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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예비노동자’군요!

인천 계산공고서 ‘1일 노동수업’ 나선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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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호 ⁄ 2007.07.03 10:49:07

“여러분은 꿈이 뭐예요?” / 이석행 위원장 “한국전력에서 일하고 싶어요. 끝에 ‘공사’로 끝나는 회사에 다니고 싶어요. 호텔에 취직하고 싶어요.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어요” / 인천 계산공고 3학년 학생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인천 계산공업고등학교에서 ‘일일 교사’로 나섰다. 수업과목은 당연히 정규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노동’이었다. ■“노동자는 못 배운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예요” 인천 계산공고 3학년 학생 60여명은 가끔 텔레비전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나오던 이 위원장을 눈 앞에서 직접 마주하며 그가 꺼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 위원장이 먼저 학생들에게 “제가 여러분들에게 미래에 노동자가 될 사람들이라고 말하니깐 피~ 하고 웃던데, 이 다음에 노동자 안 할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노동자’라는 다소 생소한 말에 손들기를 주저했다. 교과서에서는 물론 신문과 방송에서 ‘노동자’와 ‘근로자’라는 말은 혼용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학생들은 노동자라고 하면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을, 근로자라고 하면 ‘사무직 종사자’를 떠올리는 듯 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공무원들은 노조가 있나요? 없나요? 있어요. 간호사들도 보건의료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고요”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돈을 많이 번다고 하는 의사들도 노조를 만들었고 의사노동조합이 합법적으로 인정이 됐죠”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도 박사도 노조가 있죠. 우리나라에는 노조가 없는 곳이 거의 없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했냐하면, 여러분들도 결국 대학을 가던 취업을 하던 결국 노동자가 되고 노조에 가입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예요”라고 말했다. ‘교수님’도 ‘박사님’도 노조가 있다는 말에 학생들은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곧이어 이 위원장은 “자 그럼 왜 교수님·박사님과 간호사, 의사도 왜 노조를 만들까요?”라고 물었다. 한 학생이 당돌하게 대답했다.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요” 이 위원장은 “하하 맞아요. 그런데 여러분 중에 임금을 안 받아도 취업하겠다고 하는 사람 있나요?”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도 돈 벌려고 취업을 하죠? 조금 어렵게 이야기하면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예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질문했다. “높은 사람들 그러니깐 의사나 박사들은 돈 많이 버는데 왜 노조를 만드나요?” 이 위원장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비록 돈을 좀 벌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해고가 될 수 있어요.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래서 노동조합을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 수업 분위기가 조금씩 화기애애 해지자 이번엔 이 위원장이 먼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 중에 노동조합이 대한민국 헌법 몇 조에서 보장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 있나요?” 이 위원장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자본주의의 나라이죠. 자본주의는 자본이 지배하는 나라이구요. 자본은 쉽게 말해 돈인데 돈이 많은 사람이 지배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인 거죠. 그런데 노동자들은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자본주의에 대항하라고 노동조합을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어요. 대한민국 노동자는 누구나 단결할 수 있고 즉 노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노동 3권이라고 해요” 이 위원장은 동화를 예로 들며 이야기를 쉽게 풀었다. “우리 어릴 때 동화 중에 5형제를 둔 아버지가 유언을 하면서 ‘회초리 하나씩 가져와봐라’하고, 하나씩 꺾으면 쉽게 꺽이고 5개를 한꺼번에 꺾으면 안 꺾이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죠. 동화에서 아버지는 ‘너희들은 하나씩 떨어져 살지 말아라. 5명이 뭉치면 누구도 너희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 한다’라고 하죠” 이 위원장은 이 이야기로 노동자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결국 노동자들 단결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거죠”라고 강조했다. “만약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임금 왜 깎았어요’라고 회사 사장에게 말하면 아마 그 회사 사장은 노동자에게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할거예요. ‘힘들고 어디가 아파요’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혼자 그런 이야기를 해봐요. 아마 사장은 ‘응 알았어 너는 저리가, 내일부터 나오지 마’ 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죠. 그래서 우리 노동자들이 단결권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노동조합을 만들면 법이 노동자를 보호하죠. 해고시키고 싶어도 못 해요. 노동조합 대표하고 서로 합의하지 않고 못 보내죠. 교수님들도 3년마다 평가를 받고 공무원들 3%도 퇴출 당하는 세상에 누가 해고를 당할지 모르잖아요? 당하지 않기 위해 함께 모인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하고 그것을 우리나라는 헌법 33조로 보장하고 있는 거예요” ■노동자는 만물을 움직이는 사람들 수업 막바지 이 위원장은 “저는 이렇게 모인 노동자 80만 명이 모인 민주노총이라는 곳에 ‘대장’이예요”라고 말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위원장은 “제가 대학에 안 갔다고 처음에 말했죠. 우리 민주노총 중앙 사무실에는 60명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 5명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장은 고등학교 나온 제가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전북기계공고를 졸업한 고교졸업장이 전부이지만 3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오다 민주노총 위원장인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노동자는 만물을 움직이는 사람들이예요. 노동자가 없으면 아파트가 지어지나요? 차가 가나요? 비행기가 만들어지나요?”라며 “여러분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노동자라는 생각이예요”라고 강조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김대호(3학년 전기과)군은 “박사도 의사도 교수도 다 노동자라는 사실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이제 막 노동자로서 첫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는 김 군에게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 셈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수업을 마친 뒤 급하게 현장대장정 일정을 위해 학교를 떠났다. 그는 “많은 시간을 준비하지 못해 아쉽지만 사실 아직까지 노동교육이라는 게 없는데 학생들이 자신도 예비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오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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