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 세상 살아가면서 주고(授) 받는(受) 관계를 유지하고, 거기서 적절히 대처해 나가며 생(生)을 유지해 가고 있다.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는 인생의 기본법칙에 속한다. 인간이 산다고 하는 현실은 곧 주고받는 것으로 구성 되어있다. 우리는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살 때에 돈을 주고 요구한 물건을 받는다. 또 직장에서 한 달 동안 수고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얼마만큼의 보수를 받는다. 여기에도 엄연히 주고받는 원칙이 지배한다. 우정(友情)도 주고받는 관계다. 우리는 친구에게 우정을 베푸는 대신 그만큼 받기를 요구한다. 주기만하고 받지 못할 경우 우정은 성립되지 못한다. 부부간의 애정과 연인 간의 사랑도 주고받는 관계다. 아내는 남편에게 사랑을 베풀며, 베푼 만큼 남편에게서 받기를 기대한다. 받지 못하면 섭섭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다. 애인끼리 서로 사랑하는 경우도 그렇다.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다고 느낄 때 고마움을 의식하고, 받은 것이 준 것보다 적다고 생각 될 때 섭섭함을 느낀다. 수(授)와 수(受)의 균형이 맞지 않거나 깨어질 때 불만과 불행이 시작된다. 이 불만과 불행이 쌍방 간의 관계를 단절로 몰고 가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 있다. 그것이 협상(協商)인 것이다. 협상은 이해 당사자가 말로 의논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 협상이 국제관계에서 다루어질 때 많은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어왔다. 2차 대전 때까지만 해도 국가 간 분쟁은 대부분 무력을 동원한 전쟁으로 해소되었다. 19세기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2세는 『무기 없는 협상은 악기 없는 음악과 같다』고 설파했고, 2차 대전 전후 처리를 지휘한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힘으로 부터의 협상』을 천명했다. 전통적인 협상은 일정한 문제를 놓고 한쪽이 얻으면 상대 쪽은 잃는 이른바 「제로 섬(Zero Sum Game)」이었다. 협상의 대상이 단일일 경우 이 같은 양태로 끝나기 십상이고 대개 승패가 확실해 진다. 그러나 쟁점이 되는 의제가 여럿인 경우는 협상이 타결되어도 어느 쪽이 이겼는지 분명치 않다. 1960년대 제라드 니렌버그는 『승자 독식』의 협상 대신 『쌍방 모두 승자가 되는 협상』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이른바 『윈-윈 게임(Win-Win Game)』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이를 두고 『양측이 모두 승자가 되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영속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윈-윈 게임을 지향한다 해도 막상 구체적인 협상으로 들어가면 온갖 책략과 수단을 동원해서 서로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고 애를 쓰게 마련이다. 더욱이 국익을 걸고 벌이는 국가 간 협상에서는 막판까지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한 다툼이 전개 된다. 이번에 타결을 본 한·미자유무역협정(FTA)도 쌍방 간 격렬한 줄다리기 끝에 얻어낸 결과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새달 2일까지 장장 80시간을 잠을 설치고 제때 끼니도 못 챙기면서 윈-윈 게임에 성공한 협상대표단의 노고에 치하를 보낸다. 협상에는 이골이 난 세계 초강대국 미국 대표단과 맞서 『이런 건 절대 못 받는다』며 여러 차례 자리를 박차고 협상장을 나갔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협상대표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미국을 상대로 호혜(互惠)평등의 협상, 윈-윈의 협상을 이끌어낸 200명가량의 우리 협상 팀에게도 또 한 번 국민의 박수를 청해 보낸다. 바깥 길거리에서는 협상반대를 지지하는 시위 군중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의 마찰을 보고 들으며 한·미FTA 단행을 결심하고 격려해 준 노 대통령의 결단은 역사 속에서 길이 빛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인간은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독불장군은 살아남지 못한다. 지구촌 시대인 지금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의 자리에서 미국과 상대하면서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일본·동남아·유럽 등을 상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충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