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매매·알선 인터넷 카페 성업, 국내 33곳 활동 중

2005년과 지난해 국내 불법장기매매와 중국에의 원정 장기매매 실태가 알려지면서, 장기매매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인터넷을 통한 불법 장기매매가 활개를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녀자와 청소년의 실종, 납치 사건이 장기매매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불법 장기매매는 대형 포털의 카페와 지식검색창 등을 통해 대거 이뤄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거대 조직들도 가담하고 있다는 것. 최근 국내에서 장기 매매·알선행위를 하는 인터넷 카페가 11개, 중국 원정 수술을 알선하는 카페가 12개로 각각 조사됐다. 또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의 게시판에는 개인 장기매매 광고가 다수 게재돼 있으며, 이들 광고에는 미성년자들이 자신의 장기를 팔겠다는 광고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병원에서 장기 이식수술을 알선하는 광고의 경우 구체적인 비용이 표시되어 있다. 더군다나, 중국원정 장기매매는 최근 수술비가 크게 오른 데다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나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1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이뤄지는 국내외 장기 매매·알선행위’ 조사 결과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전국적으로 빈발하는 부녀자 및 미성년자 납치 사건이 장기매매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관계 당국은 장기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불법 장기매매에 대한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포털에는 “A형과 O형 28세 남자 2명 있습니다. 간과 신장 뭐든지 이식이 가능합니다. 연락주세요”라던가 “19세 남자 2명(A형, B형), 여자 2명(A형, O형). 신체 엄청 건강합니다. 진심으로 필요하신 분 연락 바랍니다. 돈이 급히 필요합니다” 등 장기를 팔겠다는 사람의 나이와 혈액형·성별·거주지 등 자세한 사항까지도 나와 있는 상황. 이에 박재완 의원은 “경제적으로 절박한 사람들은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볼 수 있는 지식검색창 등을 통해서도 자신의 신장과 간 등의 판매를 시도한다”며 “더구나 지식검색의 경우 미성년자들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카페나 비공개 블로그 등을 통해 장기매매를 운영하는 조직도 다수 존재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당국의 대대적인 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종 부녀자·미성년자, 해외 장기적출 조직과 연관 가능성” 박 의원은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빈발하는 부녀자·미성년자 실종 사건의 경우 장기매매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혀, 이미 수사 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얼마 전 경찰 고위 간부들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최근 특정지역에서 납치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중국 장기적출 조직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성적인 목적으로 부녀자를 납치하는 경우, ‘범인의 취향’이 반영되기 때에 대개 피해자의 연령대가 비슷하다는 것. 그러나 최근 납치실종 피해자의 경우 연령대가 매우 다양하고 아주 건강한 사람이 많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납치범이 사전에 수일간 미행한 흔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도 있지만 건강 상태를 살핀 게 아닌가 싶다”며 “시체도 없고 중국 장기 적출 사건처럼 외국 조직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납치·구금 혹은 가출시 파생된 사채의 변제 등을 강요당하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판매하려는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A포털 지식검색창에 게시된 글 처럼 미성년자 4명의 장기를 확보한 브로커의 정체와 장기 확보방법 등을 철저히 추적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기매매 문서위조 인터넷 카페 74곳 한편, 해외 장기매매를 위해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 유통시키는 인터넷 전문카페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완 의원은 “각종 공·사문서를 상업적으로 위조해 장기매매·취업·, 사기 등의 목적으로 유통시키는 포털사이트 전문카페 74곳이 성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들 위조 카페는 생활기록부의 경우 30만~50만원, 주민등록증 30만~80만원, 여권 140만~250만원에 공급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한 위조문서가 원본과 다름없어 적발되지 않으며 신청 후 2박3일 내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박재완 의원은 “경찰 단속으로 위조카페가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10월이후 다시 위조카페가 급증하는 것은 그만큼 위조서류의 수요가 많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정통부·경찰청 등의 제한된 인력만으로는 감시에 한계가 있으므로 불법통신 신고자에 대한 포상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불법통신 수사 의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커 장기 판매대금 상당부분 가로채기도” 장기매매 브로커들은 경제적으로 곤궁한 기증자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점을 악용해 신장·간 등 판매대금의 일부를 가로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신장 밀매를 할 경우 브로커가 2000만원, 장기 판매자가 1000만원을, 간의 경우 브로커가 4000만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3000만원이 판매자 차지가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장기공급 부족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들도 늘고 있지만, 중국 상해 모병원의 경우 한국 환자 수술비가 11개월 만에 2차례 인상(신장 최고 48%, 간 최고 26% 인상)되는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중국 의사들의 촌지 요구, 수술 후유증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행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기를 사고 팔고, 이를 교사·알선·방조한 자는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장기매매 사기사건도 잇따라 대포통장 통해 조직검사비 수십만원씩 갈취 장기매매 알선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조직검사비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사기사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장기매매 전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른바 대포통장 계좌로 돈을 보내도록 한 후 연락을 끊는 방식을 사용했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대포통장 계좌를 통해 피해자로 추정되는 43명이 20만~50만원씩 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중 4명에게 피해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 장기를 팔아서라도 생활비를 조달하거나 재기를 하기 위해 광고를 보고 연락을 취한 피해자들에게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며 안심시킨 후 먼저 조직검사비를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원정장기매매 “출처 없는 장기 이식으로 사망피해 속출”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기증률은 2005년 1백만명당 1.9명으로 선진국에 비해 5분의 1도 안된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연간 대기이식자수는 지난 2003년 11,771명, 2004년 13,100명, 2005년 15,012명으로 해마다 약 2,000여명 가량 급증하고 있는 반면, 실제 이식이 가능한 뇌사자수는 각각 68명, 86명, 91명으로 채 100명도 넘지 못하는 심각한 실정이다.

