는 여러 제품들이 ‘과거의 복원’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복제가 아닌 좀더 창의적인 접근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맥락없이 반복되는 복고는 자칫 창조력 결핍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애플이 내놓은 ‘레트로 배경화면 팩’ 같은 접근방식이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애플 매킨토시가 사용했던 아이콘과 폰트 같은 디자인 요소들을 최신 맥 운영체제의 배경화면으로 제공한 이 시도는, 레트로와 최신 기술의 적절한 결합 사례로 실용성과 미학, 브랜드 정체성을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