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격변의 2025년, 대한민국의 회복력에 놀라다

정의식 기자 2025.12.22 15:40:34

‘비상계엄 사태 1년’을 하루 앞둔 12월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대한민국 국회’라고 새겨진 ‘12·3 계엄 해제’ 상징석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복력’ 혹은 ‘회복탄력성’은 영단어 ‘Resilience’의 번역으로, 실패나 좌절을 겪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지난 2024년 유명 작가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Mark Manson)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한국 사회를 ‘유교 문화와 자본주의의 최악의 결합’으로 진단,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꼬집어 화제가 됐다.

다행히 당시 맨슨은 한국에 대한 희망적 전망도 내놓았다. “한국인들은 역사적으로 겪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직시한다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그의 말이 씨가 된 것일까? 한국은 그해 연말 ‘회복탄력성’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줬다. 2024년 12월 3일 10시 24분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런 계엄령을 선포하자 세계는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며 긴장했다. 하지만, 불과 3시간도 지나지 않은 4일 새벽 1시 국회는 계엄해제 의결을 성공시켰다. 다음날이 밝기도 전에 계엄이 해제되자 국내외 언론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경탄하는 멘션이 이어졌다.

이후 2025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법정과 거리에서 지리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타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높은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2025년 한국은 놀라운 회복력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시작된 관세 정책이 글로벌 성장 둔화를 초래했지만, 한국은 AI·반도체 수요 폭발과 방산 수출 붐, 주가 급등이 이어지며 재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먼저, AI 수요 폭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수출이 급증했고, 그 덕에 주식 시장도 급성장했다. KOSPI 지수가 연초 2400대에서 출발해 4000선을 돌파하며 60% 이상 급등,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K-방산’도 글로벌 붐을 일으켰다. 폴란드 K2 전차·K9 자주포 추가 계약, 중동·유럽 수출 확대 등 방산 수출액이 140억 달러를 넘어서며 경제 성장의 새 동력이 됐다. 새 정부의 AI 투자 확대와 민생 지원책도 내수 회복을 뒷받침했고, APEC 경주 정상회의도 많은 성과를 남겼다.

문화적으로는 K-콘텐츠가 재차 전성기를 맞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가 지속되며 한국 문학·예술이 주목받았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K-팝의 대중성을 극대화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도 급증했다.

이런 반등세가 2026년에도 이어질까? 글로벌 정세는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과 끝나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중동 분쟁 등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기관들은 글로벌 GDP 2.8~3.2%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한국 경제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KDI·IMF 등은 2026년 성장률 1.8%를 예측하고 있다. 고환율 문제가 있지만 반도체·AI 중심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다만,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여전히 1%대에 머무르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불안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여전한 취약점이다.

이런저런 변수는 있지만, 2025년 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회복력은 2026년에도 빛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이 AI 시대를 준비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인 것은 분명 기회요소다. 2026년 병오년은 ‘붉은 말의 해’라고 한다. 새로운 병오년에 한국 경제가 붉은 말처럼 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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