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노무현’, ‘남해 촌놈.’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늘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리틀 노무현’은 대중연설과 직설적 정치 스타일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그것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고, ‘남해 촌놈’은 그가 경남 남해군의 이장에서부터 시작해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까지 오른 데 대한 애정 어린 별칭이다. 김 전 장관은 이른바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된다. 그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고, 지방분권운동의 전도사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4월 26일 그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 여의도의 민부정책연구소에서 만난 김 전 장관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대선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이장 출신의 최초 대통령이 되고 싶고, 풀뿌리 현장에서 정말 국민들과 어깨를 맞대고 고민했던 사람이 국가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작년 5·31 지방선거 이후에 실제 정책·노선·가치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봤고 우리당이 발전적으로 분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당내에 동력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4·25 재보궐 선거에 대해서 김 전 장관은 “보통 2007년의 시대정신과 지역연합은 거리가 멀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예측들을 많이 했는데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소지역주의 연합이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의 일문일답. “4·25 재보선에서의 소지역주의 연합 강화된 것 아쉽다” ■ 4·25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고 예상대로 ‘1:1:1’의 결과가 나왔다. 일단 대전이라는 곳이 대선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 김두관 전 장관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보통 2007년의 시대정신과 지역연합은 거리가 멀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예측들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소지역주의 연합이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나서, 한 편 아쉬운 점이 있다. 역시 정당들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 것 같다. 특히 이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돈 많은 정당이라는 것을 과시해버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있었던 것이다. 저희들 입장에서는 후보를 한 군데밖에 안냈지만, 대통합과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통해서 다시 한 번 12월 대선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무안·신안의 김홍업 후보나 대전 서 을의 심대평 후보 같은 반한나라당 후보들과 영남을 포함해 수도권의 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들이 압승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범여권이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또 민주개혁세력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열린우리당은 ‘같기道’ 정당 맞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통합신당추진모임 등 이른바 ‘범여권’의 통합논의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결렬되는 등, ‘이러다간 대통합은커녕 소통합도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협상 결렬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또 소통합을 넘어선 대통합이 궁극적으로 가능하리라 보는가 “열린우리당이나 통합신당모임이나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하고 있지만, 실제로 속내는 다른 것 같다. 열린우리당 같은 경우는 ‘제 3지대 후보 중심론’을 정세균 의장이 주장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우리당이 기득권을 버리는 결단이다. 저는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논의가 잘 돼가다가 협상이 깨진 것은 결국 주도권에 대한 대립이 원인일 것이다. 이런 면도 있다. 주도권 때문에 안된 것 같지만, 한 편으로는 대선에 임박해서 정책연합이나 후보전술을 통해서 통합하려는 흐름이 있다. 아마 계기들이 있어야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의 현 상태에 대해서 ‘같기道 정당’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여당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통합을 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게 그 이유다. 김 전 장관은 그동안 일관되게 ‘열린우리당 사수’를 주창해온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미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통합(당 해체를 포함한)’을 결의했고, 참여정치실천연대와 의정연구센터 등 이른바 ‘친노 그룹’은 분화 혹은 발전적 해체의 수순으로 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의 김 전 장관의 위치는 어디인가. 사수파들의 입지가 애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같기道 정당’이라는 말은 누가 붙였는지 모르지만 매우 정확한 명칭인 것 같다. 그리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 사수파’라기보다는 ‘당 핵심파’다. 언론에서 편안하게 붙인 이름이 ‘당 사수파’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저는 사실은 작년 5·31 지방선거 이후에 실제 정책·노선·가치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봤다. 또 그 이후에 우리당이 발전적으로 분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내에 동력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아마 그 당시에 당이 분화가 됐으면 2당이나 3당이 되는데, 원내 의원들이 2당이나 3당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막연하게 당이 분화됐을 때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어서 엉거주춤하게 왔는데, 결과적으로는 2당이 됐다. 2당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정당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황까지 몰려왔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 이후에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히 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당이 대통합신당으로 발 빠르게 갈 수도 있고, 분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개혁세력이 한 번 더 승리해야 지역주의 없어진다” ■최근 천정배 의원이 주축이 된 민생정치준비모임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계열로 알려진 민평련이 통합에 관한 협의를 한 바 있다. 일견 보기에, 이들 모임과 김두관 전 장관 측은 정치적 견해가 매우 흡사해 보이는데, 이들과의 대화 혹은 통합에 나설 용의는 없는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김 전 의장이나 천 의원이 단식을 할 때는 위로방문을 한 적은 있다. 