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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뚫고 飛上 ②효성그룹] 신소재·ESG경영 일냈다…올 영업익 2.2조 전망

레깅스 유행으로 스판덱스 수요 폭발 ... 탄소섬유·액화수소 등 미래 대비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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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08호 윤지원⁄ 2021.09.06 09:31:09

지난해와 올해, 많은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된 기업, 위기를 보란 듯이 극복한 기업들도 있었다. 이젠 백신 개발과 접종에 가속도가 붙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모든 산업이 재도약을 준비하는 이때,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번엔 효성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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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울산광역시 효성화학 용연3공장 부지에서 열린 '효성-린데 합작 수소액화플랜트 건설 기공식'. 가운데 회색 양복 재킷을 입은 사람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다.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효성그룹의 올해 실적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그룹의 3대 소재 자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이 2분기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고, 이에 따라 지주사인 효성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두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그룹 전체의 하반기 실적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효성그룹 전체의 연간 영업이익은 2조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상승세를 이끈 것은 소재 산업이다. 지난 2분기 효성티앤씨는 매출액 2조 1420억 원, 영업이익 3871억 원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효성첨단소재는 매출 8723억 원, 영업이익 1178억 원을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매출 6191억 원, 영업이익 713억 원을 기록했다.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이었다.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creora® regen) 레깅스. (사진 = 효성티앤씨)

 

코로나19가 스판덱스 가격을 견인?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의 실적 급상승은 폴리우레탄으로 제작된 신소재인 스판덱스의 수요 증가에 크게 힘입은 결과다. 스판덱스는 수영복이나 요가복, 레깅스와 같은 운동복에 주로 사용된다. 또한, 보정속옷, 셔츠, 티셔츠 등 일반 의류에도 밀착력과 편의성을 위해 스판덱스 혼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와 올해 스판덱스 수요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스판덱스 수요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꼽았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들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운동복, 일명 ‘애슬레저’(athletic + leisure) 의류에 대한 수요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애슬레저 의류 수요 증가의 한 원인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체육관 시설 대신 집안에서, 혹은 자연에서 운동할 수 있는 요가, 필라테스, 홈트, 등산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었다.

또한, 운동복으로 많이 입는 레깅스는 몸매 좋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SNS를 통해 활발히 퍼지면서 일상의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유행하게 됐다. 여기에 재택근무가 늘고, 외부 활동이 줄면서 일상과 일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이제 레깅스는 간편한 외출복으로도 널리 사랑받는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의류 시장 매출 규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약 4.3%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레깅스 시장은 2019년 7527억 원 규모에서 2020년 7620억 원 규모로 오히려 성장했다.
 

모델들이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 리젠과 스판덱스 섬유 크레오라 파워핏이 들어간 데이즈데이즈의 수영복을 입고 있다. (사진 = 효성티앤씨)

 

패션업계 성수기는 지금부터…스판덱스 수요 견조

무엇보다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운동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이에 애슬레저 의류 및 레깅스의 수요가 폭발했다. 코로나19 이전 중국 내 스판덱스 재고는 평균 30일 이상을 웃돌았지만, 최근들어 6~7일 수준으로 떨어질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스판덱스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다.

스판덱스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 및 화학섬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스판덱스 수출 가격은 톤(t)당 9700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7월엔 6000달러 수준이었으니 1년 사이 가격이 50%나 오른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게다가 스판덱스 뿐 아니라 스판덱스의 재료인 BDO와 PTMEG도 생산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원가 경쟁력이 다른 기업들보다 뛰어나다는 얘기다.

1위 기업인 만큼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와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효성티앤씨의 전체 매출 가운데 스판덱스의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그런데 스판덱스 수요는 하반기 더욱 폭발할 전망이다. 패션 시장의 최대 성수기는 4분기인데, 연간 판매량의 무려 70%가 이 기간에 집중된다. 아울러 패션 제품의 주문 및 생산은 8월부터 이뤄지는 만큼 효성티앤씨는 3분기에도, 나아가 4분기에도 기록적인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2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타이어 전시회인 ‘타이어 테크놀로지 엑스포 2020’(Tire Technology Expo 2020)에 마련된 효성첨단소재 부스. (사진 =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1위…아라미드·탄소섬유도 크는 중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와 폴리에스터 시트벨트, 에어백 원단 등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특히 타이어코드는 공기압 및 타이어에 걸리는 하중을 지탱해야 하는 강도 높은 핵심소재로, 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의 약 45%를 점유하는 최강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자동차와 타이어 업황이 올해 상반기에 크게 개선되면서 타이어코드 수요도 급증했다. 아울러 판매가격도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다 설비의 베트남 이설로 원가 절감 효과도 본격화되며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됐다.

