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스타벅스했다’는 말이 충분히 어울릴만한, 스타벅스만의 고유한 감성으로 고객의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매장들을 선보이겠다.”
이전 스타벅스 측에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기억에 남은 답변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는 이 포부를 현실로 실천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최근 ‘리저브 도산’을 오픈하며, 사람들에게 단순 커피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커피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가까워진 스타벅스 리저브 전용 매장
얼핏 봐서는 스타벅스인 줄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스타벅스 하면 바로 딱 떠오르는 초록빛 사이렌 여신은 보이지 않고, 영문 간판도 붙지 않았다. 대신 리저브 매장을 상징하는 ‘R’ 로고와 별 모양이 심플하게 건물 외관에 박혔다. 그런데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그 단순한 디자인이 오히려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를 줬다.
외관뿐 아니라 매장 안에 들어가도 여타 스타벅스 매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점심시간 때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쨍하게 밝기보다는 우드톤으로 차분한 무드를 지녔고, 개방적인 느낌보다는 도심 속 숨겨진 나만의 아지트에 들어간 듯 아늑한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었다.
‘스타벅스 리저브 도산’을 방문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리저브’ 도입 11주년을 맞았다. 스타벅스 리저브 전용 매장은 일반 리저브 매장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기존 리저브 매장은 상시 음료를 판매하는 코어바와 리저브 바가 공존했으나, 리저브 전용 매장은 오직 스타벅스 리저브 원두로만 음료를 제조하며, 리저브 전용 음료와 푸드로 구성돼 일반 매장과 다른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리저브 전용 매장으로 더북한강R점(2022년 1월), 더제주송당파크R점(2023년 10월), 장충라운지R점(2024년 9월), 더춘천의암호R점(2024년 11월)을 운영해 왔고, 이번엔 국내 다섯 번째 리저브 전용 매장에 리저브 도산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리저브 도산이 여타 리저브 매장과 차별화되는 건 접근성으로, ‘도심형 프리미엄 매장’을 내세웠다. 실제로 앞선 리저브 전용 매장들은 도심에서 벗어나 드넓은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에 대규모로 꾸려졌는데, 리저브 도산은 총 65석, 지상 2층 건물로 그보다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다.
스타벅스 측은 “리저브 브랜드 재편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일환으로 선보인 리저브 도산은 ‘가까움’을 콘셉트로 하는 도심 속 프리미엄 매장”이라며 “그간 리저브 전용 매장을 즐기고 싶지만 멀어서 아쉬움을 표하던 고객 또한 자신의 일상 속 가까운 곳에서 스타벅스의 차별화된 커피문화를 즐기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플리커 보드’부터 ‘컨시어지 프로그램’까지
또 리저브 도산이 내세우는 대표 콘셉트는 ‘프리미엄’과 ‘젊음’이다. 이를 인테리어부터 고객 맞춤형 커피 큐레이션 등 매장 곳곳에 녹였다. 일단 매장 입구 쪽 오른편 마련된 공간엔 다양한 원두 제품, 텀블러와 컵 등 스타벅스의 MD가 전시돼 있는데 원두의 경우 직접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맡아본 각각의 원두향은 살짝 과일향이 나는 것부터 묵직한 향까지 각각의 매력을 드러냈다.
이를 지나쳐 입구 왼쪽으로 들어가면 ‘플리커 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해외 스타벅스 로스터리의 인테리어 요소를 적용한 것으로, 국내 스타벅스에서는 리저브 도산이 처음이다. 실시간으로 보드가 돌아가며 세계 스타벅스 매장 이미지부터 리저브 원두 정보 등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방문한 날엔 현장을 찾은 기자들의 이름을 플리커 보드에서 볼 수 있었는데, 환영받는 기분이었다. 스타벅스를 찾는 방문객 또한 ‘카카오톡 예약하기’ 기능을 통해 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플리커 보드 앞엔 바(bar)를 방문한 듯한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1층 ‘익스피리언스 바’로, 리저브 원두의 향을 직접 느껴보고, 각 원두의 고유한 이야기를 파트너와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엔 리저브 도산 스텔라 점장이 ‘컨시어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스텔라 점장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매년 단 1명만 선발하는 커피 앰배서더 출신으로, 리저브 도산 운영을 맡았다.
프로그램은 자신의 커피 취향을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됐다.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엔 커피 산미 선호도, 바디감, 음료 스타일, 커피 추출 방식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스타벅스 파트너가 돕고, 적합한 음료를 제안한다. 큐레이션이 완료되면 파트너 이름이 새겨진 전용 도장도 찍어준다.
