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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향교의 담장에 기대어

유교문화의 산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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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호 ⁄ 2007.07.03 11:38:24

아주 오랜 옛날 - 신라, 가야, 혹은 그 이전 시대부터 부산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은 동래지역이었다. 부산이라는 명칭이 있기 전에 먼저 동래라는 지명이 등장하였으며, 부산 지역 인근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살던 곳도 바로 동래지역이었다. 그래서 동래에는 권력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고분들이 발견되기도 했고,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명문가인 ‘동래 정씨’를 비롯한 많은 양반들이 살던 곳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동래지방은 아주 중요한 행정구역이었으며, 동래부사의 벼슬도 정3품 당상관일 정도였다. 이런 점에서 동래지방에 양반집 자제를 대상으로 하는 공립학교가 들어선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원래 향교는 각 지방에 유교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이었다. 조선을 창업했던 태조 이성계는 뛰어난 유교적 합리주의자인 정도전의 의견을 받아들여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유교이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당시 고려사회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하였고, 무엇보다도 불교에 의한 폐해가 심했다. 따라서 혁명이나 개혁이 필요했는데, 정몽주 등은 개혁을 하고자 한 반면 정도전를 비롯한 진보적인 학자들은 혁명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지도이념으로 유교적 합리주의를 받아 들였고, 이를 실현할 매개체로써 당시 신군부세력인 이성계 일파와 손을 잡은 것이다. 역성혁명에 성공한 집권세력은 유교이데올로기를 백성들에게 자세히 알리기 위해 각 지방에 향교를 세웠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각 지방의 관학교육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확대 개편한 것이었다. 사림파가 중심이 되어 각 지방에 세운 사립학교가 ‘서원’이라면, 향교는 정부가 세우고 지원했던 지방의 공립 중등학교였다. 즉, 향교는 오늘날의 공립 중·고등학교에 해당되며 국립대학인 성균관보다는 낮은 단계의 교육 기관이었다. 또한 향교는 단순히 교육기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유교를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성현들에 대한 사당으로써의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동래 향교 역시 위와 같은 여러 목적을 가지고 동래구 명륜동에 설립되었다. 향교 안에는 중국과 조선의 유학자들을 모신 대성전, 학문을 강의하는 명륜당, 학생들이 생활하는 동재와 서재, 그리고 동무와 서무, 반화루 등의 부속건물이 있다. 전체적인 건물의 배치는 반화루에서 볼 때 정면에 명륜당과 동서재가 모여 배움의 공간을 이루고 있고, 오른쪽으로 대성전과 동서무가 모여 제사공간을 이루고 있다. 대성전과 명륜당이 앞뒤 일렬로 놓인 일반향교의 건물배치와는 달리, 동래향교는 두 건물이 동서 양쪽으로 구분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정문인 2층 문루를 ‘반화루’라고 한 것은 성인을 따라 덕을 이루고, 임금을 받들어 공을 세우기를 원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동래 향교의 교품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향교에는 보통 서당 공부를 마친 16세 이상의 학생이 입학했는데, 드물게는 평민이 입학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향교 학생 열 명의 추천을 받고 <소학> 시험을 치러 합격하면 입학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시험을 응시하는 데에는 차별이 있어, 양반의 자제는 소과나 문과에 응시한 반면 평민의 자제는 주로 잡과에 응시했다고 한다.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교육기관인 향교는 퇴색해져 갔는데, 교수 지원자가 갈수록 떨어지고 조정의 지원이 뜸해진 것이 그 원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향교 교육의 질이 저하되면서, 향교 학생 중에는 일반 평민이 점차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부유한 양반집 자제들은 점차 이름 높은 선비가 운영하는 서원으로 입학하게 되었고, 공교육의 권위를 상실한 향교에는 가난한 평민의 자녀가 많이 들어가게 되었다. 부산시지정 유형문화재 제6호인 동래향교에서는 현재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기도 하며, 일요일에는 전통혼례식이 가끔 열려 옛것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필자가 방문한 날에도 한 쌍의 젊은이들이 전통 혼례 양식에 따라 엄숙하게 혼인식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을 위한 점심상이 명륜당 옆 푸른 잔디밭에 차려져 있어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동래 향교는 명륜동 지하철 역 근처 명륜초등학교 옆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한 번 쯤 방문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김대갑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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