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지칭하는 말들은 많다. ‘노무현 지킴이’, ‘홍위병’, ‘광노빠’ 등등. 그는 또 벌써 몇 년째 자칭 ‘1등 신문’인 조선일보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TV에 나올 때마다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어? 저 사람 영화배우 아냐?”라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본업인 영화나 드라마보다 ‘정치’라는 이미지로, 또 ‘투사적’ 이미지로 더 많이 알려진 그의 이름은 ‘명계남’이다. 그러나 사실 그의 이미지는 최근 그가 “테러하고 싶다”고 말한 조선일보의 상징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심증 또한 지울 수 없다. 3월 7일, 여의도 ‘참여포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최근의 근황과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향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참여포럼’은 ㈜원칙과상식의 대표이기도 한 그가 작년 연말에 주도적으로 만든 일종의 강연 조직이다. ■“이룰 수 없는 테러리스트의 꿈” 명 대표는 말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또 “적장을 껴안고 진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나, 국권을 침탈한 일제를 향해 날아가 적의 심장을 관통하는 테러리스트의 총알이라도 되고 싶다”고도 했다. 왜 그는 하필이면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 그의 말을 잠깐 들어보자. “친일에서 독재찬양과 친미로 변신을 거듭하며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는 조선일보를 이 땅에서 날려버리고 싶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 스스로 자신의 꿈이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명 대표는 “무엇보다 제 자신이 현재의 대한민국은 테러 따위가 통하지 않을 만큼 세상이 좋아졌다는 걸 알 정도는 된다”면서, “총알이나 폭탄으로 조선일보를 무너뜨릴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사실 관계만을 놓고 볼 때, 실제 테러 혹은 그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은 조선일보가 아닌 명 대표다. 얘기는 지난 2003년 8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명 대표는 그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의 조선일보사 앞 집회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정국에 대해 명 대표는 “그 당시는 조갑제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군인들에게 노골적으로 쿠데타를 선동하는 글을 잇달아 쓰던 시기”였다면서, “실제로 7개월 뒤에 국회에서 탄핵이라는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아무튼 그날 명 대표를 비롯한 이들은 조선일보 신경무 화백이 대통령을 조폭에 비유하는 만평을 연일 그리는 것에 대한 항의집회 중이었다고 한다. “1시간 가까이 넘게 집회를 하고 조선일보 사옥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막 코리아나호텔 옆을 돌아나오는 순간, 조갑제 씨, 서정갑 씨와 마주쳤습니다. 우리 일행이 슬슬 움직이니까 끝난 줄 알고 밖으로 나오려던 참이었나본데, 그 사람들을 보는 순간 집회 참가자들이 술렁거리더군요. 몇몇 사람은 그 두 사람을 향해 몸을 날리려고도 했고, 아무튼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순간 앞 쪽에서 ‘탕~’하는 총소리가 들렸어요. 알고 보니까 서정갑 씨가 호신용으로 들고 다닌다는 총을 발사한 것이더군요.” 다음날 조선일보는 ‘盧’라는 완장을 차고 의자에 앉아 신문들의 만평을 검열하면서 “감히 노짱을…쟤 손 좀 봐라!”고 지시하는 명계남을 그린 만평으로 응수했다. 또 한국시사만화가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민의 힘의 집회는 풍자성에 대한 몰이해이고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이며, 전체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했었다.
명 대표는 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그는 “그렇게 우리들의 힘이 막강했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하루에 200만 부씩 꼬박꼬박 시골 촌구석까지 배달되는 거대 언론에 실리는 만평과 기사 한 줄 제대로 실리지 않은 우리들의 집회 중 어느 것이 더 ‘위협적’이냐”고 따졌다. 명 대표는 “표현의 자유는 언론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풍자는 시사만화가의 독점적 권한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는 국민들 개개인이 가진 자유의 총화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언론사나 언론인에게만 배타적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져 주어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패한 것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진보지식인 당신들이다” 명 대표는 요즘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리아포커스넷’이라는 이름의 무가주간지와 ‘바보노무현.com’이라는 인터넷 매체를 동시에 창간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화두로 내놓은 ‘개헌 문제’에 대한 홍보에도 열심이다. 아울러 “참여정부는 실패했다”고 미리 평가해버린 진보 진영의 일부 지식인과의 논쟁도 준비하고 있다. 명 대표는 인터뷰에서, “실패한 것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일부 진보 지식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희연 교수와 최장집 교수가 참여정부를 두고 연이어 ‘실패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패라고 단정하는 근거를 알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 교수나 조 교수의 많은 글들은 참여정부 실패의 이유에 대한 설명은 차고 넘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비판했다. 명 대표는 또 “지지율을 근거로 든다면, 여론조사가 한 정권의 실패와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인지 의문스럽다”면서, “그 잣대로는 국민의 정부와 문민정부 모두 실패한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문민정부조차도 아예 건질 것 없는 실패한 정부는 아닙니다. 국민들을 절망시키기는 했지만, 그 정부에서도 민주주의의 진전은 있었던 거죠. 결정적으로 군부가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금융실명제가 도입됐고, 전두환·노태우의 쿠테타를 내란음모죄로 규정해 역사적 판결을 받도록 한 것은 평가받아야 합니다.” 