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쌀 지원과 열차시험운행 문제 등을 논의하는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가 18일 오후 개최됐으나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9일 오전으로 예정된 전체회의가 북측의 고집으로 오후 5시 반으로 연기되는 등 난항을 거듭한 것. ■남북 경협, 전체회의 지연으로 난항 북측 대표단은 당초 10시로 예정된 전체회의 개회에 앞서 기조발언문, 공동보도문 초안, 식량차관 제공합의서 초안을 사전 교환하자고 제안해 첫 전체회의를 지연시켰다. 이에 진동수 재정경제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측 대표단은 “우리 측은 그동안의 관례에도 맞지 않고 전체회의 이전에 결과물을 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자 북측은 공동보도문 초안과 식량차관 제공합의서는 안되더라도 기조발언문만 먼저 맞교환하자고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기조발언문을 요구하는 이유는 남측이 이번 회담에서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20차례의 장관급 회담과 12차례의 경협위를 개최하면서 전체회의 이전에 기조발언문을 교환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물론 1차 전체회의가 예정된 날짜에 열리지 못한 경우도 전무하다. ■남측, 대북 지원물자 육로 운송방안 제시 한편, 우리측 대표단은 회담 이틀째인 19일 첫 전체회의에서 경협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경협 물자를 해로가 아닌 육로로 운송하자는 문제를 새롭게 제안했다. 육로 운송 문제와 관련, 회담 관계자는 “해로를 통한 경협물자 운송은 물류비용이 크고 생산품 납기가 지연되는 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초 예정대로 5월 중 열차시험운행을 실시하고 이어 철도와 도로를 개통, 정상운영할 것을 제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첫날 환영만찬에 앞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진 차관이 김경중 건설교통부 남북교통팀장을 소개하자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라며 민족의 혈맥을 잇는 일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튿날 1차 전체회의는 지연됐던 반면 예정된 공동 중식은 일정대로 평양시 대동강변에 위치한 옥류관에서 이뤄졌다. 남측 위원장인 진 차관과 북측 위원장인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은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으나 특별한 환담없이 시종일관 굳은 표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진 위원장은 중식 도중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 위원장은 입을 굳게 다물어 공동보도문 공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다. ■북, 기조발언문 사전 교환 주장 VS 남, 전례 없다 일축 중식을 끝낸 진 위원장은 대동강을 바라보며 이어진 5분간의 환담에서 “맛있는 식사하고 좋은 경치 봤으니까 회담이 잘 될 것으로 희망한다”며 지연되는 전체회의 재개를 압박했다. 이어 북측이 요구하는 사전 기조발언문 교환에 대해 우리측은 전례가 없고 생산적이지도 않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도 절충안으로 위원장 단독 회담 끝에 이날 오후에서야 기존의 방식대로 사전 공개 없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우리측은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은 남북경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지난 20차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대북 쌀 40만t 지원과 관련,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첫날 저녁에 가진 환영만찬에서 이미 합의한 문제들은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진 차관은 “우리가 만나지 못한 기간에도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며 남북대화의 동력을 중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경협위 위원장인 주동찬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은 납북된 미국의 푸에블로호를 반환하기로 합의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북한은 지난 8일 미군 유해 송환문제로 방북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에게 푸에블로호를 안내한 바 있다. 이에 1968년 나포된 미국의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의 반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주 위원장은 “반환, 반환이 뭡니까. 그 중요한 것을”이라며 “전혀 생각 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번 안하기로 했으면 안하는 것이라는 방침이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