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정기점검 이후에는 획득할 수 없다”며 ‘한정 판매’를 강조해 팔아왔던 전설 패션장비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이미 재획득이 가능한 ‘웨카 경매장’을 기획해 왔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저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뒤늦게 공개된 사과문 역시 핵심 쟁점을 비껴간 채 경매장 강행 의지만 재확인한 내용에 그치자, 유저들 사이에서는 “사과문이 아니라 매출 방어 통보문”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재 3000명이 넘는 유저가 공동성명에 참여했고, 법조인까지 법적 대응 준비에 나선 상황이어서 웨카 경매장 사태는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계획적 유저 기만’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기점검 후 획득 불가” 안내와 달리 내부에선 경매장 시스템 준비
넥슨이 12월 3일 공개한 ‘웨카 경매장’ 안내문은 경매장 도입 발표 직후 이용자들의 강한 반발과 민원 제기가 폭증하자 뒤늦게 공개된 것으로, 사실상 ‘논란 진화’를 위해 급조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안내문에는 “런칭 전부터 데카 거래소는 일반 장비·소모품을, 웨카 경매장은 패션 아이템 경제를 담당하도록 기획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는 넥슨이 과거 공지에서 강조해 온 ‘획득 불가’ 안내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
앞서 넥슨은 전설 패션장비 ‘코스믹 스타차일드’, ‘엘더우드 소버린’ 판매 당시 “정기점검 전까지만 획득할 수 있다”, “종료 일정 이후에는 획득할 수 없다”, “합성으로 획득한 전설 패션장비는 '다른 곳에서' 획득할 수 없다”는 확정적 표현을 반복 사용했다.
이는 해당 날짜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도’ 획득 불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 얻는다”는 판단 아래 수십, 수백만원 결제를 감행했다. 그만큼 ‘추후 획득 불가’ 안내는 과금 여부를 결정하게 만든 핵심 정보였다.
그런데 넥슨은 뒤늦게 “런칭 전부터 경매장을 기획해왔다”고 밝혀 스스로 모순을 드러냈다. 내부적으로는 ‘추후 재획득이 가능한 경매장 도입 계획’을 이미 갖고 있으면서도, 판매 당시에는 “정기점검 이후 획득 불가”를 강조해 과금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즉, 넥슨은 추후 재획득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시즌 한정 판매’를 진행했다. 과금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유저들 사이에서는 “불완전 판매 수준을 넘어 사실상 사기”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넥슨은 경매장이 ‘가치 보존’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유저들은 한목소리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단종 안내를 믿고 과금한 유저들은 ‘획득 불가 한정판’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반 년 만에 누구나 다시 구입(획득)할 수 있는 중고품으로 전락한 실정이다.
더욱이 전설 패션장비를 확률형 합성으로만 획득할 수 있던 당시에는 돈을 써도 획득이 가능할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반면 지금은 경매 시작가 2만 웨카(약 20만 원)를 기준으로 추가 입찰 여부를 판단해 확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거래가 불가능할 때에는 운이 나빠 많은 비용을 들여 획득했더라도 “다시는 못 얻는다”는 희소성 자체가 정성적 만족감을 제공했다. 그러나 경매장이 도입되면서 정성적 가치는 완전히 사라졌고, 모든 아이템이 경매장에서 냉정한 시장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더 뼈아프다. 비싼 돈을 들여 어렵게 얻은 전설 패션장비가 시장에서 사실상 ‘웨카 페이백’ 형태로 헐값에 거래되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에 유저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경매장 오픈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과도한 과금을 멈추고 경매장을 기다렸을 것”이라는 후회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과금 결정이 사실상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
이에 대해 넥슨은 “충분한 설명 부족”이라며 사과했지만, 유저들이 문제 삼는 핵심은 설명의 양이 아니라 ‘고의적 침묵’이다. 넥슨은 해당 정보를 제공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공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점이 훨씬 본질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선 시즌제 도입 과정 역시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넥슨은 지난 9월 시즌1을 발표했지만,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시즌제’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이번 경매장도 11월 17일 갑작스런 발표 후 12월 4일 강행됐으며, 그 이전에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처럼 “이미 계획돼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전 안내를 철저히 배제한 방식은 단순한 소통 부재로 볼 수 없다. 이는 유저에게 불리한 핵심 정보를 고의적으로 숨겨 매출 극대화를 노린, 계획적인 유저 기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릴 속였다”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 3000명 집단 성명
넥슨이 개선 조치로 “사용하지 않은 포장지는 비슷한 가치의 골드로 되팔 수 있다”고 내세운 부분도 문제다. 실제로는 200데카(약 2000원)에 구매한 포장지가 고작 1만 골드(약 250원)에 환급되는 구조다. ‘비슷한 가치’라는 설명은 사실과 명백히 어긋난다.
