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의원의 마음은 복잡하다. 한 마디로 ‘안개정국’이다. 자신이 창당의 주역인 열린우리당은 3개로 쪼개졌고, 신중론을 주장해왔던 한미FTA도 미국 측 시한에 쫓긴 채 체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당대회에서 결의한 ‘열린우리당 중심의 대통합 신당’ 역시 지지부진하다. 지난 4월 5일 식목일 오후 국회 본청 정보위원장실에서 만난 신기남 의원은, 한미FTA에 대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진보 성향의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설득을 하지 않은 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신기남 의원은 또한 범여권 일각에서 올 연말의 대선 전략 중 하나로 주장하고 있는 ‘반(反)한나라당 연대’에 대해서도, “반(反)한나라당이 목표라고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이번 대선은 분명한 진보개혁 노선을 들고 나와서 극우세력인 한나라당과 ‘가치의 싸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범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신당에 대해서 신기남 의원은, “참뜻이 왜곡되게 아무렇게나 통합을 하면 의미가 없고, 그럴 바에는 그냥 열린우리당으로 남아 있는 게 옳다”면서, “정계개편의 올바른 방향은 ‘극우-중도우파-중도좌파-극좌’라는 4개의 틀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 연말 대선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프레임으로, 우리의 영역 내에서 싸워야 이길 수 있다”며, “한나라당과는 전혀 다른 아젠다를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신기남 의원과의 일문일답. “진보층이 분노하는 것은 설득하지 않고 무시했다는 것 때문” ■ 최근 정치권의 최대 쟁점은 한미FTA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 “한미FTA는 체결과 비준 과정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한미FTA는 다른 FTA와 달라서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체제의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경제의 체제 문제와 닿아 있는데, 경제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그런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각별히 신중해야 하는데, 이게 미국 측의 시일에 맞춰서 졸속으로 협상이 됐을 우려가 있고, 사실 그런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 설득이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체결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용에 대해서 국익에 어긋난다고 해서 반대하는 등, 반대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많은데, 그 사람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너무 없었다. 특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진보성향의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 진보층이 아직 때가 안됐고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데, 그 진보층을 설득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러한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또 진보층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무시하고 설득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심정적인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당이나 지지해서 만들어놨더니, 자기들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짙다. 더군다나 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그 사람들 앞에서 ‘개방이냐 쇄국이냐’는 논리를 가지고 반대론자들을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결국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협상단이 국회에 협상 결과를 보고하러 왔을 때,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장영달 원내대표와 송영길 사무총장, 그리고 홍재형 한미FTA 특위 위원장 등은 찬양 일색이었다. 그래서 정청래 의원이 반발하기도 했다 “저는 냉정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어떤 성과를 내려는 욕구 때문에 서둘러서 체결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행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나와서는 안된다. 국민 설득을 못하고 서둘러서 체결을 했기 때문에 후폭풍이 있을 것이다. 그걸 국회가 수용하고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번에 문제점 중의 하나가, 미국은 의회에 보고를 해가면서 했는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에 이상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상절차법’이 있다. 지금까지 체결이라는 것은 정부의 전권이었다. 그리고 국회로 오면 국회는 비준동의만 할 수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고, 내용이 뭔지도 모른다. 그래서 체결 때부터 국회에 보고하고 상의하는 절차를 넣자는 것이다. 체결은 자유다. 그래서 이상경 의원의 통상절차법은 체결부터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와 협의할 수 있는 감시 장치를 넣어놓은 것이다. 이번에 그걸 못했기 때문에, 냉정한 마음으로 시일에 얽매이지 않고 기정사실화 하지 않고 심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분위기는 정상이 아닌 균형을 잃은 상태” ■ - 타결 직후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최소한 100명 이상의 의원들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저도 동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의를 해주기 위한 전제 조건이 피해 분야와 소외되는 분야에 대한 완벽한 보완책, 구제책의 강구다. 그러한 조치를 한 다음에 동의가 돼야 한다. 그게 국회가 할 일 아닌가. 지금 보면, 한미FTA의 타결을 특히 보수언론들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과장해 찬양 일색으로 가서, 분위기가 정상적이 아니고 균형을 잃은 상태인 것 같다. ‘제 3의 개국’이라는 등, 어떻게 이런 말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고 있는데, 이게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다. 물론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그럴 보장이 없다.”
