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남자 아이가 지난 2002년 11월부터 네 달 동안 보육여성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 어머니 곽 아무개 씨와 가까운 사이였던 가해자는 아이가 ‘이모’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가해자가 다섯 살배기 아이에게 저지른 성폭행은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다. ■<다섯 살배기가 당한 끔찍한 성폭행> 가해자는 아이에게 자신의 음부와 몸을 애무하게 시키고 음부에 아이의 손·발·나무 막대기 등을 넣었다 빼게하는 자위행위를 시켰다. 심지어 가해자는 손가락과 이물질을 다섯살 박이 아이의 항문에 넣는 고통을 주었다. 가해자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아이의 엉덩이 등을 회초리로 때렸고 성폭행 ‘사실을 말하면 혼난다’는 협박도 했다. 까맣게 이런 사실을 몰랐던 어머니 곽씨. 그런 아이가 점차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폭식을 하고 악몽을 꾸고 갑작스럽게 난폭하고 산만한 행동을 했다. 보약같은 몸에 좋은 음식에 집착하고 칼과 총 등 무기류의 장난감에도 집착했다. 아이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 곽씨는 아이의 항문에 출혈이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당한 끔찍한 성폭행 사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곽씨는 성폭행을 당한 지 반년 만인 2003년 8월,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진단과 치료를 받고 가해자를 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범죄피해자 인권보호 태스크포스팀’이 지난 3월 27일 개최한 ‘범죄피해자 인권보호, 그 현안과 쟁점’이라는 토론회에서 증언에 나선 곽 씨는 자신의 아이가 겪은 참담하고 끔찍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가득했던 경찰과 검찰 조사> 곽 씨의 아이와 어머니 곽씨가 받은 상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범죄 피해자인 아이와 곽 씨에게 경찰 수사와 검찰 소환조사 과정은 모욕감과 수치심을 견뎌야 하는 또 다른 상처였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늦장을 부렸다. 곽 씨는 “2003년 10월 9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세 시간을 기다려도 담당 형사는 오지 않았다”며 “그 뒤 10월 14일 첫 조사를 받았지만 도중에 담당 형사가 ‘볼일이 있다’며 나간 뒤 두 달간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소환조사 과정은 더욱 참담했다. 검찰에 동행한 경찰은 범죄 피해자인 아이에게 당시 상황을 재연할 것을 요구하고 심지어 가해자의 성기를 그리고 엄마의 것과 비교하도록 시켰다. 고통스러운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이와 옆에서 조사를 지켜보던 곽 씨도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곽 씨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엄마가 아이를 교육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고 했고 “엄마는 발언권이 없으니 허락 없이 말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퇴실조치를 한다고 경찰이 겁을 주어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곽 씨는 “우리는 사건 피해자로서 국가에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 하였으나 철저히 무시당하고 짓밟혔다”며 “많은 범죄피해자들이 오히려 더 가해자 취급을 받는 사회현실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에게 떠넘겨진 범죄 피해자의 치유> 곽 씨와 곽 씨의 아이가 겪은 일을 보면, 우리나라 형사 사법체계가 얼마나 범죄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지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범죄피해자들은 신체적·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극심한 충격과 고통으로 정신적 피해를 겪는다. 그러나 범죄피해자들의 치유는 여전히 피해자 개인의 몫으로 떠넘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정부는 뒤늦게나마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여성 폭력 피해자를 위한 긴급의료지원센터 7개소와 전국에 354개소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있다. 최근엔 경찰청과 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One-stop지원 센터를 전국 14개 시도에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성폭력응급키트도 전국 병원에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산부인과적 의료시스템은 외형적으로는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있지만 효율적인 지원여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이러한 정책들이 범죄피해자들에 대한 배려나 시혜차원이 아니라 당연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범죄피해자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한 범죄피해자’이고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들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범죄피해자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의 기반 아래 좀 더 다각적인 문화적 접근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 사회도 범죄피해자들의 보호를 넘어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 <범죄피해자 입장에서 출발해야> 범죄피해자에게 정부 대책이나 법적 보호보다 경찰과 검찰 당국 수사관계자들의 무딘 인권 감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범죄피해자 보호라는 명확한 좋은 뜻을 갖고 한 일도 피해자들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없을 경우 그 선의에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의 선의가 모두에게 선의는 아니다’라는 것이 김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김 사무국장은 흔히 “도와주려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며 “피해자 지원이 어떠한 형식으로 이루어지던 이는 피해자들의 요청과 바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