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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질서의 주인공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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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호 ⁄ 2007.07.03 11:39:28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말 그대로 ‘복잡계(complex system, 複雜系)’라 할 수 있다.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구성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시스템 혹은 세계로 이해된다. 반면, 기존의 지식들은 복잡계를 이해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미간 FTA 추진과 관련하여 어느 연구원의 분석결과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현재의 경제이론들은 현재의 복잡한 국제상거래와 그 효과를 분석하기에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과 한계에 대해 좀 더 솔직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우리 사회를 양분시키는데 일조를 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들은 대부분 우리만의 고립된 이슈들이 아니다. 全세계가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예컨대, 고령화와 저출산율, 청년실업과 고용의 불안정,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 등 어느 하나 우리에게만 국한된 만만한 주제가 아니다. 복잡계에서는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질서가 ‘출현(emergence)’하는 점에 주목한다.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슈들은 하나하나가 새로운 질서를 조직해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양분시키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경우들은 대개 20세기 서구사회가 경험 속에서 축적한 보수와 진보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들이다. 서구사회의 보수와 진보가 2차대전 이후(여기에 동의를 하기 싫다면), 아니 최소한 1960년대 이후 방황을 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움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낡은 구분에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세계 전체를 보더라도 어떤 사회든 다원화의 확산에 따라 형성되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장기적으로는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또 단기적으로는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차원보다는 작은 지역 단위부터 제도의 적응을 통해 대응한다.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창출하여 동북아와 인류사회 전체에 기여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우리의 시대적 과제 또한 다르지 않다. 어떤 이는 오늘의 시대를 ‘미·중 兩强 시대’로 규정한다.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독주를 해오던 미국이 통제력과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비해, 중국은 모두의 예상보다 빠르게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사의 흐름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읽는데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다만 한반도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인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하나의 컬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 둘을 고정된 컬러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미·중 양국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수많은 것들, 예컨대 국가·시장·시민사회·경제·문화 등등에 의해 그 모습이 규정된다. 다시 말해, 미국과 중국의 컬러는 외부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내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오늘날 미국은 새로운 도전자인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중국위협론’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여 중국은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아시아·아프리카 그리고 미국이 자신의 안마당이라고 생각하는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관계망을 확장시키고 있다. 곧,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미국에 대한 ‘역포위’ 작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질서라는 복잡계는 미시적(微視的) 단위에서 중요한 변화들이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 이 변화들을 따로 떼어 바라보면 거시적(巨視的) 세계질서가 안정적이고 변화없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변화를 연동시켜 바라보면, 세계사의 시계(視界)는 새로운 질서의 창출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반도가 세계질서의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문제는 한국이 동북아 질서는 물론이고 한반도 질서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독립변수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지금의 국제사회 분위기를 보면 그런 것 같다. 이는 한반도 질서에 변화를 미칠 수 있는 우리의 선택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미국과 중국을 통해 우리의 목표를 관철시키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의 생명을 운에 맡기고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봐서, 한반도의 질서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선택(정책)들의 결정과정에서 주변 강대국들의 호의를 기대하는 것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뭐가 있을까? 이제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해진다. 공동체의 비전 확보, 국가적 아젠다를 추진할 시스템의 마련,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통합을 이끌어낼 리더십의 확보 등등을 풀어내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대한민국 선진화를 추동할 선진화 주체세력을 조직하는 것부터다. 이것이 현실화될 때 선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대장정을 성공시킬 수 있다. 한시바삐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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