한미FTA 체결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노 대통령이 보수층과 진보층 모두를 끌어안고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분석도 한다 “그 분이 임기 말년에 대선에 개입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념적인 기반이 많이 믹스가 돼 있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분류에서 보수적인 면도 있고, 진보적인 면도 있다. 어떨 때는 우리가 보수라는 쪽으로 하고, 어떨 때는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쪽으로 하고, 상당히 혼재돼 있다. 남북관계라든지, 국가 균형발전이라든지 하는 것과 복지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켰다든지 하는 것은 진보적인 쪽으로 하고, 정치개혁이나 탈권위주의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또 한 편으로 보면, 우리가 보수라고 하는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부동산·교육·고용·실업 등에 있어서는 보수 쪽의 정책을 많이 쓰고, 한미FTA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걸 보면 또 그렇다. 그런데 그것이 이쪽도 얻고 저쪽도 얻고 하는 판도 넓히기라는 의도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노 대통령은 실용파 같다. 실용파라서 어느 하나의 노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봐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감하게 실행을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보수냐 진보냐를 딱 집어서 얘기하기가 어려운 분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위기는 범 진보세력의 위기” ■ 한 편으로는 한미FTA가 진보에 관한 관심을 다시 획득할 수 있는 대중적 진보논쟁의 기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고담준론의 진보논쟁은 국민들이 모른다. 그것이 정책적 논쟁으로 나타나려면 두 단계, 세 단계가 넘어가야 서민들은 이런 것을 알아차릴 뿐이지,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대중적 진보논쟁을 일부 진보인사들이 ‘노 대통령은 진보가 아니니까 빠져라’ 하면서 논쟁을 끝내버렸는데, 아젠다를 진보에서 이끌고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진보노선이라는 게 관념에 머무르는 감이 있다. 이번에 진보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 정치가 이념과 가치관, 노선 중심으로 나가는 과도기라고 본다. 과거처럼 민주니 반민주니, 이런 것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고, 노선과 이념을 중심으로 분화해야 한다. 진보학자라는 분들이 관념적인 주장만 해왔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학자들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으면서 비판과 평가만 해왔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보수니, 진보니 이런 성격을 규정하는 데만 집중을 했고, 자신들이 정치권에 어떤 대안이 있는가를 제시해주는 역할을 학자들이 하지 못했다. 평가만 한 것이다. 그래서 저는 ‘진보도 좀 진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상 관념적인 얘기만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국외자로서 평가만 하고 앉았고, 그래서는 안된다. 진보 학자들도 이제 각성을 해서 필드로 나오라고 요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요새 진보층이 위기라고 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소위 극우라고 하는 한나라당의 집권이 확실해지는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진보정권이라고 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이라고 하는 게 진보정책을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 말만 민주개혁 세력이고 진보개혁 세력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과 다른 진보적 정책을 제대로 펴지도 못한 상태인데, 해보지도 못하고 다시 극우세력에게 넘어가려는 위기다. 그래서 노무현 참여정부의 위기라는 게 범 진보세력의 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야 진보층이 놀라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진보적 학자들이 진보정치 세력을 이끌어주고 한나라당의 득세를 저지해보려는 자구행위를 하고 있는데, 아직은 힘이 안된다.” “반(反)한나라당 연대로는 안되며, ‘가치의 싸움’을 해야 한다” ■ 그 말은 올 연말 대선에서도 지난 번 대선처럼 반(反)한나라당 연대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앞으로 통합신당이나 정계개편이 있을 때, 단순한 반한나라당 연합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그것을 가지고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 한나라당과 다른 점이 뭐냐, 무엇을 위해서 한나라당과 싸우는가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국민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 저는 그래서 통합신당이든 정계개편이든 노선과 이념을 중심으로 뭉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당제가 되어도 좋다. 이념과 노선 위주로 당이 형성되는 게 선진정치 아닌가. 그런 식으로 시작이 돼야지, ‘반(反)한나라당이 목표’라고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분명한 진보개혁 노선을 들고 나와서 극우세력인 한나라당과 ‘가치의 싸움’을 해야 한다.” ■ 신 의원은 지금의 현실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에는 군사독재정권과 싸우기만 하면 진보세력이라고 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민족통일을 지향하면 진보라고 했다. 그런데 선진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기준은 그게 아니다. 앞의 두 가지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것이다. 선진국에는 그런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게 없다. 그걸 가지고 싸우다보니까, 보수와 진보의 기준이 그것인 것처럼 됐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다.