따라서 부족한 장기를 구하기 위한 원정 장기 이식 수술자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대한이식학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원정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는 1999년 2명, 2001년 4명, 2002년 24명, 2003년 73명, 2004년 124명 등으로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장기매매는 대부분 불법장기매매이며, 사형수 장기이식 등 검증되지 않는 음성적인 경로로의 장기매매가 범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관계자는 “현재 100여명의 환자들이 알 수 없는 장기를 이식 받고 병원을 찾아와 검진을 받고 있다”며 “대부분이 중국을 통한 장기이식자들로 확인되고 있으며, 일부 환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중국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이석구 교수가 중국에서 장기이식 후 생존해 돌아와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이식과 신장이식을 포함해 2002년 25명, 2003년 100명, 2004년 313명, 2005년 491명으로 중국 장기의 출처가 불분명한 매우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 이식을 받는 도중 사망하거나 생존하더라도 감염 및 거부반응, 수술적 부작용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이 매우 많다”며 “외국인을 위한 장기이식이 비즈니스화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 중국위생부 “사형수 장기적출” 시인 2005년 말, 중국위생부 황제푸 부부장이 장기이식 수술에 이용되는 대부분의 장기가 사형수들의 몸에서 적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해외언론에서 중국 불법 생체장기적출에 대한 보도와 진상규명 촉구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 위치한 노동수용소 및 강제수용소 등에서 살아있는 수감자의 간·신장 등을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로 적출하고 있고 이렇게 적출된 장기는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을 포함한 전세계 외국인에게 이식되고 있다는 것. 특히, 장기를 적출 당한 수감자는 숨을 거두기도 전에 소각된다고 밝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 ‘AFP통신’은 “중국 쑤자툰의 한 수용소에서 약 6,000명 중 약 75%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망,소각됐으며, 그들의 장기는 병원 등을 통해 판매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타임즈’는 생체장기이식을 폭로한 중국인 저널리스트 진중(가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수차례 보도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인체 장기 매매 합법화 검토해야” 주장도 날로 증가하는 장기불법매매를 없애기 위해서는 장기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대학교수 2명은 최근 장기매매를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이제 합법화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주립대학 신장전문의 엘리 프리드만 교수와 예일 대학 이식전문의 에이미프리드먼 교수는 전문지 ‘신장 인터내셔널’ 최근호에서 신장의 경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장기 거래 합법화를 주장했다. 두 교수는 “장기기증 제도가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암시장만 번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장기 매매 합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장기 매매가 불법인데다 도덕적으로 아직 용인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암시장에서 자발적 장기 매매는 매년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필리핀 장기매매 허용…신장이 5000만원 이런 가운데 필리핀은 장기매매를 허용할 계획임을 밝혀, 장기매매 합법화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필리핀 보건당국은 올 2월 외국인도 합법적으로 콩팥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올해 안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비밀리에 횡행하고 있는 신장 등 장기의 국제거래를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내 인정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 필리핀 정부가 검토중인 방식은 신장 이식을 원하는 외국인 환자가 필리핀인 신장제공자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이와는 별도로 필리핀인 환자 중 신장 이식이 필요한 사람(1명)의 이식수술비를 부담하면 이식수술을 받을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나 필리핀 내부에서 ‘자본으로 인한 장기의 착취’라는 비판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신장 합법 매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 매매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으며, 합법화할 경우에는 결국 제3세계 사람들이 착취를 당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우리나라, 장기매매 방지 ‘순수성평가위원회’ 설치 정부는 연이은 장기매매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되자, 불법 장기매매를 막기 위해 장기이식 의료기관에 ‘순수성평가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또 각 의료기관마다 신분증 위조를 통한 장기매매를 차단하기 위해 라이어스(RIUS) 프로그램도 도입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장기수요 증가 및 중국원정이식 감소로 인해 국내 장기수요 불균형이 심화돼 생체장기 불법매매가 증가된다며 이 같은 내용의 장기매매 예방대책을 일부 공개했다.

복지부는 우리나라는 생체기증이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증자가 이식자를 지정할 수 있고, 의료기관의 순수성평가 및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승인의 실효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신분증 위조 등 불법적인 장기매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파악했다. 이를 막기 위해 복지부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시행규칙을 개정하기 위해 현재 부내 협의를 마치고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될 내용에 따르면 장기이식 의료기관의 장은 ‘순수성평가위원회’를 두고 타인과 친족간에 순수성이 확실하지 않은 신청자에 대해 사회복지사의 상담기록지 및 기타 상담결과 증빙서류를 첨부해 순수성 평가를 요청해야 한다. 또 장기이식 의료기관의 장은 순수성평가 결과지를 KONOS에 제출해야 한다. 이외에도 신분증위조 방지를 위해 행정자치부와 협의, 라이어스(RIUS) 프로그램의 행정정보공동이용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라이어스 프로그램은 전국 시·군·구청에 설치된 주민등록업무용 시스템이며, 기증 대상자의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대상자의 화상정보까지 컴퓨터의 화면에 출력돼 본인진위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정부는 경찰과 협조체계 강화를 통해 불법장기매매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생체장기 기증의 특성상 사이버 등 매매의 장이 형성되기 쉽기 때문에 사전예방대책과 감독방안 등을 경찰청 외사국 및 수사국과 공조할 방침이다. 또한 생체장기 이식보다 뇌사자 장기기증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장기구득기관 시범사업을 이달 중 공모,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엄격한 장기관리체계로 신뢰할 수 있는 장기유통체계와 더불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전반적인 인식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