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폐막, 14만 관객 매료시키며 ‘참신성, 독창성’에서 높은 평가

엠마 쿤츠, 힐마 아프 클린트, 루돌프 슈타이너, 백남준, 요셉 보이스 등 미술사의 거장들과 동시대 예술 실천을 연결

안용호 기자 2025.12.08 14:35:58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퍼포먼스 〈동요〉. 작가: 제인 진 카이젠. 서울시립미술관, 2025. 08. 28. 사진: 홍철기. 사진 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개막식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2025. 08. 25. 사진: 홍철기 2025. 사진 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5년 8월 26일 개막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이 11월 23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약 90일간 이어진 이번 비엔날레는 총 141,184명의 관객이 다녀갔으며, 1,400여 명이 응답한 만족도 조사에서 전시의 ‘참신성과 독창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 되었다.

 

팬데믹 종식 직후 개최된 제12회 비엔날레 대비 약 1.5배 증가한 관람객 수는 동시대 문화 예술 경험에 대한 관객의 높은 관심과 수요, 그리고 그 중심지로서의 서울의 장소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이번 비엔날레는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중 친화적 행사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 네 곳으로 전시를 확장하며, 전시·영화·사운드·퍼포먼스·출판을 아우르는 글로벌 도시 서울의 문화 플랫폼을 구현했다. 전시에 초대된 50명(팀)의 국내외 작가와 더불어 영화, 사운드 프로그램과 대담, 강연 등 49명(팀) 참여자를 더해 99명(팀)의 창작자·연구자·실천가가 함께했다.

 

2024년, 역대 두 번째 국제 공모를 통해 초청된 13회 비엔날레 예술감독팀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는 비엔날레 개막 전 사전프로그램 《강령을 위한 노트》를 통해 서울, 뉴욕, 도쿄, 베를린의 관객 700여 명과 그간 오랜 연구를 바탕에 둔 비엔날레의 주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 개막 초기 2주간 집중적으로 운영된 퍼블릭 프로그램은 ORTA, 제인 진 카이젠, 이승택, 온다 아키가 준비한 다양한 형태의 퍼포먼스와 더불어 참여 작가들의 라운드테이블과 전시의 주제를 심화하는 강연 등이 진행되었다.

 

‘SMB13 X 프리즈 필름 서울 2025’는 9월 1일(월) 개막하여 4일(목)까지 나흘간 비엔날레의 주제와 공명하는 아티스트 필름과 무빙 이미지 작품 12점을 소개하고, 관련한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의 로비와 옥상에서 개최된 본 프로그램은 스크린의 마법 같은 힘을 찾은 1,300여 명의 관객들과 또 다른 방식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되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상징하는 낙원상가에서는‘사운드’와‘청취’를 중심에 둔 프로그램과 전시 세 편이 소개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소통을 제시하는 이곳에서는 현대 실험 음악의 거장들과 현대미술가들이 감각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인 소리의 조화, 리듬, 침묵과 박자에 관한 실험과 사유를 제시하였다. 총 1,400여 명의 관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전시 투어. 서울시립미술관, 2025. 09. 01. 사진: 홍철기 2025. 사진 제공=서울시립미술관

비엔날레 기간 내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네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영화 21편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협력으로 준비된 본 프로그램은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장 뤽 고다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이미지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망자, 무의식과 영성의 세계를 현현하는 작품들이 선별, 상영되어 15주간 1,200여 명의 예술 영화 애호가들에게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신규 관람객의 유입도 주목할 만하다. 만족도 조사 응답자의 90% 이상이 이번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국인 관객 비율은 19.3%로 예년 대비 약 1.5배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관람객 구성의 변화는 그동안 높게 인식되던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비엔날레가 보다 대중 친화적인 행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폐막전 진행된 전문가 평가는 시의적인 주제를 깊이있게 연구· 환원한 비엔날레 전체 기획이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이를 통해 타 비엔날레와 뚜렷한 차별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지식의 공공 환원’을 위한 디지털 기반을 마련하고자 개막과 함께 SMB 웹 시스템(mediacityseoul.kr)을 공개했다. 그간의 비엔날레 관련 정보와 지식을 안정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진행되는 프로그램, 웹과 출판물을 아우르는 연구 콘텐츠의 밑거름이 되어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어제, 오늘, 내일’을 잇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 운영과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디자인에서도 관람 경험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이 이어졌다. 예술 경험의 주요한 매개체로 ‘색채’를 제시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시장 전반에 ‘컬러 카펫’을 설치해 많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전시 폐막에 맞춰 ‘컬러 카펫’을 포함한 전시장 내 다양한 기물은 미술관, 대학교, 독립 미술 전시장 등 7개 장소에서 재활용될 예정이며, 전시 구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 도록.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버스 공동 발행, 2025. 디자인: 논플레이스 스튜디오. 사진: 타별. 사진 제공=서울시립미술관

이번 전시는 홍콩 기반의 공간 디자이너 콜렉티브의 디자인 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전통적인 화이트큐브에서 탈피해 색상과 주제에 따라 11개 클러스터로 공간을 나누고, 반투명한 검정 천으로 감싼 ‘미로’ 구조물과‘터널’ 공간을 마련하여, 흡입력 있는 전시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신규 제작된 히와 케이, 아노차 수위차콘퐁, 권병준을 포함한 7명(팀)의 커미션 신작은 동시대를 이해하고 응대하는 기술로서‘영혼’의 세계를 깊이 있게 해석하며, 함께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시되었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지난 30여 년간 서울을 대표해 온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디어에 관한 사유와 예술의 실험성을 탐구해 왔으며, 올해는 이러한 비엔날레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확장하는 감각과 철학적 사유가 제시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찾아주신 모든 관람객과 예술감독팀, 작가, 참여자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성숙한 문화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SMB13 예술감독팀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는 이번 비엔날레가 “영성주의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틀에 대안을 제시하고, 다양한 영적 영역과 예술적 실천에 주의를 기울이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을 성과로 강조하며, “영적 전통이 풍부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맥락 속에서 감각과 기술적 상상력을 함께 사유할 수 있었던 점이 큰 의미”라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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