하반기에는 아라미드와 탄소섬유 등 신소재 중심의 성장 사업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최첨단 신소재인 아라미드(아로마틱 폴리아미드, Aromatic polyamide)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400℃의 열도 견디는 난연 섬유다. 고성능 타이어나 방탄복, 방탄헬멧, 특수호스, 건축용 보강 소재 등에 쓰인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를 비롯해 북미, 유럽 등에서 5G 통신용 광케이블에 널리 사용된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내연기관차가 점차 전기차로 대체되어가는 추세인데, 전기차는 배터리의 중량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더 무겁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무거운 공차 중량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특수 타이어의 수요도 늘고 있으며, 이러한 특수 타이어의 보강재로 아라미드가 널리 쓰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전기차 차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내부 보강재로도 아라미드가 쓰이면서 그 수요가 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비대면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5G 통신 인프라 수요가 증가했는데, 광케이블에 들어가는 아라미드도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은 듀퐁과 데이진이 거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효성첨단소재의 점유율은 아직 1%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아직은 2위 사업자다.

하지만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612억 원을 투자, 연간 1200톤 정도 되던 기존 생산량을 3700톤까지 3배 이상 늘리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증설은 꾸준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 2019년 8월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끝난 뒤 탄소섬유가 플라스틱 저장용기를 감아서 성형하는 수소저장용기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성윤모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현준 효성 회장, 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로 성형한 수소저장용기. (사진 = 효성첨단소재)

 

첨단 소재 생산 투자로 경쟁률 높인다

효성첨단소재의 미래를 짊어질 또 다른 신소재는 ‘꿈의 첨단소재’라고 불리는 탄소섬유다. 원사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로, 철보다 10배 강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강점을 지닌 탄소섬유는 수소차의 연료 탱크를 제조하는 핵심소재로 쓰인다. 수소차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분야인 만큼, 탄소섬유 산업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효성은 지난 2011년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고, 2013년에 고성능 탄소섬유인 ‘탄섬’(TANSOME)을 론칭했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약 2%를 점유하고 있는데, 생산라인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758억원을 투자해 전북 전주공장에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내년 7월까지 연산 6500톤 규모로 증설한다. 앞서 2020년에도 생산량을 연산 2000톤에서 4000톤으로 확대한 바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 라인 증설은 지난 2019년 8월 효성과 전라북도, 전주시 간 이뤄진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에 따라 총 1조 원이 투입되어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오는 2028년까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인 2만 4000톤(10개 생산 라인)으로 증설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당시 열린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섬유는 수소차, 풍력발전, 방산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정부가 힘을 합하고 클러스터에서 산·학·연 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 우리가 세계시장에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티앤씨가 제주도에 버려진 생수병에서 뽑은 친환경 섬유 '리젠 제주'를 알리는 포스터. 포스터 속 가방은 삼다수 생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제품. (사진 = 효성티앤씨)

 

ESG 경영 강화로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

효성그룹은 ESG 경영의 기치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의지가 있다.

조 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실천해야하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으로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 활동에 집중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며 ESG 경영을 강조했다.

지난 2018년 조 회장이 취임하면서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해왔다. 이에 지주사인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의 4개 사업회사 구조를 갖추게 됐고, 각 사업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게 됐다.

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대표위원 자리를 넘겨 사외이사 선정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까지 수행할 수 있게 했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현황, 배당 및 이사회 정보 등도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게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효성그룹은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효성티앤씨 직원들이 회사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개인 텀블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효성티앤씨)

 

조사대상 기업 760개 중 최고 등급인 S등급은 한 곳도 없었고, 16개 기업이 A+ 등급을 받았는데, 여기에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효성그룹 주요 3사가 포함된 것이다. 또 지주사인 효성과 효성중공업도 A를 획득해, 전 계열사가 모두 A등급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효성그룹은 또 ‘리젠’(regen) 브랜드로 대표되는 친환경 리싸이클 섬유 사업, 수소·태양광·ESS 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노력 등 친환경 경영을 강화해 왔다.

올해 4월에는 효성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ESG 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효성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최근 ESG 전담 조직 설치를 모두 완료했다.

조현준 회장은 “ESG 경영은 효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아이덴티티”라며, “환경보호와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확대하고 협력사들과 동반성장함으로써 주주들과 사회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100년 기업 효성’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1일 열린 효성-린데 수소 사업 비전 선포 및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에서 조현준 회장이 수소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효성)

 

수소 사업과 함께 하는 미래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면 시장 환경은 또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묻자 효성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팬데믹을 겪는 동안에도 항상 미래를 차근차근 대비해왔다”며 “스판덱스, 폴리프로필렌 등 주력 제품들의 생산설비가 확충됐고, 아라미드와 탄소섬유 등 신소재 생산시설 증설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산업이 크게 발전했고,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늘어난 데 맞춰 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는 조현준 회장이 미래 신성장 사업의 하나로 꼽은 사업이다. 지난해 효성은 경기도 안양을 포함한 5곳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면서 약 1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에는 수소도 빠질 수 없다.

효성은 지난 6월 글로벌 가스 및 화학 전문기업 ‘린데’와 액화수소 합작법인 린데수소에너지(주)를 출범시키고, 수소 사업 비전을 선포했다. 합작법인은 효성화학의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지어 202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며 이와 별개로 효성중공업도 5년간 1조 원을 투자해 중장기적으로 액화수소 생산 능력을 3만 9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전국 30여 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립하는 등 액화수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R&D 투자를 통해 블루수소 및 그린수소 기술 개발,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현준 회장은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혁명의 근간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수소에너지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 나가겠다”며, “효성의 역사가 시작된 울산에서 백년효성으로 나아갈 새 장을 열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관련태그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린데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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