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인 한상렬 목사(전북 고백교회)는 기자에게 히틀러를 살해하려다 붙잡혀 교수형을 당한 디트리히 본히퍼(Bonhoeffer) 목사가 한 이야기를 꺼냈다. 1969년 전북대 총학생회장 시절 별명이 돌부처일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었던 그가 이처럼 강렬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미친 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낭떠러지로 가는데 가만히 앉아서 기도할 수 없었다고 본히퍼 목사가 말했죠. 목사 입장에서 지금 한미FTA를 강행하는 미친 운전기사(노무현 대통령)를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상렬 공동대표 등 12명의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3월 12일부터 서울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CNBNEWS는 범국본 공동대표이자 통일연대 상임대표인 한상렬 목사를 22일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 Q. 단식 11일째다. 건강상태는 괜찮은가 “그동안 수차례 단식을 해왔다. 이번 단식은 나이 탓인지 힘겹게 느껴진다. 몸은 힘들지만 한미FTA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다. 올해 57세인 그는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빼놓치 않아왔다. 2002년 미선이 효순이를 장갑차로 죽인 미군에 대한 무죄판결 때는 이에 항의하는 삭발식에 동참했고, 이 때 그가 흘린 눈물은 전국 각지에서 10만명을 광화문으로 불러 모은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Q. 12일 단식농성 때보다 참여 인원이 늘었다. 광화문 한 복판에 있는 공원이라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도 많을텐데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처음 12명으로 시작한 단식농성에 일 주일만에 100여명이 함께 했다. 또 25일 이후부터는 1,000여명이 단식에 함께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함께 해주는 것에 감동을 받았고 힘이 되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앞둔 한 부부는 ‘생수라도 사서 드시라’면서 외식비를 건넸고, 촛불집회에 필요한 양초를 주고 간 시민들도 있었다.” Q. 한미FTA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한미FTA를 추진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범국본과 민주노동당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2.8%가 ‘협상내용을 공개할 것’, 63.2%가 ‘국민투표를 통해 다음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 하고 의견도 77.4%에 달했다. 그런데도 3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는 못 짓는다’고 말한 것을 듣고, 정말 이럴수도 있구나 하는 절망감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한미FTA에 세뇌됐고 그 고정관념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이다.
정부나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한미FTA 체결 이후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해도 국민이면 누구나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독단적인 사고방식이다.” Q. 인터뷰 초반에 하신 말씀은 노무현 대통령 퇴진운동까지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물론 노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범국본 내부에서도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이자는 의견에는 아직까지 이견이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퇴진을 촉구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의 마음을 담아 ‘바보 노무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젠 진짜 ‘바보’가 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Q. 한미FTA 왜 반대하나 “한미FTA는 신자유주의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범국본은 물론 한미FTA를 반대해온 사람들은 한미FTA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수차례 지적해왔다. 신자유주의와 한미FTA는 ‘물질이냐, 정신이냐’ 하는 문제에서 물질을 선택하는 것이다. 돈과 물질로 인간의 가치는 파괴될 것이다. 통일운동을 해온 입장에서는 남북 분단상태를 고착화하는 측면도 강조하고 싶다. 현재 동북아관계는 한-미-일 동맹 구조로 가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남북-미-일 관계가 되어야 한다. 한미FTA는 결국 통일을 더 어렵게하고 분단을 고착화하고 심화시킬 것이다. 지금 정부는 한미FTA 체결 이후 통일이 되면 협상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가” Q.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즉각 한미FTA를 중단해야 한다. 한미FTA를 거부하고 저지하는 원칙적인 입장이 있지만 적어도 국민의 뜻이 정말 무엇인지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국민투표가 한미FTA를 합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지금처럼 졸속적으로 한미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는 국민투표는 최소한이면서 최선의 선택이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