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타결’ 우려 여론이 높은 가운데 한미FTA협상이 30일 협상 최종 마감시한을 앞두고 있다. 한미FTA협상 중단을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한미FTA 중단을 주장하는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미FTA 중단을 촉구하는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협상 마감 이틀을 앞둔 28일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시민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는 지난 2002년 미선이·효순이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최대 규모였다. ■ “우리나라 통상관료 어느 나라 관료인지 묻고 싶다 ” 이날 서울광장에서 한미FTA중단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신권화정(여·34세)씨는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우리 사회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고 경고하면서 “한미FTA 협상은 우리한테 유리한 면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석호(남·33세)씨는 “우선 한미FTA 협상 자체가 불평등한 협상이다. 2004년 WTO 협상에서 10년간 쌀 수입을 유예하기로 했는데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한다며 우리 협상단은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한미FTA 토론회를 보면 찬반 양쪽마저 서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면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한미FTA 협상 자체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도 미국과 FTA 협상을 하면서 국민 3%인 농민들의 반대에 FTA를 중단했던 만큼 국민들이 반대하는 한미FTA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한 민 아무개씨(남·42세)씨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는 서로 FTA를 할 정도가 안 되는 불균형한 상태이다”면서 “협상과정에서도 한국은 많은 것을 받아들였고 미국은 받아들이는 것이 없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입장에서는 꼭 지켜야 할 농업분야도 보장받기 어렵게 보인다”며 농업시장 개방으로 인한 한국 농업의 타격을 걱정했다. 그는 “농업은 식량주권의 문제이고 다국적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는 우리나라의 입법 체계를 흔들고 경제주권을 위협하는 일이다”고 우려했다. 서호성(남·39세)씨는 “IMF 외환위기로 우리나라는 금융을 중심으로 어려움에 처했는데 한미FTA가 체결되면 사회 모든 분야를 완전히 통째로 미국에 건네주어 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협상을 강행하는 우리나라 통상관료들은 과연 어느 나라 관료들인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 “한미FTA 반대여론 무시하는 참여정부, 독재정권과 다름이 없다” 촛불문화제에는 한미FTA 4대 선결조건의 하나인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국은 한미FTA 선결조건으로 한국영화 의무상영일 146일을 73일로 절반이 줄었다. 영화배우 문소리 씨는 “8년 전 설경구 선배와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광화문 시위를 함께 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미FTA 때문에 스크린쿼터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 씨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에도 위배되는 스크린쿼터 축소를 추진하고 또, 협상과정에서 참여정부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종렬 범국본 상임대표는 협상결과에 대해 “곡식을 쌓아 놓은 것을 ‘노적’이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지금 노적에 불을 지르고 싸라기를 줍고 있고, 99%를 다 빼앗기고 1%를 손에 쥐었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건강보험증이 통하지 않고 인구대비 노숙자가 가장 많고 총칼을 가져야 사는 나라이고 권력으로 세계에서 깡패 짓을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며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한미FTA로 이런 미국을 따라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권 대표는 “한미FTA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은 구국운동이고 우리의 촛불은 구국의 횃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국회의원 40명, 비상시국회의 제안… 범국본은 타결 하루 전부터 밤샘농성 돌입 노무현 대통령은 3월 30일 중동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다음 날 체결여부와 관계없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다. 이에 따라 한미FT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한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도 급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40명은 30일 한미FTA 협상 졸속 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했다. 의원들은 “미국의 국내법 절차에 불과한 TPA 완료 시한에 쫓겨 정부는 얻은 건 없고, 내주기만 한 협상을 타결하려 하고 있다”며 “타결에 맞춘 시간이 다가올수록 국민들의 우려와 공포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타결이 임박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의 내용을 국회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국회를 배제한 채 고위급 회담, 장관급 회담 등 밀실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안문을 통해 “따라서 국회는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예상되는 국민경제의 피해에 대한 대책조차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민생과 국익 앞에 소속정당과 이해관계가 무슨 소용인가? 의원들의 하나된 힘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의원들은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 개최문제와 국정조사 실시문제 등 지금까지 제출된 여러 의견들에 대해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개적으로 한미FTA 협상 체결에 반대입장을 보인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원,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모임’ 소속 의원을 포함해 총 70여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FTA 협상 체결 중단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2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31일 오전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30일 오후 4시부터 전국 도심 곳곳에서 한미FTA 졸속 타결을 반대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저녁 7시부터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밤샘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 한미FTA 중단 촉구 비상시국회의 성명 참여 국회의원 강기갑, 강창일, 권오을, 권영길, 김재윤, 김태홍, 김효석, 김희선, 노회찬, 단병호, 류근찬, 문학진, 손봉숙, 신중식, 심상정, 우원식, 우윤근, 유선호, 유승희, 이계안, 이상민, 이인영, 이종걸, 이영순, 임종인, 장향숙, 정봉주, 정성호, 정청래, 제종길, 천영세, 천정배, 최순영, 최재천, 한광원, 현애자, 홍문표, 홍미영, 김낙성, 최규성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