또 “경매 시작가를 2만 웨카(약 20만원)로 높여 가치를 보존하겠다”는 주장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전설 패션장비 중에는 시장 가치가 2만 웨카 이하인 것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시작가가 2만 웨카로 고정되는 순간, 유저들은 무조건 2만 웨카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웨카가 게임 플레이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재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웨카는 캐시샵에서 판매되는 ‘미가공 웨카 원석’을 구매해 변환하거나, 경매장에서 판매·구매 실적을 쌓아 골드 등급을 달성한 유저가 데카 거래소에 올린 상품권을 사거나, 골드 등급 이용자로부터 선물받는 방식으로만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데카 거래소에 등록된 ‘웨카 상품권’을 인게임 플레이만으로 확보한 데카로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대가 없이 웨카 상품권 선물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실상 웨카는 현금을 지불해 충전하는 것 외에는 획득처가 극도로 제한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려면 어떤 아이템을 노리든 최소 2만 웨카(약 20만 원)를 충전해야 하고, 이는 넥슨에 최소 20만원의 현금 결제를 강제하는 구조가 된다.
‘가치 보존’이라는 명분과 달리, 경매 시작가는 웨카 구입을 강제해 넥슨의 매출을 지키는 역할만 한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다른 부분에서 양보하는 척하면서 경매 시작가를 올려, 넥슨이 확보하고 싶었던 최소 매출만 실컷 챙겨갔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넥슨은 핵심을 교묘하게 비껴간 “사과”와 “개선”을 내세워, 웨카 경매장 강행을 선언하는 면피용 공지를 ‘사과문’처럼 포장해 통보했다.
심지어 이번 웨카 경매장은 유저들의 극심한 반발 속에서도 12월 4일 예정대로 강행됐지만, 같은 방송에서 함께 공개됐던 신규 콘텐츠 ‘숨겨진 던전2’는 지연 공지조차 없는 상태로 감감무소식이다. 출시가 언제로 미뤄진 것인지, 혹은 취소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넥슨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매장은 유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정대로 추진하면서, 정작 유저들이 기다리던 신규 콘텐츠 출시는 아무런 사과나 설명도 없이 뒤로 밀려난 모습이다.
이로 인해 유저들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 집단적인 문제 제기와 요구안을 갖춘 행동에 나서고 있다. 12월 8일 공개된 온라인 성명문에는 이미 3000명 이상이 참여하며,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넥슨이 반드시 응답해야 할 ‘정식 요구’로 규정했다.
성명문에서 유저들은 ▲실제 소통이 가능한 간담회 개최 ▲웨카 경매장 BM의 전면 삭제 및 12세 이용가에 부합하는 BM 재설계 ▲이중·삼중 유료 재화 도입 중단 ▲지켜지지 않은 로드맵에 대한 공식 사과와 향후 명확한 운영 방향 제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이안의 정욱진 변호사도 8일 유저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내일 동료 변호사와 함께 법적 대응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대응 의사를 밝혔다.
정 변호사는 “1차 전설 패션의 경우 한 부위를 획득하는 데 100만 원 이상이 소모된 사례가 다수로 파악된다”며, 이번 웨카 경매장 강행이 단순한 불만을 넘어 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청구 금액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1차·2차 전설 패션장비 1개당 약 4만 원 수준으로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금액은 경매장 도입으로 인한 가치 하락과 위자료를 반영해 산정한 것으로, 전설 패션 획득에 필요한 프리미엄 패션 티켓 평균 기대값(약 400개, 약 40만 원)의 10%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욱진 변호사는 “우선 소수 인원으로 1차 소송을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이후 대규모 공동소송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동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사용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수임료는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