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타결로 발생한 가장 큰 뉴스는 정작 한미FTA 자체가 아니라 이에 대한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반응인 모양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시차적응이 안된다고 했는데 그럴 만도 하고, 그러나 역시 청와대의 발언에서 정답은 ‘국민을 보고 원칙대로 간다’가 되겠다. 그러면 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한미FTA에 대해 찬성하고 나오는가? 아니 정확하게 하면 왜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칭찬하고 나섰는가? 그건 한마디로 말하면 무임승차 하겠다는 거다. 최근 들어서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무임승차가 잦아지고 있는데 이거 좋아할 일이 아니다. 앵벌이들이 단순히 무임승차만 하면 역시 단순하게 밉상에 불과하지만 먼저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다 쫓아버리고 좋은 자리 차지하겠다는 거라서 그 해악의 정도에서 문제가 크다. 무슨 말인가? 지난 97년 대한민국호(號)를 난파시킨 후 이들이 한 일이 무엇인가? 난파선 인양하고 수리하고 청소하고 하는 동안에 옆에 앉아서 ‘감 놔라 대추 놔라’ 잔소리 한 것이랑, ‘이건 안된다 저건 안된다’ 반대한 것 밖에 더 있나? 참여정부 들어서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자신들의 난파 책임까지 신임 선장에게 떠넘기며 선장 자리 내려오라고 선상 폭동과 반란을 부추기고 모든 일에 반대로만 일삼았던 거 아닌가?
그러다가 신임선장이 다시는 난파 안되도록 아예 대한민국호의 리모델링(비전2030)은 물론이요 항해로까지 점검하여 해적 부시일당의 위협(대북 적대정책)과 노략질(비합리적 보호무역 정책)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평화협정(6자회담 등)과 거래협정(한미FTA)를 이끌어 내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무임승차는 단순한 무임승차가 아니라 ‘이간성 무임승차(이간질+무임승차)’라는 것이 문제다. 답답한 것은 이러한 이간성 무임승차에 여태껏 대한민국호 구난과 리모델링에 뼈 빠지게 일한 선량한 선원과 승객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간성 무임승차인가? 또는 왜 앵벌이들은 이간성 무임승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 수세에 몰린 조중동 프레임 먼저 최근의 여건변화를 점검해보자. 즉 조중동의 대선 전략 프레임의 수정 불가피성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공격 대상이 이원화 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부·여당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선장만 씹으면 충분했으나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범여권 차기 주자의 피해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공격의 적중률이 떨어지고 공격 효과도 떨어지는 것이다. 둘째, 노 대통령이 오히려 적극적 역차별화 전략으로 치고 나왔다는 점이다. 즉, 범여권 주자들이 노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야의 모든 차기 주자들과 대통령 자신을 역차별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중동이 대통령을 공격하면 노 대통령은 더 세게 모든 주자들에 되돌려주고 혹 하나 더 얹어주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반사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노 대통령의 도덕성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원칙 중심의 국정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 셋째, 노 대통령의 역차별화 전략에 보조를 맞춰 핵심 지지층의 조중동에 대한 역공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고 여기에 합리적인 일반네티즌들이 흥미롭게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조중동 다음날은’이란 패러디로 시작된 역공은 ‘기사검증 놀이’로 이어지고, 철저한 데이터 조사 및 검증으로 왜곡기사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있으며, 조중동의 기사가 오히려 희대의 놀이감으로 전락한 기사검증놀이는 일반 네티즌들이 급속히 가세하며 확대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넷째, 따라서 그 동안 먹혀왔던 조중동 프레임의 이슈 재생산 회전문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과거 ‘~라면’기사에서 이제는 도를 지나쳐 아예 대놓고 왜곡을 하던 조중동 기사는 한나라당이 인용발언하고 석간과 방송이 증폭하고 다음날 조중동이 사설로 심판하는 회전문 구조가 존재했고, 일부 네티즌들이 포털과 구전으로 단순 전파하는 역할 분담까지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몇 달 사이에 철저하게 붕괴되었다. 조중동 왜곡기사는 밤사이 기사검증놀이에 걸려 포털에서 사라져 버리고, 멋모르고 인용 발언을 하는 정치인은 바보가 되며, 다음날 사설은 쓰기도 전에 미리 역심판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 조중동의 수정판 신전략 프레임 이런 여건 변화에서 조중동은 지난 2달 가까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으나 최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들은 다음과 같은 대선 신전략 프레임을 수립하였는데 큰 틀에서 규정하자면 범여권 주자들의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과 노 대통령의 (모든 주자들과의) 역차별화 전략을 역이용하는 것이 되겠다. 즉, 박근혜·이명박이의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중단시키고, 범여권 주자들의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는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에 대한 공격의 예봉은 피하면서 박근혜·이명박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범여권 주자들과 노 대통령 지지층의 분열은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대선 신전략 프레임의 첫 번째 적용 국면이 한미FTA를 통해서 표출된 것이다. 딴나라와 찌라시들이 한미FTA를 거들고 칭찬하고 나섰으며(차별화 중단), 오히려 범여권 주자들은 대통령과 대립지점으로 포지셔닝 되었고(차별화 증폭), 노 대통령의 핵심지지층들은 조중동의 변신에 어리둥절해하고(공격 무력화), 범여권 주자들 및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에 집중(이간 작업 극대화)하고 있다. ■한미FTA 성과는 사실상 장외투쟁과의 공동성과 그러면 이것이 왜 이간성 무임승차인가? 한미FTA의 성과는 사실상 노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참여정부와 민감한 쟁점들을 나열하며 극렬하게 반대해온 진보진영에 의해서 얻어낸 공동 성과다.
무슨 말인가? 협상의 발표 내용을 보면 한국 측이 우려와 달리 얻어낸 성과들 대부분은 협상에 대한 진보진영의 적극적인 반대개입으로 얻어낸 것들이다. 이들의 반대가 장외에서 협상에 개입한 것이 되어 결과적으로 잘 짜고 친 고스톱이 된 것이다. 이와 달리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한 것은 ‘소극적 불개입’뿐이었다. 즉,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 된 것이다. 박근혜·이명박이가 한미FTA에 대해서 한 마디 의견이라도 있었는가? 민감해서 말도 못하다가 조중동 신전략 프레임이 발동되고 돗자리 깔아주자 분위기에 편승하여 협상 끝나고 한 마디 한 것이다. 전형적인 무임승차라는 말이다. 게다가 단순한 무임승차 정도가 아니라 대다수 범여권 주자들이 반대 및 비판적 언급을 한 상황이라 ‘밀어내기 무임승차’가 된 셈이다. 지난 번 대북평화정책의 무임승차가 허둥지둥 올라탄 것이라면 이번 무임승차는 조중동 신전략 프레임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된 지원사격 하에 ‘밀어내기 무임승차’로 우아하게 올라탄 것이다. 자, 그러면 이러한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신전략에 답답하게 당하는 쪽은 누구인가? 친노 지지층과 범여권 주자들 되겠다. 일단 줄기차게 노 대통령을 씹으며 차별화에 나섰던 야당 주자들이 차별화를 중단하면서 이들과 대통령과의 차별화 경쟁에 나섰던 범여권 주자들만 민망해졌다. 반대개입을 통해 실질적 기여를 했던 범여권 주자들이 퇴로를 차단당한 것이다. 협상 타결 이전의 반대와 타결 이후의 반대는 그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반대 입장은 이들의 강령이 시장경제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근본적인 반대이지만, 시장경제를 강령에 긍정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지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은 ‘전략적’ 행동이란 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 차이점을 철저하게 뭉개고 퇴로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노승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