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 다다른 12월, 예술의전당이 클래식의 깊은 울림으로 올해를 정리하는 두 편의 마티네 콘서트를 마련했다.
12월 11일(목) ‘한화생명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이하 11시 콘서트)에서는 생상스·버르토크·림스키코르사코프의 빛나는 명곡들이 펼쳐지고, 12월 20일(토) ‘IBK기업은행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이하 토요콘서트)에서는 한국 초연 협주곡을 비롯한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풍성한 여운을 더한다.
12월 11시 콘서트는 역대 최연소 국공립 음악 단체의 수장으로 취임했던 지휘자 김광현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사랑받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만나, 축제적 색채와 현악기의 진가를 집중 조명한 무대를 꾸려낸다.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바카날’로 열리는 첫 무대는 캐스터네츠와 심벌즈가 이끄는 이국적이고도 관능적인 리듬으로 공연의 에너지를 단숨에 끌어올린다.
이어지는 생상스 ‘첼로 협주곡 제1번 a단조 Op.33’은 첼로의 폭넓은 음색과 고난도 기교를 한 곡에 응축한 대표작으로,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자 첼리스트 윤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콘서트홀 데뷔 무대다. 2부에서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인 비올리스트 최은식이 버르토크의 ‘비올라 협주곡 Sz.120, BB 128’을 티보르 세를리의 편곡 버전으로 연주한다. 비올라의 기교적 한계를 뛰어넘는 비루투오조적 매력과 서정적 선율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베테랑 연주자의 깊이 있는 해석이 더해진다. 마지막은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Op.35’ 제3·4악장이 장식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서사를 바탕으로 한 선명한 관현악 색채, 이야기꾼을 상징하는 바이올린 솔로, 웅대한 관현악의 흐름이 어우러지며 연말에 어울리는 화려한 피날레를 선보인다.
12월 토요콘서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이자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지휘자 홍석원이 수준 높은 연주력으로 사랑받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2025년의 화려한 피날레 무대를 마련했다. 특히 첫 곡, 존 코릴리아노의 '마법사': 퍼커셔니스트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한국 초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타악기 협주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무–금속–가죽’이라는 악기의 재료를 중심으로 악장을 구성하는 혁신적 구조를 택한 곡으로 각 악장은 독주자의 카덴차로 시작되며, 연주자는 마치 마법사처럼 악기를 소환하듯 음색을 펼쳐 보인다. 마지막 악장에서 금관이 등장해 작품의 극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협연에는 KBS교향악단 팀파니 수석이자 창·제작·연주를 아우르며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멀티 퍼커셔니스트 이원석이 나선다.
2부에는 R.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 Op.59 TrV 227'이 이어진다. 18세기 희극적 감성과 후기 낭만주의 관현악의 세련된 화성이 어우러진 명작으로, 오페라의 주요 장면을 발췌한 선율적 구성과 황금빛 색채의 관현악이 연말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손색없는 무대를 완성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