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富裕)한 채로 죽는 것은 인간의 치욕이다』― 미국의 철강왕(鐵鋼王) 카네기의 말이다. 『인생은 벌거숭이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으로 간다』는 종교철학적인 뜻도 담겨있는 카네기의 말에는 「인류 양심의 정의」라는 큰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는 일생을 통해 4억 달러를 벌었지만 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옳게 쓰는 것이 목적이었다. 카네기는 문화와 교육과 평화와 학술 연구를 위해 일생을 통해 3억6500만 달러를 사회에 「기부(寄附)」했다. 1900년에는 피츠버그(그는 이곳에서 살았고 그의 강철공장이 여기에 있다)에 카네기 공과대학을 세우고, 1902년에는 수도 워싱턴에 카네기 연구소를 만들었다. 평화를 위한 영웅적 운동을 찬양하기 위해 1904년에는 미국에, 1908년에는 영국에 카네기영웅기금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관 건설을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했고,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을 수립했다. 1918년 그가 죽기 전까지 세워놓은 도서관이 모두 2,500곳이 넘는다. 미국 음악의 전당 카네기홀도 그가 지은 것이다. 1839년 영국 더블린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와서 목면공장의 실 감는 직공에서 출발하여 당대에 세계 강철왕이 된 카네기는 생전에 자기 무덤을 만들고 그 묘비명에 『여기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모으는 기술을 알고 있던 한 인간이 잠들다』라고 썼다. 그가 돈을 모으는데 많은 고통을 겪었음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록펠러도, 카네기도, 포드도 모두 큰 재단을 설립하여 미국 국민들에게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봉사를 하였다. 오늘날 세계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이런 봉사자들이 커다란 자양분이 된 것이 사실로 느껴진다. 우리나라 어떤 재벌들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부의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돈 버는 목적이 감투를 쓰고, 국회의원이 되고, 남몰래 미인 축첩을 거느리는데 빠져있지 않은지. 돈은 벌기보다 옳게 쓰기가 더 어려운 것인데 …. 그런데 아시아의 최고 부자로 불려져 온 리카싱(李嘉誠·79) 홍콩 청쿵(長江)그룹 회장이 친구인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의 이름을 따 설립된 싱가포르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에 6,500만 달러(한화 약 615억 원)를 기부 했다고 8일 밝혀지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전문대학원인 이 학교는 아시아의 정책 결정권자들을 교육시키며 명성을 쌓아온 명문이다. 기부금은 교수들을 채용하고, 매년 40개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사용되며, 중국·홍콩·인도·베트남·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출신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대학원 측은 그의 기부에 감사를 표시하는 뜻으로 대학원 건물 중 하나에 그의 이름을 붙일 예정이라고 한다. 평소 자신의 재산 3분의 2를 자선에 기부하고 싶다고 피력해온 리카싱은 『이 장학금이 영원한 번영과 평화의 씨들을 뿌릴 수 있기를 희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리콴유는 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 동안 싱가포르 총리를 지내면서 부정부패 추방운동으로, 침략자 일본군에 의해 폐허가 된 싱가포르 경제 재건에 크게 이바지 한바 있다. 현재 아들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내각에서 선임 장관을 맡고 있는데 리 선임 장관은 이날 리카싱을 친구라고 말하면서 『내 이름을 따서 설립된 학교의 캠퍼스 건물가운데 그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수년전만 하더라도 아시아 경제 발전상을 논하면서 「아시아의 세 마리 용(龍)」에 한국·대만·싱가포르를 거론한 적이 있었는데 싱가포르가 한국·대만을 따돌리더니 그 나라에 이런 경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면서 상속세를 속여 이득을 보려고 하지 않나, 유산을 두고 형제끼리, 모자간에 법정투쟁을 하지 않나, 몹시 답답한 대목이 줄을 이어 왔다. 돈은 버는 것 보다 쓰기가 더 어려운 진리를 이 나라 사람들은 각성해야 한다. 『부유한 채로 죽는 것은 인간의 치욕이다』 얼마나 우리들의 심장을 뛰게 한 명언인가. -박충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