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한나라당 의원. 만 36세의 젊은 나이다. 음력인지 양력인지 모르겠지만 71년 4월 13일생인 그는 36세의 젊은 여성 의원이다. 그는 지난 4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맹공을 퍼부었다. 동아일보에서 지적한 안희정 씨의 대북접촉문제와 자신이 지적하고 동아일보에서 받은 청와대브리핑에 대한 내용이다. 둘 다 조선일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고 있는 내용이다.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사항은 청와대브리핑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한나라당 타깃은 주로 국정브리핑이었는데, 김희정 의원이 청와대브리핑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국정브리핑이야 국정 전반에 대한 내용이지만 청와대브리핑은 대통령의 소식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언론에 반박하면 청와대브리핑도 언론에 반박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지사겠지만, 김희정 의원은 국정브리핑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브리핑을 공격했다. 게다가 김희정 의원이 제시한 것은 청와대브리핑의 통계 자료. 김희정 의원실은 비판 근거를 내기 위해 669호의 청와대브리핑을 모두 검토했다. 각 호별로 분석했는데 김희정 의원의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브리핑은 야당비판 11%, 언론대응 42%, 외교안보 37%, 정치·정책·인사 등에 86%를 할애했다. 자료를 그냥 보면 정부정책과 외교안보를 다룬 것만 따져도 100%가 넘기 때문에 그다. 지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김희정 의원은 청와대의 언론대응 42%와 야당비판 11%를 부각시켜 주장했다. ■ 왜 그랬을까? 사건의 재구성 지난 2월 초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났을 때 일이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순방 기사를 잘 다루지 않는다. 이때도 그랬다. 순방 중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동아일보에 대통령 순방 기사가 올라왔다. 그것도 1면이다. 동아일보는 특종을 잡았다. 대통령 순방 시에는 가서 어떤 성과를 내도 보도하지 않는 동아일보의 기자들은 건수(?)가 생각난 모양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상당히 잦은 것이다. 동아일보의 이 모 기자와 박 모 기자는 김희정 한나라당 의원에게 대통령의 전·현직 순방 관련 자료를 정부에 요청해 줄 것을 의뢰한다.
동아일보가 왜 김희정 의원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김희정 의원은 통외통위도 아니다. 과기정위 의원이다. 35세의 여성 초선의원이라 김 의원이 만만해 보였을까? 이 의뢰를 받은 김희정 의원, 외교통상부에 자료를 요청한다. 브로커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자료를 분석해 보니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내용이 눈에 띈다. 역대 대통령에 비해 ‘방문 횟수가 많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를 기사화한다. 그것도 2월 13일자 1면 우측 박스로 넣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방문을 제일 많이 했고, 그래서 제일 많은 혈세를 썼다는 내용이다. 동아일보는 수훈을 세운 김희정 의원도 부각시킨다. 인터뷰도 끼워 넣는다. 김희정 의원은 “노 대통령이 독극물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요리사까지 데리고 나가기 때문에 수행원 규모가 크다고 한다”고 한 마디 해준다. 김희정 의원은 또 “대통령이 해외에 자주 나가 한국을 홍보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투자를 끌어 오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안이 없는 나라를 찾는 것은 자칫 외유성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김희정 의원의 확신이다. 이번 대통령의 수행원 규모가 크다는 것. 그리고 자칫 외유성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1개국당 방문 비용을 따져 보니 물가를 환산하지 않아도 현 대통령은 가장 적은 액수에 속했다. 청와대브리핑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동아일보에서 이 보도가 나온 날 청와대의 이승형 홍보기획행정관은 청와대브리핑에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은 OEM 관계인가’라는 글을 통해 김희정 의원을 빗대 ‘국회의원이 하청업자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대통령의 해외순방 성과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호도하는 김 의원과 동아일보를 비판하고 ‘잘 모르면서 무지한 주장 좀 그만…언론과 국회의원 수준만 낮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핵심을 찌른다. 중대한 사안도 아닌데 국정에 바쁜 의원이 정부에 정보를 요청한 것은 언론 1면에 이름이 오르기 위해서라는, 즉 언론플레이를 위해서가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초선인 김희정 의원의 굴욕이다. 물론 그런 김 의원을 부추겨 1면에 이 같은 보도를 배치한 동아일보도 이에 해당된다. ■ 김희정 의원의 복수극(?)에 이용된 대정부질의
올해 2월 13일. 김희정 의원이 청와대에 반론보도의 공격(?)을 받았다. 이로부터 두 달 정도가 지난 4월 9일. 대정부질의에서 김희정 의원이 청와대브리핑을 공격한다. 이를 위해 김희정 의원실은 철저한 준비를 한다. 무려 669호나 되는 청와대브리핑 전체를 검토한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대정부질의에서 청와대브리핑은 설익은 보도와 오보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설명하고 나서 “청와대브리핑을 다시 한 번 보라! 과연 건강한 권·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브리핑인지? 야당-언론과 한판하자는 브리핑인지?”라며 날선 공격을 한다.
김희정 의원은 또 청와대브리핑의 다른 기사들과 함께 ‘동아일보와 한나라당은 OEM(주문자 생산방식) 관계인가’라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섞어 예로 들며 “야당과 언론에 대해 자극적 언어로 소모적 분쟁을 일으키고, 내편네편 갈라 생각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데 몰두하고 있는 청와대브리핑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청와대브리핑은 국가를 위해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김희정 의원의 대정부 질의는 “참여정부의 지나간 4년은 돌이킬 수 없다”며 “남은 10개월만이라도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되라는 것이 국민들과 한나라당의 간절한 마음”이라며 마무리된다. 대한민국 국회의 대정부질의가 사적으로 진행되는 순간이었다. ■김희정 의원이 민망한 이유 김희정 의원은 자신이 지난 2월에 동아일보의 기사를 만들기 위해 정부에 정보요청을 했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정부질의 내용을 보니 자신의 잘못은 없고 정부가 잘못한 것으로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김희정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김희정 의원의 언론보도를 모아놓은 게시판이 있다. 이번 김 의원의 대정부질의 관련 언론보도들은 한국일보·동아일보·데일리서프라이즈 등 자신을 다뤄준 신문 여러 개가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과 동아일보가 함께 만들었고 자신의 이름이 1면에 거론된 2월 14일자 동아일보의 보도는 김희정 의원의 홈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다. 김희정 의원도 청와대브리핑의 지적을 인정하고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 아닐까? 그러면서 왜 그 사실을 인용해 청와대브리핑을 공격했을까. “(전략)…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과거로 갈 수 없음을 한탄함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똑바로 하자’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 나라의 녹을 먹는 국회의원으로 허구헌날 우리끼리 헐뜯고 싸우고 정작 그 시절(일제시절) 한심했던 나라의 관리들처럼 나도 한심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낼모레 접수마감인 지방선거 후보공모를 두고 나라의 대사(큰일)라는 생각보다 고작 동네 주먹대장 뽑는 식으로 좁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젊은 친구들이여! 날 차버린 그(그녀)에게 가장 확실히 복수하는 것은 아예 복수의 생각조차 안들만큼 예쁘게 사랑하며 잘 사는 것이듯 우리가 아픈 과거를 딛고 확실히 복수하는 것은 복수의 가치를 못 느낄 만큼 일본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면 된다. … (김희정 의원의 2006년 3월 1일 의정일기 중에서)”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회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좋다지만… 묻고 싶다. 왜 이렇게 됐냐고. -박득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