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씩 음미하는 다섯 가지 무용... 서울시무용단 차세대 안무가 육성 공연 '안무가 랩: 듀오'

두 개의 몸, 하나의 춤 '안무가 랩: 듀오'... 서울시무용단 2025 마지막 무대... 2인무 콘셉트로 단원 안무작 발굴, 차세대 창작자 육성

안용호 기자 2025.11.21 14:21:32

포스터_서울시무용단_안무가 랩 듀오 (세종문화회관 제공). 사진=서울시무용단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산하 서울시무용단(단장 윤혜정)은 2025년 마지막 공연으로 2인무에 집중한 <안무가 랩: 듀오>(Choreographer Lab: Duo)를 선보인다.

 

서울시무용단은 올해 세종문화회관의 시즌 프로그램 중 2개의 신작 <스피드>, <미메시스>와 레퍼토리 <일무>를 전 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성과로 이어냈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무용단 내부 단원들의 창작 역량에 주목한다. 현역 무용수들의 신선한 작품들을 모은 <안무가 랩: 듀오>를 선보이며 한국 춤이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할 예정이다.

 

서울시무용단은 지난 2015년부터 <더 토핑(2015~2022)>, <에이플러스(2023~2024)> 프로그램을 통해 단원들의 창작 역량을 발굴해 왔다. 지금까지 총 19명의 단원이 자신의 안무 작업을 발표했고, 일부 단원은 여러 차례 참여하며 창작가로서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입증했다. 올해부터는 이 흐름을 ‘안무가 랩(Lab)’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확장해 한국무용 안팎의 다양한 창작자들이 함께 실험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 한국무용의 내일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로서, 이번 <안무가 랩: 듀오>는 ‘2인무’라는 형식이자 주제를 파고든다. 두 신체가 주고받는 호흡과 균형, 긴장과 완급의 흐름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생성되고 확장되는 한국 춤을 무대 위에서 드러낸다.

무용단_안무가 랩 듀오_최옥훈,정철웅. 사진=서울시무용단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무용단 최고 연차 단원(55세)부터 가장 젊은 단원(25세)까지 폭넓은 연차의 무용수가 참여한다. 서로 다른 시대적 감각과 훈련 경험을 가진 무용수들이 각자의 예술관을 펼쳐내며, 한국 춤이 과거의 형식을 반복해 재현하는 예술이 아닌,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현재진행형 예술임을 보여준다.

 

<안무가 랩: 듀오>의 주제인 2인무는 혼자만의 독무나 여럿이 함께하는 군무에서 잘 포착되지 않는 ‘관계의 조율’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다섯 가지 작품을 엮는 주제이자, 안무가들에게는 창작의 조건이기도 했다. 클래식 발레에서의 2인무 양식인 파드되(pas de deux)가 균형과 신뢰를 전제로 움직임을 전개하듯, 한국무용의 2인무 역시 호흡과 무게중심이 서로에게 작용하는 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안무가 랩: 듀오> 속 안무가들은 함께 춤출 단원을 능동적으로 모색해 캐스팅하는 과정도 거쳤는데, 단순한 신체적 조건을 넘어 각자가 가진 춤의 느낌이나 호흡을 바탕으로 파트너를 선정했다. 가장 잘 맞는 두 사람의 움직임이 만나, 각각의 개성을 가진 다섯 작품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서울시무용단 <안무가 랩: 듀오>에는 총 5개의 듀오(Duo)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각 작품은 약 10분 내외로 구성되어 속도감 있게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무용단_안무가 랩 듀오_오정윤,박희주. 사진=서울시무용단

먼저, 노연택(28)은 <홀드(Hold)>에서 김은경 무용수와 함께 두 몸이 무게중심을 조율하며 균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설계한다. 이어 최옥훈(34)과 정철웅(31)은 <불어도 춥지 않던 바람>에서 자극과 감정이 일으키는 미세한 진동이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제시한다. 두 작품은 각각 남녀 2인무, 남남 2인무라는 조합으로 동시대 한국무용이 젊은 신체와 감각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긴장과 균형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이어서 오정윤(33)은 <니나>에서 박희주 무용수와 함께 여성의 신체적 특수성을 주목한다. 생명과 창조의 그릇으로서 몸을 다시 바라보며, 일종의 의례와 같은 무대를 선보인다.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단원으로서 쌓아온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무용의 밀도와 무게를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드러낼 예정이다.

 

한편, 박수진(55)은 서울시무용단에서 오랜 시간 중심 역할을 해 온 단원으로, 은혜량(40)과 함께 공동 안무작 <몸의 기억, Memory>를 선보인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쌓인 신체적 경험들이 어떻게 기억과 연결되고 다시 현재의 움직임으로 환원되는지 질문하는 이 작품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한국 춤을 경험해 온 무용수가 지금의 한국 춤을 어떻게 바라보고 구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마지막으로 유재성(38)은 한지향(30)과 함께 공동 안무작 <잔열(Afterwarm)>을 선보인다. 아버지의 죽음과 인간관계의 소멸이라는 각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흐릿해지고 지워지는 감정과 기억을 작품화했다.

 

서울시무용단은 2025년 한 해 동안 누적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입했고, 공식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현재 약 34,000명으로 작년 11월 대비 약 1,000퍼센트 증가하는 등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올해 마지막 무대 <안무가 랩: 듀오> 역시 무대와 디지털 환경을 연계한 이미지를 공식 인스타그램에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동시대 관객을 공략하는 한국 춤의 매력과 무용수들의 개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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