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다른 모든 정치인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호주의 민주주의를 수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대화·타협 위해 ‘호주 민주주의’ 수입하고 싶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를 거론하면서 한말이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방안으로 대연정제를 여러번 시도하려다가 실패도 했다. 지금 개헌을 포기한 노 대통령이 이같은 정치실험을 한국내에 도입, 올 대선정국을 유도하려는 시동을 걸었다. 그후 4개월만인 지난달 4월19일 민주영령들이 묵혀 있는 4·19기념탑앞에서 노 대통령은 또 다시 “관용은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협력의 수준을 연정, 대연정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87년 6월항쟁 이후 지금까지는 이른바 ‘개혁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으나 성숙한 민주주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협이 되지 않는 일은 규칙으로 승부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면서 “승자에게 확실한 권한을 부여해 책임있게 일하게 하고 선거에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해야 인권이 신장되고,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민주주의를 할 수 있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다함께 힘을 모아 대화하고 타협하는 상생사회, 신뢰와 통합의 수준이 높은 선진한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런 말이 왜 재등장하고 있을까? 노 대통령은 임기말 대선을 앞두고 자기 지분을 유지하면서 정치권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개헌이 물건너감에 따라 대연정으로 반대파를 끌어들여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이어가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가 가능한 후보를 묵계적으로 지원, 승리를 안겨 준후 친노세력으로 내년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 차기정부에서도 정치의 지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 “다당제로 대선치를 때 승산 있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여러개로 쪼개는 작업을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은 ‘통합신당파’ ‘열린우리당’ ‘친노파’ ‘제3의 세력’으로 분할될 위기이다. 이과정에서는 친노파와 제3의 세력은 노무현 중심의 신당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후 한나라당 경선 6월후 한나라당 탈당세력을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측근들은 끝까지 열린우리당을 사수하고 있다. 이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거머쥐기 위한 포석이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분열시켜 다당제로 만든 후 임기동안 직접 여러 당과 상대하면 정당정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임기말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다당제로 만들어 당과 대화정치를 유도할 방침이다. 지금 국내 정치는 양당제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수당과의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산적한 개혁법안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다당제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올 대선에서도 노 대통령은 다당제가 될 경우 대선에서도 승부수를 찾을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즉, 노 대통령은 다당제에서 대선후보 간에 빅딜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6일 하워드 호주 총리 내외 등과 함께 한 공식 오찬사에서 준비된 원고를 벗어나 “돈은 얼마든지 지불해도 (호주의 민주주의를)당장 수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 盧, 다당제로 연합전선 구축 노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의 민주주의 그것이 머리속에만 있었다”면서 “(그런데)이번에 호주에 와서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가 바라고 있는 그 민주주의구나하는 생각에 큰 감동과 부러움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은 피땀을 바쳐 군사 독재 체제를 끝내고, 그 후 20여년 동안 사회의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토대위에서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 점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공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화와 타협에 의해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하나의 합의를 이뤄나갈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뤄가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그 목표를 향해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당청 갈등이 정점에 이르는 가운데 출국 직전 발표한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연장선상으로 최근의 답답한 심경의 표출로 이해된다. 이외에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PSI참여 입장, 한호주 무역불균형 해소 등에 대해 언급한 뒤 “원고대로 하고 있지 않아 통역이 고생하고 있다” “이럴 때 박수치는 것은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 등의 농담을 곁들여 오찬사를 이어갔다. -김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