명 대표는 “조 교수나 최 교수가 이 정부를 실패했다고 단정하는 이유가 너무도 쉽고 편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결과가 아니라면, 이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이 정부는 아직도 집권 중이며,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려는 세력과 집단 속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더러 ‘이제 일 벌이지 말고 국정과제를 마무리하라’고 하는데, 이 말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끊임없이 그들의 꿀단지를 건드려왔다는 반증 아니냐”고 주장했다. 명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과제를 던지는 집단은 시민사회도 아니고 국회도 아니며, 언론은 더더욱 아니고, 조 교수나 최 교수 같은 지식인 그룹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뿐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그들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 좇은 적 없다” 명 대표는 “물론 참여정부가 할 일을 다 했고, 이것들이 모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시대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고 그것이 바탕이 돼 미래에는 더 나은 해답을 향해 나가도록 하는 것만이 하늘이 인간에게 허용한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지난 4년 간 놀지 않았으며, 그 이전 정부들처럼 권력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좇아 안되는 일을 되게 도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즉, “비록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미숙한 점을 노출했다고는 하더라도, 정권이 다 끝나지도 않았고, 1년이나 남은 지금, 진보진영으로부터 ‘실패한 정권’이라는 가혹한 평가를 받을 만큼 잘못하거나 게으르지는 않았다”고 명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실패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이유에 대해, “참여정부를 등장시킨 사람들이 노무현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과제와 시대정신의 많은 부분이 완수됐다”고 말했다. 명 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우리가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국민통합’·‘정치개혁’·‘언론개혁’이었다”고 소개하고, “그 외에 ‘지역주의 극복과 지방분권화와 균형발전’ 등이 국민통합의 세부과제였다면, 정치개혁은 ‘권위주의 정치 청산과 정당개혁’·‘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문화와 참여정치’ 등이고, 언론개혁은 ‘권언유착 단절’과 ‘신문법 개정’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에 참여정부가 소홀히 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역주의 극복이 가장 더디긴 하지만 대통령은 이를 위해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한 지역주의 완화를 국회에 요청하고 정치권이 이를 논의해줄 것을 여러 번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이었다”고 정치권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명 대표는 또 “조희연 교수는 ‘대통령의 말이 동사무소 주사 수준’이라고 폄하했지만, 조 교수가 말하는 대통령의 언어에 담긴 진정성은 사실 동사무소 주사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먹을 수 있는 진심을 담고 있다”고 조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장집 교수에 대해서도 명 대표는, “최 교수는 ‘정치는 진정성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러기에 더더욱 참여정부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탓’이야말로 진보들이 놀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알리바이” 이날 인터뷰에서 명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발(發)로 시작된 개헌 문제에 이른바 ‘진보진영’이 침묵하거나 반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명 대표는 “개헌 논의가 노무현이 제기하니까 잘 안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진보들’이 있다”면서, “최장집 교수는 조중동과 수수 카르텔의 완고함을 강조하는 것은 참여정부 실패의 알리바이일 뿐이라고 했는데, 그러나 ‘진보들’의 ‘노무현 탓’이야말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편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공박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임기단축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할 정도였고, 한나라당은 2005년 5월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통해 펴낸 책 <개헌은 시대정신의 구현입니다>에서 ‘당장 2006년 1월 1일부터라도 국회의 모든 정파와 정당의 대표로 구성된 개헌특위를 설치해 공개적인 헌법 개정 작업을 하자’고까지 주장했었다”고 밝혔다. 명 대표는 “시민사회 역시 지난 2003년 이후 개헌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2006년 여름 대산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개헌 관련 토론회는 한겨레가 이를 ‘2단계 개헌론’으로 정리해 보도하기까지 했다”고 소개하고, “그러나 2007년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는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반대하거나 훼방을 놓기도 한다”며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시민사회와 진보세력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들이 해왔던 개헌 주장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면, 그리고 ‘87년 체제 극복’을 열심히 주장하고 떠든 것이 ‘하면 좋고 안 해도 별반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지지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진보 진영의 ‘침묵’을 비판했다. 명 대표는 “무거운 총대를 받쳐주지는 못할망정, 노무현이 하니까 싫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들의 ‘능력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무능한 진보들이 다른 계산속을 가리기 위한 방패막이로 노 대통령을 앞세우는 형국이 아니고 뭐냐”며 “진보들이 개헌을 반대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는 자신들이 선점하고 싶은 의제를 노무현이 가로챘다는 피해의식의 소산”이라고 비판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