진실한 보수와 진보는 사회경제적인 노선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다. 즉, 국민들이 어떻게 사느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이다. 그걸 기준으로 정당 구도가 나눠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안 돼 있었다. 심각하게 논의도 안해봤다. 진보적인 학자나 정치가라고 해도, 추상적인 말만 했다. 앞으로 정치의 중심은 노선과 이념, 정책으로 구분이 돼야 하고, 그런 시대가 됐다고 본다. 과거에 우리가 겪어온 과정이 산업화 아닌가. 그 다음이 민주화였다. 이제는 저는 복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장만능의 폐해를 보완하는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게 복지다. 교육이 복지의 제일 첫째가는 요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복지국가의 단계로 그것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가 아닌, 분배와 형평,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회통합형 세계화’라고 생각하고, 이런 것이 복지의 노선이 돼야 한다. 개개의 정책을 보면 복지국화가 진보의 노선이다.” “우리당 지도부의 ‘중도’와 ‘실용’ 주장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포 때문” ■ 국회에 와 있는 법안들이 상당 부분 사장돼 있다. 이는 진보를 자처하는 분들이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린우리당에 진보적 정책이 없었던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창당정신 중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실패했다. 절반의 성공은 정치 민주화나 전국정당화에 대한 시도, 전반적으로 정치가 깨끗해진 것 등은 많이 바꿔놨는데, 절반의 실패는 정책 노선, 특히 사회·경제적 노선에 있어서 진보의 길을 걷지 못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창당 정신은 정치노선에 있어서는 진보의 노선을 걸어야 했다. 저는 창당 과정에서 그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열린우리당이 그 길을 가기는커녕 보수적으로 흘렀다. 참여정부도 그런 면이 강하다. 왜냐하면, 열린우리당 내에 사회경제적으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수다.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 저는 그 면에서 진보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와 같은 사람이 지도부 선거 등을 할 때 보면 항상 소수로 몰렸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너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까 운신의 폭이 좁았다. 당의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진보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진보정책의 비전이 없었다는 평가는 솔직히 인정한다. 지금 보라. 우리당의 지도부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중도’와 ‘실용’ 노선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실용은 노선이 아니라 적용의 문제다. 누구나 실용이다. 진보도 실용적이고 보수도 실용적이다. 실용정책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에 있어서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의 문제지, 노선이 아니다. 중도와 실용을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당에 많았던 것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우파보수라고 말하기는 싫고, 또 사회민주적인 쪽으로 가면 좌파라고 치부되는 게 싫으니까, 당 지도부나 원내대표 등이 ‘중도·실용’이라고 말해왔다. 저는 중도좌파 정당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어느 나라든지, ‘극우-중도우파-중도좌파-극좌’의 4개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집권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정계가 재편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중도좌파를 지향해야 하고, 그것이 진보개혁 정당이다.” ■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저는 열린우리당 고수론자다. 우리당의 창당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혁명이었고 긍정적인 변화도 많았다. 저는 창당의 정당성과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것을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쉽사리 부정하고 간판 내리고 깃발 내리고 다른 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고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당이 힘드니까 간판내리고 다른 데로 가자고 한다. 저는 고수론을 주장했지만, 당이 힘이 많이 떨어지고 우리당 혼자만의 힘으로는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어졌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길 수 있는 구도로 가야 한다는 것은 저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세력과의 통합이 ‘원칙과 명분이 있는 통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당정신과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반(反)한나라당 연합’을 하겠다고 아무하고나 통합을 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통합신당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과연 그런 신당이 가능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것 같다. 5월 정도 가면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본다. 통합신당이 될 것인지, 아니면 각자가 약진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5월경에 가서는 구체화 되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도 가능성이 있다고 아직은 생각한다.” “올 연말 대선의 키워드는 ‘복지’… 5월경 대선 출마 결정할 것” ■ 연말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시는가 “올해 대선에서는 성장지상주의냐 분배와 성장이 조화된 사회냐를 가지고 한나라당과 싸워야 한다. ‘성장론’을 가지고 한나라당과 싸우면 안된다. 그걸로 싸우면 우리가 진다. 그러지 말고, 한나라당의 성장률이 얼마나 허구인지, 그리고 우리 삶이 피폐한데, 이걸 어떻게 해서 따뜻한 사회로 갈 것인지에 대해 논쟁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프레임을 줘서, 우리의 영역 내에서 싸워야 이길 수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는 전혀 정치적 다른 아젠다를 내세워야 하는데, 한 마디로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복지’다. 우리사회가 미국식 시장주의 신자유주의적인 사회로 갈 것인지, 사회통합형 세계화를 해서 혁신적 복지국가로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제시하고, 가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세계화 시대의 혁신적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내걸어야 하고, 그 다음에 동북아 시대의 남북경제 통합체를 해서 북한과의 교류·평화·통일이 우리의 국가 전략이 돼야 한다는 큰 그림을 줌으로써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삶의 품격과 질을 주장해야 한다. 문화국가·문화강국을 내걸어야지 성장론으로는 안된다.” ■ 신 의원 개인적으로는 대선과 관계된 어떤 결정을 준비 중인가 “지금까지 저는 누가 그런 질문들을 하면, 당이 먼저고 당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당이 결정이 안되는데, 개인적으로 대선에 참여하겠다, 안하겠다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실, 국민에게 말할 도리도 아니다. 5월 정도가 되면 윤곽이 드러나리라 본다. 정당구도와 통합신당 등이 그것이다. 그때쯤 가서 개인적 행보를 대선 주자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잠재적 후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나오는 분들만이 아니라고 본다. 그때쯤 가면 확정돼서 대선레이스가 시작되지 않겠는가. 저도 그때 가서 한 번 생각해보려 한다.
제가 이끌어왔던 신 진보연대라든가 진보세력 쪽에서 ‘명확한 진보 노선을 내건 후보나 정당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들을 하고 있고, 주변에서도 저 보고 ‘결과야 어떻게 되든 당신이 그 일을 한 번 해보라. 시대정신을 이끌어보라’고 말한다. 지금 대선 후보들 중에 진보 노선을 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애써 회피하고 있다. 과연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5월까지 봐야겠다. 정당 구도가 어떻게 되는지, 정치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본 다음에 결정할 것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