또 천 의원의 경우에는 우리당 바깥에 있다는 아쉬운 면이 있다. 하지만, 3기 민주개혁정부 수립을 위해 우리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원칙과 대의에 대해서는 생각이 똑같을 것이라고 본다. 또 지난 2·28 전당대회 때 저는 김 전 의장과 연대를 하기도 했다. 큰 대통합의 흐름 위에서 같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 자주 보고 의논할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분들 중 일부는 ‘당 내의 친노 그룹과 정치문화가 너무나 달라서 대화가 안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영남 친노 그룹’을 지칭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대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을 것이다. 또 호남을 대표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저는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기본적으로 영남은 ‘패권적 지역주의’다. 다시 말해 해먹었던 사람이 자꾸 해먹으려는 것이다. 여기에 반해 호남은 ‘저항적 지역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호남의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양해하고 동의하는 것이다. 저는 한국적 현실에서의 지역적 대표성을 인정한다면, 호남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정파가 있다면, 영남의 민주개혁세력의 정파가 얼마든지 손잡고 일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호남의 대표성을 가지는 민주개혁 세력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역주의 극복이 없는 정계개편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선을 위한 1회용 정계개편이 불과할 것이고, 대선 결과에 따라 뿔뿔이 흩어질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욕심이기는 한데 이번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다시 한 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나라당 같은 지역주의에 기생하고 있는 정당들은 해체 내지는 분화가 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지역주의가 마지막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옳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더 우리가 되면 당이 정책이나 노선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나라당도 극우들이 나가고 합리적인 보수들로 재편이 될 것이고, 중도개혁세력도 하나의 정치 블럭으로 형성될 것이고, 진보진영이 하나의 블럭이 되고 해서 대략 3~4개 정도로 해서 정책을 가지고 대결을 하는 구도로 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번까지는 영남에 기대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항해 서부벨트론이나 진지론을 가지고 우리가 대응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저변에서는 지역연합 세력이 강하게 부딪칠 것 같다. 어쨌든 한 번 더 승리를 하면 그런 문제가 한 꺼풀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은 ‘통일’과 ‘복지’다” ■그렇다면 김 전 장관이 생각하고 있는 ‘바람직한’ 정계개편의 원칙과 방법은 무엇인가. 또 만약 정계개편에 반대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지금 소통합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말하지 않지만 대선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오히려 총선 대비용 같은 느낌이 든다. 저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87년 이후 20년 동안 제도적 민주주의가 완성 단계에 있는 등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한 편으로 보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대북 퍼주기’를 더 할 것이고, ‘개혁세력 흉내내기’를 더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히틀러 정당’ 같은 정당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을 민주개혁 진영이 잘 안한다. 대선 승리만을 위해서 정책 등을 무원칙하게 했을 경우에는 뒷감당이 안될 것이다. 이후에 총선이나 그 총선 이후에도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정책이라든지 하는 것을 중심에 잘 잡고 원칙을 가지고 대선에 임해야 한다. 즉, 주도권은 행사하되 외연은 확대해서 반한나라당 연합을 가지고 보수대연합 대 개혁대연합의 양자 구도에 의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47석으로 출발했지만 152석으로 국민들이 만들어주었던 것은 국민들이 그 가능성과 ‘잘 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잘 못하니까 이렇게 소수로 변한 것이다. 108명 국회의원이 있지만, 우리당은 지금 담론이 죽은 당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의와 명분이 없으니까 이렇게 지리멸렬하는 것이다. 저는 무원칙하게 통합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통합했으니까 찍어준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합을 하되, 정치개혁이나 지역구도 극복이나 정책정당이라는 확고한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반(反)한나라당 연대’를 계속 강조하시고 계신데, 범여권 대선 주자들 중에는 그러한 주장을 말하는 분들이 많다. 진보진영의 몇몇 분들도 그렇게 주장을 한다. 반면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같은 분은, ‘반한나라당 연대는 효과가 적고, 한나라당과 가치의 싸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민주 대 반민주, 분단 대 통일 등의 가치는 87년 식 사고라는 지적도 있다. 김 전 장관이 보기에 올 대선의 시대정신이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반(反)한나라당 연대’가 지난 대선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에 나타나는 모습은 반한나라당 연대로 나타날 수 있지만, 가치나 정책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맞다. 말을 반한나라당 연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저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는 올 대선의 시대정신을 ‘통일’과 ‘복지’로 이해하고 있다. 또G7과 3만 불의 그런 나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활로가 역시 북방경제라고 생각한다. 남북경제공동체나 경제연합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의 대외경쟁력을 엄청나게 높이는 문제고, 노동집약산업에 대한 해외자본유출 문제에서 자본을 다 묶을 수 있는 것이고, 평화를 여는 것이고, 북한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여기에 확고한 비전을 보고 있다.” “한미FTA 진보진영이 화내는 것은 당연” ■최근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한미FTA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양분되어 있다.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가운데, 정치인 일부는 ‘졸속 협상 비준 동의 반대’를 주장하고 있고, 대다수는 ‘입장 유보’를 나타내고 있으며, 시민사회는 대다수가 ‘졸속 협상 비준 동의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장관께서는 한미FTA의 타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협정문 공개가 매우 형식적인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 전반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한미FTA 협상에서 제가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불평등조약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고 미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미국의 시한에 맞춰서 진행된 것 같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회 비준 과정에서 우리 국회가 철저하게 협상 과정을 분석하고, 비준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잘 점검이 돼야 할 것으로 본다. 