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간의 날선 대립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조사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양측 후보가 또 다시 충돌했다. 후보검증을 비롯, 경선룰·정책 등 계속 대립을 하고 있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인터넷을 두고 또 한차례 공방을 하고 있는 것. 논란의 시작은 포털사이트인 ‘야후코리아’가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발표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야후코리아는 포털 사이트 중 가장 먼저 2007 대선 페이지를 오픈한 이후 온라인패널을 모집,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는 야후코리아가 사전에 모집한 5000여명의 패널 중 3700여 명이 참여했고, 이와 별도로 2000여명이 온라인 신청을 통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후코리아는 23일 대선 페이지에 “일부 특정후보 지지자층이 집단으로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이 돼 해당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이를 두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이 전 시장보다 높게 나오자 발표를 미뤘다며, 야후코리아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팬클럽인 ‘대한민국 박사모’(www.parksamo.com)는 23일 성명을 통해 야후측에 대한 항의를 표시했다. 박사모는 “박근혜 전 대표가 47% 이상, 이명박 전 시장이 18%대로 결과가 나오자,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1주일 연기하는 것”이라며 여론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 박 전 대표 측의 한선교 대변인도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두 기관이 사실상 공개를 전제로 여론조사를 하고도 그 결과는 밝히지 않는 것은 기관 공신력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지체없이 결과를 발표하고 경위를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선교 의원은 “야후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작) 진실여부에 대해서는 물론 아직까지 소문이고 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믿고 있지는 않지만, 왜 여론결과를 숨기려했는지, 왜곡시키려했는지는 몰라도, 양 기관은 해명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우리 역시 이번 인터넷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을 통해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며 “여론조사가 대선 후보 경선에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추호의 의혹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신뢰도 문제로 대선 여론 조사 발표 않겠다” 하지만 야후측은 “여론조사 수치를 발표한 적이 없다”며 “발표하지도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박사모 측에서 억지로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야후코리아 홍보팀 관계자는 “오프라인 여론조사는 설문 대상자의 지역과 연령 등이 안배되고, 비자발적인 데 반해, 온라인 여론조사는 원하는 사람이 참여하는 자발적인 특성이 있어 둘 사이 간극이 있다”며 “이번 온라인 여론조사에 특정 계층이 집중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자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관련 온라인 여론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 이런 오류들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다면 검토하지 않고 그냥 발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후코리아는 결국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야후코리아는 28일 저녁 대선 페이지를 통해 “이번 1차 여론조사가 참가자 모집을 포함한 몇몇 진행 과정에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발생, 결과적으로 신뢰도가 높지 못한 여론 조사로 진행됐다”며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론조사의 경우 높은 신뢰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대 원칙하에 1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야후코리아는 “온라인 여론조사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설문조사와 달리 참가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신뢰도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제기돼 전문 여론조사 기관과 함께 본 조사를 실시하는 등 온라인 여론조사와 오프라인 여론조사간의 신뢰도의 간극을 줄여나가기 위해 여러 접근을 했지만 결국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여론조사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야후코리아는 “1차 여론조사와 관련된 오해를 풀기 위해 원시데이터 공개를 고려했으나 신뢰도가 낮은 데이터를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나아가 신뢰도가 낮은 데이터들의 임의 사용 및 왜곡,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 역시 존재함은 물론 자칫 공직선거법에도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후코리아는 박근혜 전 대표측이 ‘이명박 전 시장보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와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제기되고 있는 투표 참여 인단 숫자 및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된 근거 없는 구체적인 수치 등은 당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야후코리아 김병석 홍보팀 차장은 “함께 할 여론조사 기관을 찾는 등 신뢰도 확보 방안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온라인 여론조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측, 야후 여론조사 발표 취소 강력 비난 야후코리아가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를 취소하자 박근혜 전 대표측은 또다시 강력하게 야후를 비난하며, 여론조사 공개를 촉구했다. 한선교 의원은 29일 성명을 통해 “공신력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여론조사기관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 대변인은 “야후 측의 발표 내용도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네티즌 20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해놓고 1차 조사 인원이 5,700명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조사방식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변인은 또 “조사기법상의 문제라면서 책임 회피하고 있지만 1일 방문자가 수백만명에 이르는 포털사이트에서 한 달 동안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참여한 인원이 고작 5천여명이라는 것에 대해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야후 측은 “이번 1차 여론조사와 관련해 최근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서 실제 사실과 전혀 다른 여론조사 참여인수 및 모집 방식, 그리고 지지율 등에 대한 루머가 제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미 여러 번 다양한 언론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일부 제기되고 있는 투표 참여 인단 숫자 및 본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된 근거 없는 구체적인 수치 등은 당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사실 무근의 내용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박 전 대표 측의 의혹제기를 반박했다. 한나라당 게시판과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 게시판에도 이와 관련해 비판하는 글들이 무수히 오르고 있다. ‘박사모’의 정광용 대표도 “여론조사 결과가 박근혜 47% 이상, 이명박 18%로 나오자 결과발표를 연기한 것”이라며 “야후-갤럽은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이냐. 아니면 여론 조작을 하자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2년 대선에 미친 인터넷의 영향력은 실로 컸다. 올 대선에는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력이 지난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아래 대선 후보들로서는 인터넷 언론을 비롯, UCC와 블로그, 미니홈피 등 인터넷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포털 사이트가 대선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당국, 업계 등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이번 2007년 대선을 두고,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포털 사이트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심의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선관위는 언론사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포털에게 정치광고 게재를 허용해 주고 있다”며 “막대한 광고가 포털에 몰리면서 이러한 거래가 포털의 대선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해야 하며 부정적 악영향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