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책이 연이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과장·미화 논란’이 일었고,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는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장·미화 논란’에 휩싸인 ‘만화 이명박-유쾌한 MB씨’ 최근 출판된 ‘만화 이명박-유쾌한 MB씨’에 대한 ‘과장·미화 논란’이 일고 있다. ‘만화 이명박’은 조선일보 시사만화가 출신인 안중규 씨와 안태근 씨가 함께 펴낸 만화책으로 지난 13일 초판인쇄를 시작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인 이 책에는 “저의 이야기를 만화로 엮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는 내용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추천사도 담겨 있다. 논란의 핵심은 “만화라는 형식을 빌어 이 전 서울시장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썼다”는 지적이다. 또 이 전 시장의 출생 문제, 병역 문제, 재산형성 과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설명이 한 쪽의 의견만을 담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먼저 출생지 문제를 보면, 이 전 시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책에는 출생지에 대한 언급은 빠진 채 9명의 대가족이 해방 후 일본에서 귀국선을 타고 건너왔다고만 기록돼 있다. 또한 병역 문제에 관해서 이 책에는, “이 전 시장이 신체검사에서 기관지확장증과 악성축농증까지 겹쳐 면제 판정 받고 입원을 했지만 약에 대한 내성이 없어 싼 약으로도 효과를 발휘한 끝에 한 달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어 최근 ‘위증교사’ 폭로로 논란이 되며 검증 공방을 일으키고 있는 김유찬 전 보좌관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의 역풍과 시련 속에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단 한 줄의 표현만이 눈에 띨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 집중 제기하고 있는 현대건설 재직 시절의 재산형성 의혹에 대해서 이 책은, “서울 논현동 집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 외국손님 접대용으로 회사에서 지어준 것이고, 서초동 부동산은 현대건설 J 총무담당 전 이사가 관리해준 돈으로 사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양재동 땅 역시, “서울시가 강제로 떠넘긴 것이 나중에 급등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이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청계천 사업에 관한 대목에 이르면, ‘청계천 노점상들이 시청 공무원을 상대로 식칼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이 아무런 확인도 없이 노출돼 있다. 이러한 책의 내용에 대해, 한기석 동대문 풍물시장 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이 책에 대해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이 전 시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만화에서 노점상들이 끌려간 동대문운동장이 서울의 명물이 됐고, 거세게 반발했던 노점상들이 동대문에 가길 간청했다는 부분에 대해 한 위원장은 “울분밖에 터지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만화의 저자 안중규씨는 “내 책에 문제가 있다면 이명박 씨가 쓴 다른 책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출생이나 김유찬 사건 등 누락된 부분들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뺀 것들이고 청계천 노점상인들이 서울시 공무원에게 칼을 들이 댄 부분은 이 전 시장의 책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에서 나오는 부분을 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안 씨는 조선일보에서 ‘미스터삐삐’라는 시사만화를 연재한 이력의 작가로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로 활동하다가 최근 협회로부터 제명 조치를 당한 인물이다. 또한 ‘만화 이명박’을 낸 청계출판사 이 모 발행인은 “안중규 씨와 이 전 시장과는 책 출판과 관련해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나는 이 전 시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3일 일산 출판기념회에서도 현장에서 620여 권 밖에 팔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책은 교보문고 3월 셋째주(14∼20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비소설 부문 6위·종합 20위에 올랐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여걸 정희왕후’ ‘여걸 정희왕후’는 ‘만화 이명박’에 비해 은유적이다. 책의 저자인 황천우 씨는 ‘소년 박정희’를 쓴 인물이기도 하다.
황 씨는 한 인터넷매체에 연재 중이던 이 작품을 책으로 엮었다. 그는 특히 수양대군의 아내인 파평 윤씨 정희왕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역사의 변방으로 소외됐던 여성을 정치권력의 중심에 뒀다는 점에서 거센 여풍(女風)이 부는 현실을 연상하게 하고 있다 . 작가는 역사적으로 왕권강화를 이뤘으나 ‘패륜’ ‘권력욕에 심취한 야망가’로 그려지는 수양대군의 이면과 공과를 다루고 있다. 황 씨는 수양대군이 아닌 그의 조력자이자 반려였던 정희왕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녀의 인간적 고뇌와 냉혹할 정도의 통찰력, 과감한 결단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는 수양대군이 ‘패륜’의 오명을 무릅쓰면서까지 권좌를 잡는 선택을 했는가를 주변사람들의 경멸과 냉소, 정희왕후가 느끼는 두려움과 분노를 세밀하게 쫓아가면서 보여준다. 이 책 ‘여걸 정희왕후’가 평범한 역사소설로 읽혀지지 않는 이유에는 인물들의 선택과 고뇌, 갈등과 대립, 세력 간 결집 등이 12월 대선을 앞둔 현재의 정국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외교통인 한확(인수대비의 아버지), 집현전의 중신 정인지, 시대의 책사 한명회와의 의도적 결혼을 성사시키고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그녀의 인맥관리는 현대의 정치가 못지않은 치밀함 그 자체이다. 여기에 수양대군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며 계유정난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희왕후의 담대함, 자신의 어리석고 무능한 아들 예종과 조선의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다 조선의 미래를 택한 과감한 결단은 권력에 대한 야심을 넘어 정치가가 지녀야 할 책임의식과 소명을 새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의 리더들보다 능수능란한 정치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더욱이 이념과 계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정계의 모습과는 달리 독실한 불교신자이면서도 정치에서는 철저히 종교를 배격하는 그녀의 냉정함은 박근혜 전 대표와 닮아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책이라는 심증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또한 표지에 그려진 정희왕후의 모습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합쳐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도전과 승리라는 작가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난할 듯 하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