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소장품섬_몸의 증언: 김순기‧ 아나 멘디에타‧ 크리스 버든' 개최

2026년 첫 '소장품섬'은 김순기 ‧ 아나 멘디에타 ‧ 크리스 버든의 작품 총 6점을 하나의 주제 아래 엮어 선보이는 전시

안용호 기자 2026.03.27 10:45:40

김순기, 준비된 피아노, 1985, 프로젝터 1대에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5분 56초, ed. 37. 부산현대미술관 소장.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2026년 3월 21일부터 7월 19일까지 전시실 1에서 소장품 상설전《몸의 증언: 김순기·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 크리스 버든(Chris Burden)》(이하 《몸의 증언》)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김순기 · 아나 멘디에타 · 크리스 버든의 작업을 묶어 소장품 5점과 대여 작품 1점 등 총 6점을 통해 몸과 기억, 흔적과 감각의 문제를 살펴본다. 전시는 몸을 단순한 표현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어떤 경험이 지나간 뒤에도 감각과 흔적으로 남는 자리로 바라본다. 이를 통해 예술이 역사적 시간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감각과 만나는 방식을 조명한다.

김순기· 아나 멘디에타· 크리스 버든은 각기 다른 시대와 맥락 속에서 퍼포먼스와 사진, 기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예술적 실천의 중심에 두며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 온 작가들이다. 이번 ‘소장품섬’에서는 ‘상처, 호흡, 흔적’ 세 가지 구성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이들의 작업을 통해 몸이 어떻게 하나의 사건이 되고 기억의 표면이 되며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작업은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지 않으며 오히려 몸을 둘러싼 감각과 사유의 층위를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크리스 버든, 발사, 197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분 11초, ed. 25 (A.P. 2). 부산현대미술관 소장. 사진=부산현대미술관

첫 번째 ‘상처’는 자신의 몸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하는 급진적인 퍼포먼스로 잘 알려진 크리스 버든의 작업〈발사〉와 〈침대 조각〉으로 구성되어 몸이 사건의 현장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크리스 버든의 상처와 흉터는 사건 이후에도 신체에 남아 경험을 드러낸다. 총알이 관통한 팔의 흉터(〈발사〉)와 22일간의 침대 위 생활이 남긴 쇠약함(〈침대 조각〉)은 회복 이후에도 신체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관람자는 이러한 작업 앞에서 불편함을 경험하며, 이는 관람의 중립성을 흔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두 번째 구성인 ‘호흡’에서는 1980년대부터 비디오를 주요 매체로 삼아 자연과 일상의 시간 속에서 신체의 리듬과 감각을 탐구해 온 작가 김순기의 작품〈바카레스 호수〉와 〈준비된 피아노〉를 통해 자연의 흐름과 신체의 호흡이 교차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영상은 빠르게 전개되지 않고 극적인 사건을 제시하지 않으며 명확한 결론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람자는 김순기의 작품 앞에서 서두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영상의 리듬에 자신을 맡기며 작품이 요청하는 시간을 감내하게 된다.

 

아나 멘디에타, 무제 실루에타 연작, 1978, 고화질로 변환한 슈퍼 8mm 필름, 컬러, 무음, 3분 14초, ed 58 (A.P. 3). 부산현대미술관 소장. 사진=부산현대미술관

마지막 ‘흔적’에서는 자연 속에 자기 몸의 흔적을 남기는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아나 멘디에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대표적인 〈실루에타(Silueta)〉 연작을 통해 몸과 자연, 정체성과 귀속의 문제를 탐구한다. 화면에서 신체는 보이지 않지만 그 부재가 화면을 지배하며, 관람자는 그 앞에서 부재의 압력을 경험하고 보이지 않는 층위를 상상하며 부재의 의미를 사유하게 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소장품이 과거의 성과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읽히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미술관의 소장품은 현재의 감각 속에서 다시 의미를 얻는다. 이번 전시는 몸에 남은 흔적을 통해 예술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자리다.

 

포스터. 이미지=부산현대미술관

또한 전시와 연계한 유아 단체(유치원, 어린이집 등) 대상 어린이 프로그램 ‘꼼지락 〈움직여 볼까?〉’를 운영한다. 참여 어린이들은 전시 감상을 통해 몸을 기능 중심이 아닌 감각과 경험의 주체로 인식하고, 움직임 활동과 콜라주 창작을 통해 감상 경험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프로그램은 2026년 3월 31일부터 4월 24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과 창작실에서 진행되며, 프로그램 참여는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기타 자세한 문의는 부산현대미술관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소장품섬_몸의 증언》전은 가상의 현실에 점차 매몰되어 가는 삶을 사는 오늘의 우리에게 몸의 가능성에 대해 환기시킨다. 전시에서 몸은 세상과 직접 맞닿는 지점(크리스 버든)이고, 몸은 시공에 대한 사유(김순기)이며, 몸은 대지의 일부(아나 멘디에타)가 된다”라며, ”몸이 증언하는 다양한 국면들이 몸의 물리적 경험과 의미가 축소된 온라인 세계를 살아가는 관람객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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