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신작 오페라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 이렇게 탄생했다

작곡가, 지휘자, 연출가, 성악가가 함께 토론하며 물의 정령 만들어…K-오페라의 새 지평 열리나

안용호 기자 2025.05.13 20:54:27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 단체사진.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13일 오전 예술의전당에서는 신작 오페라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성악가뿐만 아니라 연출, 작곡, 지휘자가 함께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이 만들고 세계로 향하는 이번 작품에는 어떤 K-오페라다운 특징이 있을까. 작곡자 메리 핀스터러는 “한국의 문화, 특히 귀신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이야기 속에 꿰매어 가면서도 한국 문화만 바탕으로 두진 않았어요. 유니버설하게 세계 무대에 나갔을 때도 접근성이 좋게 클래시컬한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은 27/28 시즌에 아시아와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의 재연을 목표로 한다. 이번 초연을 영상화해서 가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세일즈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공연을 즐기며 세 개의 포인트에 집중하면 좋겠다. 먼저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로, 파괴와 회복을 동시에 상징하는 물과 시간의 흐름을 작곡가가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했는지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공주의 몸에 깃든 물의 정령을 꺼내 봉인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체적 히로인으로서 공주와 왕국을 구하는 장인의 활약을 성악의 선율로 즐기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물의 정령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지휘 스티븐 오즈굿, 연출 스티븐 카르, 작곡 메리 핀스터러.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관객은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아르떼 뮤지엄의 대표 미디어 작품 ‘스태리 비치’를 만난다. 극장을 가득 메운 파도 영상과 사운드가 관객을 작품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며 깊은 예술적 몰입감을 선물한다.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의 음악은 과거와 현재가 융합되는 독창적 소리의 세계를 선사한다. 한국적 감성을 살린 거문고의 섬세한 선율뿐만 아니라, 워터폰이라는 새로운 악기는 물을 대표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왼쪽부터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소프라노 황수미.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물의 정령에 잡힌 공주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황수미와 물시계를 만드는 장인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의 목소리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이번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고통의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황수미는 악보를 처음 받았을 때의 감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악보를 받고 못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작곡가 메리가 제 요구를 들어주고 친절하게 여러 부분을 고쳐줬어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이 작품을 굉장한 도전입니다.”


작곡가와 성악가뿐만 아니라, 작곡가와 지휘자 사이의 소통도 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다.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은 “작곡가 메리의 머릿속에 있는 상상 속 소리를 수백 장의 악보로 받았고, 이 악보에 물을 줘서 생명을 부여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작품을 할 때 푸치니에게도 물어보고 모차르트에게도 질문해요. 다행히 이번 작품은 작곡가가 건강히 살아계시니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대답을 받으면서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너무 즐겁습니다” 라고 말했다.

물의 정령 연습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물의 정령 연습실.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지휘자의 유머는 연습실에서는 친절로 바뀐다. ‘베리 굿’을 연발하며 성악가들을 칭찬하는 스티븐 오즈굿을 소프라노 황수미는 ‘인내심이 강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물과 시간에 갇혀 있던 공주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번 작품은 혁신적인 음악과 무대 미술, 오감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K-오페라가 될 것이다. 공연은 5월 25(일)일 17시, 29일(목) 19시 30분, 31일(토) 19시 30분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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