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을 뒤흔들 ‘트로이 목마’” 지지도가 하락세인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FTA협상 타결로 반전세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한미 FTA 협상 타결 뒤 노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뒤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던 보수 진영은 연일 찬사를 보내고, 기존 지지층은 등을 돌리고 있다.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0%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후반 10%대까지 추락했던 지지율이 ‘급반등’한 것이다. 정치권은 이 같은 지지도 상승이 임기 말 국정수행의 동력으로 작용해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일시적 착시 현상에 불과해 미풍으로 소멸할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지지층 변화에 대해 “보수세력의 경우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일시적 지지인 반면, 전통적 지지층인 서민층과 진보세력은 이번에 아예 노 대통령과 결별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단순한 논리가 승리했다고 보고 있다. ■ 노 대통령 한미FTA타결,‘경제 6·29선언’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번 결단에는 또 다른 꼼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를 계기로 제 2탄핵정국을 노 대통령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문민정부시절 김영삼 대통령은 WTO에서 쌀만을 개방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급선회, 농민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성공한 것처럼 노 대통령도 경남도 근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반대만 주장했던 한나라당 등 야당들도 한미 FTA협상 타결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특히 대선정국에서의 중립내각구성 등을 비롯해 한미FTA의 주도적 역할을 한 한덕수 총리내정자의 임명동의안을 한나라당이 무난히 통과시켜주었다. 이는 김대중 정부말기 장상 총리의 임명동의안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부결된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대연정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 지지도의 급상승은 한미 FTA 타결로 인한 정치적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까지 한미 FTA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상황에서 지지율 상승은 노 대통령에게 다시 힘을 실어줄 것이다. 개헌정국은 물론 범여권 정계 개편 등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강화할 마당을 마련해준 셈이다. 노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경우 한나라당 주도의 대선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한미FTA를 놓고 각 정당이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이며 반대입장인 재야파들은 재야단체와 함께 찬성하는 대권주자를 비롯, 의원들에 대해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한미FTA협상안 비준도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찬성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일부가 찬성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 DJ 동선에 따라 대선 판도 그려진다 특히 범여권의 한미FTA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즉 부정적으로 본다면 ‘중구난방’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 의원들이 아직도 40여명에 달해 정치권에서는 무난히 통과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비준안이 언제 통과되느냐는 시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를 두고 올 정기국회에서는 통과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다음 총선전에 비준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한미FTA타결에 대해 노 대통령이 나를 밟고 가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며 범여권에서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노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관련,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정국과 연결 짓는 ‘신종괴담’이 나돌고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이석영 상임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세미나에서 “FTA타결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 상당 부분 만회되고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나라당의 입지가 축소되는 추세”라며 “범여권의 정비에 따라 대선 판도의 틀이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상처투성이인 채로 집안싸움에 이겼다고 환호한다면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도박장에서 브리지 게임에 이겼다고 환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 같다. 이는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을 위협하는 요인일수 있다고 내다 봤다. 또 박근혜 전 대표측의 이혜훈 의원은 “임기말 힘도 없고 준비할 기간조차 거의 없는 막바지에 FTA를 급속하게 밀어붙였다는 데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노 대통령은 보수진영에 ‘트로이 목마’가 될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재야·범여권, 한미FTA로 결집 “한나라당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상당히 반성하는 것 같고 대북정책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정 안되면 범여권이 후보연합이라도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동교동 자택에서 박상천 신임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같이 말해 직접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로 단일화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정당을 통합하는 연립정부형태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범여권 및 야당 등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의 발언 진의 파악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대통령의 발언은 곧 새로운 정계개편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86년 민추협시대로 복원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은 거리감을 두고 있는 양 김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다시 화합할수 있다고 보고 양 김이 대선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양 김측은 민주화추진협의회를 통해 화해를 한후 대선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밀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정치권에서는 양 김의 화합이 7월말 또는 8월초로 보고 있다. 이는 지금 한나라당의 대권경쟁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처럼 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기간 안에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에 제갈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중 누가 당을 깨고 나갈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이 당을 나올것으로 보는 여론이 높다. 즉, 이 전시 장측은 탈당에 대해 충분한 명분을 갖고 새롭게 정당 또는 지원세력으로 대선에 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양 김이 이 전 시장을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이제 한나라당을 지키면서 한나라당 대권후보로 대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학법재개정 등 민생법안에 대해 발목을 잡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유권자들의 반응이 그리 크지 않아 대선까지 개혁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97년, 2002년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4일 박상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단일정당이 최선이고, 안되면 단일후보로 가야 한다. 각 당의 원외위원장 문제도 있으니 해보다 안되면 단일후보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무현·정몽준도 단일후보로 갔으니 (16대 대선에서) 이겼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대표는 “당내 원외위원장들이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에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민주당 분당 때의 앙금이 지금도 남아있다”며 “열린우리당과는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후보 단일화에 공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이처럼 후보 단일화에 의견 일치를 봤지만 민주당 분당의 원인을 놓고는 설전을 벌였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분당의 원인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깨고 나간 것은 국민의 소리에 역행한 것이다. 또 민주당도 “나가려면 빨리 나가라고 했기 때문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아니다.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세력이) 하도 `나간다 나간다고 하니까 민주당의 오래된 당원들이 감정상 한 말이다. 누가 현직 대통령더러 나가라고 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김 전 대통령은 “아니다. (민주당도 나가라고 했다는 내용을) 신문에서 많이 봤다. 누가 봐도 열린우리당의 책임이 크고 민주당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뜻”이라며 주장을 꺾지 않았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박 대표를 맞으면서 “중책을 맡았다. 박 대표의 저력이 굉장하더라”고 말했고, 박 대표는 “당이 뜨지 않아 걱정이 돼 도움이 될까 해서 출마했다”고 답했다. 또 최인기 정책위의장이 최근 정치권의 ‘중도주의’ 유행 현상과 관련, “약간 좌편향, 우편향된 사람도 생존책으로 중도를 말하더라”고 꼬집자 김 전 대통령은 “말이라도 같으면 됐지, 얼마나 다른지에 집착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