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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탑의 자금줄 제약업계, 의료계·소비자 상대 검은 마케팅

제약업계, “기술력 무관, 거탑들의 간택 여부 따라 매출 증감. 상대가 원한다면야…”
복제의약품 등으로 신약 개발 효과는 본전치기 불과, 마케팅·로비력이 매출액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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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호 ⁄ 2007.07.03 10:47:39

[전문] 반도체·IT산업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BT(Bio-Technology:생명공학) 산업의 대표적 선두주자 제약산업. 황우석 박사 파동을 겪으면서 새삼 주목을 받았던 BT산업의 기술력은 동물복제 분야 외에도 시험관 동물 생산, 제대혈 분야 등 몇 몇 부분에서 IT·반도체 산업 못지않게 세계 일류를 자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제약업계의 기술력도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오른 것으로 판명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기술력이 세계 일류 수준에서 평준화 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영철학이나 기술력 보다는 마케팅 경쟁 때문에 생긴 것.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제약업계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서 평준화 되다 보니 시장 경쟁이 기술력·경영철학의 우열 보다는 마케팅 기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는 약국에서 직접 약을 사먹는 소비자들과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이미 관행화 된 상태다. [본문] 대한민국의 제약 시장은 생존을 건 치열한 마케팅 전쟁으로 이미 벌겋게 달구어진 상태. 제약업과 함께 21세기 첨단 과학 산업이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성을 쌓은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는 반도체 산업이 더 많은 용량을 더 작은 크기에 담아내는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반면 제약의 경우 제품을 복용해서 부작용 없이 원하는 효과만을 볼 수 있다면, 즉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과할 수 있다면 기술력의 차이는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006년 294개 제약회사의 위법행위 490건 달해 이같은 제약업계의 편법 과잉 마케팅은 2006년에도 여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2006년도 의약품 행정처분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총 294개 제약회사가 의약품을 수입·생산·판매하는 과정 속에서 저지른 법 위반으로 인한 제재 횟수는 총 49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재 횟수에 따라 살펴보면 경신제약과 다솜제약이 10회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인당제약이 6회로 그 다음을 이었고 구미제약·한국유니온제약·현진제약 등 5개 제약사가 각각 5회씩. 대우약품·동아제약 등 7개 사가 4회, 경동·극동·보령제약 등 36개사가 3회, 경인·광동·롯데제약, 한미약품 등 58개 사가 각 2회씩 경보약품·고려은단 등 187개 제약사가 각 각 1회씩 제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한미약, 법정 최고 과징금 5,000만원 추징 또 과징금 액수 순위별로 살펴보면 가회제약이 2번의 제재를 통해 5,805만원의 과징금을 내 가장 많은 벌금을 물었다. 그리고 2번 적발된 한국캅셀공업 및 우리제약, 3번 적발된 환인제약, 4번 적발된 대우약품공업을 비롯 동아제약·한국유니온제약·한미약품·세한상업 등이 각각 5,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단 1번의 적발로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선고받아 적발 횟수별 과징금 평균에서 단연 으뜸을 기록한 신풍제약. 동 사는 겐타주50A·네오팜250ML 등 자사제품 총 68개의 전문의약품을 의약품 도매상을 통하지 않은 채 종합병원에 직접 공급한 혐의로 고액 과징금을 물었다.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제 1항 제7호는 “의약품제조업자는 생산된 의약품이 의약품도매상을 통하여 의료기관이나 약국등의 개설자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다만, 「의료법」에서 정한 종합병원(1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때에는 재난구호, 의약품도매업자의 집단공급중단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의약품 도매업자를 통하여 공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장으로서 부자간 경영권 혈전을 벌여 사회적 주목을 받은 동아제약은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를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광고했다가 과징금을 받았고 부자간 경영권 분쟁을 기화로 동 사의 흡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미약품도 신풍제약과 동일한 이유로 5,0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제약업계의 對 의사 로비 복마전 이같은 시장 선점을 위한 제약업계의 치열한 공방은 오히려 애교적 수준. 이 보다 더 요지경 속 세상이 있다. 바로 종합병원 등의 유명 의사들을 상대로 하는 제약업자들의 치열한 로비작전. MBC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면 어느날 한 제약회사 사장이 외과 과장이 된 장준혁(김영민 분)의 집 앞으로 과장 진급 축하선물 이라며 돈이 가득 든 사과박스를 직접 들고 온다. 또 모 음식점에서 의사회 회장 유필상(이희도 분)은 장준혁에게 외과 과장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써 준 대가로 처방 시 모 제약회사 제품을 사용 할 것을 청탁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와관련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이같은 내용은 광범위한 관행이었다”며 “하지만 수 년 전 업계가 모여 이같은 소모적 경쟁을 하지 말자는 자정 결의를 한 후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최대한 자제를 노력하고는 있지만 일부 의사들이 노골적으로 상납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의사가 처방해야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의 특성상 이같은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의사의 병원 및 그 인맥이 닫는 곳에서 자사 의약품 소비가 중단되는 등의 후환을 고려하면 이를 거절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중소 제약업체나 동일한 효능을 가진 타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이같은 유혹은 참으로 달콤하게 느껴진다”고 귀띔했다. 사실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등은 이같은 행위들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 의약품은 의사들이 환자를 고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라며 “법적으로도 의사 외에는 누구도 사용이 금지된 제품인 만큼 의사들이 우리 제품을 외면한 채 동일한 효능의 타 사 제품만으로 처방을 한다면 당연히 타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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