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쇼통도 모자라 이젠 홈쇼핑 라이브?

사과는 형식적, 홈쇼핑은 본격적…넥슨式 소통 방송의 민낯

박소현 기자 2026.01.15 18:47:35

1월 13일 [마비노기 모바일] 캠파 LIVE 모습.

 

넥슨은 지난 13일 ‘마비노기 모바일’의 2026년 첫 공식 라이브 방송 ‘캠파 라이브’를 진행했다. 디렉터가 직접 나섰고, 사과가 있었으며, 분기 로드맵도 공개됐다. 형식만 놓고 보면 ‘소통 강화’라는 표현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방송을 소통으로 받아들인 유저는 많지 않다. 이번 캠파 라이브는 넥슨이 이용자 비판을 어떻게 듣지 않고, 어떻게 회피하는지를 다시 한 번 압축적으로 보여준 자리에 가까웠다. 문제 제기에 답하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방향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이유 불문하고 사과”…그 와중에 ‘고양이 가방’ 홈쇼핑

 

웨카 경매장 사태에 대한 사과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나왔다. “이유를 불문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진훈 디렉터는 고개를 숙였지만, 정작 사과의 핵심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웨카 경매장 사태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도입 이전부터 형평성 훼손, 게임 내 경제 왜곡, 유료 재화를 여러 단계를 거쳐 무료 재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충분히 제기돼 있었다. 그럼에도 넥슨은 이를 강행했고, 결과는 예고대로 현실이 됐다.

 

그제야 나온 말이 “이유를 불문하고 사과한다”였다. 이 표현이 불쾌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 문장은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가 아니라, 책임을 끝까지 특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유를 불문’이라는 말 안에는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어떤 판단이 오류였는지, 그래서 어떤 선택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가 의도적으로 빠져 있다. 사과라면 반드시 따라와야 할 설명이 통째로 제거된 셈이다.

 

결국 이 문장은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들이 불쾌해하니 사과하는 모양은 취해주겠다”는 뜻이다. 사과의 대상이 행위가 아니라 유저 반응으로 축소되는 순간, 책임은 사라진다.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 사과의 형식을 빌린 책임 회피다.

 

재발 방지 약속 역시 공허하다. 이미 웨카 경매장을 다시 여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해당 시스템을 ‘청소년 이용 불가’ 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웨카 경매장을 연다는 것은, 12세 이용가 게임이던 ‘마비노기 모바일’을 청소년 이용 불가로 올릴 각오를 하겠다는 뜻이다. 즉, 웨카 경매장을 열지 않는 것은 유저를 위한 결단이 아니라, 법적·제도적으로 불가능해진 결과일 뿐이다. 그럼에도 넥슨은 이를 반성의 결과처럼 포장했다.

 

반성의 의미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문제의 본질이 경매장 시스템인지, 유저 반발을 인지하고도 강행한 의사결정 구조였는지, 아니면 유료 재화를 무료처럼 보이게 만든 설계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특정되지 않았다.

 

책임의 범위를 흐려놓으면 다음 선택지는 너무도 쉬워진다. 비슷한 구조에 다른 이름을 붙인 후 “그건 ‘웨카 경매장’과 다르다”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사과는 했지만, 같은 판단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끝내 하지 않은 셈이다.

 

보상안 역시 “최종 논의 단계”라는 말만 되풀이됐다. 문제 제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보상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지금 넥슨이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의 본질이다.

 

이쯤 되면 웨카 경매장 사과는 진정성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을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과라는 점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과가 오간 바로 그 자칭 ‘소통’ 방송 안에서, 더욱 결정적인 장면이 이어졌다.

 

넥슨은 캠파 라이브 도중 자사 공식 온라인 스토어인 넥슨 에센셜에서 판매가 예정된 고양이 가방 4종을 별도의 코너처럼 소개했다. 상품 구성과 특징을 설명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은, 디렉터가 직접 나선 소통 목적의 라이브 방송이라기보다 홈쇼핑에 가까웠다.

 

“미안하다”는 말과 “이거 사세요”라는 메시지가 같은 호흡으로 전달되는 순간, 이번 캠파 라이브가 무엇을 위한 방송이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다.

 

또다시 반복된 선택, 지옥 난이도 15단계로 확장

 

1월부터 3월까지 공개된 로드맵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패션 콜라보, 신규 레이드, 외형 업데이트 등이 빼곡히 나열돼 있지만, 핵심 전투 콘텐츠는 여전히 난이도 확장 중심에 머물러 있다. 성장 구조와 클래스 밸런스에 대한 근본적인 설계 변화는 이번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의 뼈대는 그대로 둔 채, 장식과 이벤트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로드맵이 풍성해 보일수록, 정작 손대지 않겠다는 영역이 어디인지가 더 분명해졌다.

 

로드맵 신뢰에 대한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본인 스스로 인정했듯 지켜진 일정은 거의 없었고, 일정 변경에 대한 설명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실수의 누적이 아니라, 일정과 신뢰를 관리하지 않겠다는 운영 철학의 문제다.

 

지옥 난이도 문제 역시 같은 궤적을 그린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미 ‘마스 어비스’ 시절부터 난이도 세분화 중심의 업데이트로 이용자 피로도를 누적시켜 왔다. 넥슨 스스로도 과거 개발자 노트를 통해 “반복되는 난이도 상승으로 피로를 드렸다”고 인정한 바 있다.

 

즉,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고도 선택해 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 캠파 라이브에서 넥슨은 바리 어비스 지옥 난이도를 15단계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비판에 대한 구조적 해소 없이, 같은 방식의 확장을 또다시 택한 것이다. 이는 판단 착오라기보다, 유저 의견을 무시한 채 기존 방식을 밀어붙이겠다는 통보에 가깝다.

 

무기·마스터 엠블럼 변경권 관련 답변 역시 이러한 운영 기조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직업 밸런스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비켜간 채, 무기·엠블럼 변경권과 관련된 질문만을 취사 선택해 “변경권을 개발 중”이라고 답했다. 밸런스 조정의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회피 수단을 BM 상품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 모든 장면을 종합하면 이번 캠파 라이브는 소통 강화의 신호가 아니었다. 오히려 넥슨이 비판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려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문제가 제기되면 강행하고, 결과가 나오면 사과하는 척하며, 그 사이에서도 판매와 과금 요소는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소통은 말의 형식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사과 뒤에 무엇을 먼저 꺼내 드는지, 어떤 선택을 반복하는지로 증명된다. 웨카 경매장도, 지옥 난이도도, 그리고 사과 직후의 가방 홍보까지. 지금까지의 장면을 종합하면, 넥슨이 말하는 ‘소통 강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라이브가 아니다.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실제 변화다. 그 변화가 없다면, 다음 방송 역시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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