이날엔 리저브 도산이 준비한 신메뉴 중 일부를 체험했다. 신메뉴는 커피 6종, 위스키를 활용한 콜드브루 베리에이션 1종, 논커피 음료 4종 등 총 11종이다. 모두 한국에서 독자 개발한 메뉴로, 스타벅스 글로벌 매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이다.
푸드 제품의 경우 ‘멜팅 마스카포네 티라미수’와 ‘호지티(TEA)라미수’, 리저브 커피의 원두 풍미에 따라 페어링하기 좋은 디저트인 ‘블랙 트러플 버터바’, ‘브륄레 치즈 케이크’, ‘쇼콜라 치즈 케이크’ 등을 선보인다. 이중 멜팅 마스카포네 티라미수는 모카 쉬폰 위로 흘러넘치는 마스카포네 크림이 SNS 인증샷감으로,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 제품은 당일 아침에 만들어 하루 20개만 한정 수량으로 판매된다.
스타벅스 푸드팀 황정민 파트장은 “푸드를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비주얼 부분까지 신경 쓰며, 미각과 더불어 시각적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또한 음료와의 조화에도 신경 썼고, 파트너들이 원두를 추천할 때 어울리는 디저트도 제안하며, 고객과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음료 또한 체험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퍼포먼스다. ‘리저브 스모크드 콜드 패션드’는 오렌지 슬라이스 향과 함께 스모크 건으로 훈연해 완성하는 콜드브루 제품으로, 실제 눈앞에서 훈연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스타벅스의 대표 음료 중 하나인 말차 음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프렌치 바닐라 말차 라떼’의 경우 토치 퍼포먼스까지 곁들여지며 더 특별한 음료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퍼포먼스와 더불어 음료와 푸드에 대한 이야기도 파트너에게 들을 수 있어 단순히 이를 먹는 게 아닌, 커피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이끌었다.
스타벅스 음료팀 서원주 파트장은 “커피에 훈연향을 입히는 등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법을 도입했다”며 “이를 통해 커피가 지닌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시켜 이를 고객이 체험할 수 있는 음료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바 믹사토’서 만나는 특별한 음료들
1층에서 특별한 퍼포먼스를 체험했다면 2층에선 보다 아늑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리저브 도산의 또 다른 특별한 공간으로, 스타벅스는 도산점 2층에 국내 매장 최초로 ‘바 믹사토(BAR MIXATO)’ 콘셉트를 도입해 운영한다.
믹사토는 스타벅스가 글로벌 상표로 등록한 칵테일 바로, 매장 내에서 칵테일 음료를 제조해 판매하는 공간을 뜻한다. ‘위스키 인퓨즈드 콜드브루’, ‘라떼 위스키 마티니’ 등을 비롯해 커피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리미엄 칵테일 음료 7종을 만나볼 수 있다.
이날 맛본 위스키 인퓨즈드 콜드 브루의 경우 비번위스키와 콜드브루가 조합된 음료였다. 매장에서 20시간 우린 콜드브루에 위스키 1병을 넣어 풍미가 어우러지게 했는데, 약 3.4도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커피향과 위스키의 풍미가 적절히 어우러져 서로의 맛을 헤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인테리어 또한 눈길을 끌었다. 바닥엔 카펫이 깔렸고, 소파, 벽난로 등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천장엔 ‘빈(Bean) 파이프라인’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이 설치됐다.
매장의 기획을 담당한 신용아 스타벅스 스토어컨셉트기획팀장은 “해외 로스터리 매장들이 가진 힙한 느낌을 이 매장에 가져오고 싶었다. 파이프라인 또한 그중 하나”라며 “낮엔 트렌디하면서도 따뜻한 커피하우스, 밤에는 힙한 이브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이처럼 커피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 측은 “리저브 11년차, 스타벅스는 스페셜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으나, 현재 커피시장은 경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스페셜티에 대한 고객의 니즈는 꾸준히 커져왔고,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가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니즈 또한 높아져왔다”고 했다.
이어 “스타벅스는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고급스러운 커피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부합하는 리저브 전용 매장을 더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스타벅스의 우수한 커피 리더십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스타벅스 커피 정통성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스타벅스 리저브 전용 매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커피와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더욱 고급화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손정현 대표이사는 “리저브 도산은 고객에게 젊고 트렌디한 새로운 프리미엄 커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된 매장”이라며, “앞으로도 스타벅스 리저브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고객에게 최고의 커피와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