한-EU, 한-중 등에 있어서도 우리가 준비 없이 OECD에 가입해서 IMF 사태를 맞은 것을 교훈으로 삼아서 국회와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또 사실은 FTA는 외부와 하는 것이지만, 이해당사자 그룹인 국민들을 철저하게 설득을 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대외협상만큼 중요한 게 대내협상인데,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나 진행과정 공개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주로 진보진영이 화가 나 있는데, 화날 만하고, 화를 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민생’을 외치는 정파와 정치인이 절대 다수인 것 같다. 그러나 예를 들어, 한나라당의 민생과 열린우리당의 민생이 다르고, 천정배 의원의 민생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민생은 서로 다른 뉘앙스와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생각하는 민생이란 어떤 것인가 “민생이라고 하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시혜를 주는 느낌이 든다. 제 연구소가 민부정책연구소인데, 서민과 중산층들이 계층상승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 또 열린우리당으로 보면, 정당이라고 하면 지지계층의 이해관계에 대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인데, 우리당이 지지계층의 이해와 바람을 등한시 한 것 같다.
2:8의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이나 저중산층에 대해서 시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말하는 민부와 사회투자국가가 연결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한 600만명 정도 된다. 이 분들이 그것을 딛고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소홀했다. 이분들에게 사회안전망만을 확보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를 통해서 이분들이 성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야말로 분배가 1회용이 아닌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 이게 제가 말하는 민생과 민부다.” ■그간 ‘희망 대장정’이라는 이름의 전국 순회를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다. 희망대장정의 과정에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제가 태백에 갔을 때 막장 체험을 했다. 막장에서 탄을 캐는 분들을 ‘막장인생’이라고 하는데, 제가 그 막장 안에 들어가 있는 그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 600m를 내려가서 3km를 걸어갔다. 사실 탄광이라는 게 우리나라의 후기산업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석탄산업이 호황이었을 때는 속된 말로 ‘태백에 가면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거의 ‘죽음의 도시’가 된 느낌이다.” “이장 출신 최초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이해찬 전 총리가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유시민이 안되면 김두관을 주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저는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읍면장 이상이면 공인이라서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못한다고 본다. 지지자들이나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면 중심에 서는 게 정치인의 자세라고 본다. 자기가 안나오고 싶다고 안나오고, 나오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 총리에 대한 요구들이 있다. 물론 출마에 대한 최종 결심은 본인들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전 총리의 경우에는 행정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잘 했기 때문에 기대가 있는 것이다.” ■대선 도전에 대한 공식 선언은 언제쯤으로 예정하고 있는가. 또, 당내 경선 혹은 오픈 프라이머리에서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5월 정도가 가장 격렬하게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좀 정리가 되면 6월 초 정도에 공식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장 출신 최초의 대통령이 되고 싶고, 풀뿌리 현장에서 정말 국민들과 어깨를 맞대고 고민했던 사람이 국가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 좀 더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제가 본선경쟁력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또 나라를 경영하려는 사람들은 권력의지가 강해야 한다.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섬기는 의지가 강해야 하는데, 범여권에 저보다 간이 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당당하게 준비할 것이고, 민주개혁세력들이 다시 한 번 진화해서 올 12월에 승리하는 것이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민주개혁세력들이 대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제 개인적으로는 그 중심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회가 오고 안오고는 저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국민들이 선택을 하는 문제라서 제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씀 드리는 것은 국민에게 결례가 되는 것이고, 다만, 범여권의 대선주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누구보다 강하다.” “박근혜는 통찰력, 이명박은 추진력 돋보여”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짤막한 인물평을 한다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장부로서 결단력과 통찰력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추진력이 돋보이는 불도저 정신을 가지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감각이 뛰어나고 연설로 청중을 휘어잡는 정치인이 아닌가 싶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시대의 통찰력을 지닌 분으로 소명의식이 남다른 민주 진영의 대선배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국정운영을 너무 잘하신 분이고 탁월한 감각으로 시대를 읽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공부를 많이 한 정치인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부드러움 속에 가려진 강인한 여성상을 가진 정치인으로 외유내강형이다. 특히 고생을 그 정도 했으면서도 그런 얼굴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가끔 만날 때마다 영국신사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점잖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또 심성이 참 좋은 정치인이다. 감각도 좋다.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지식인으로서 현실 정치감각을 지닌 경제학자다. 서울대 총장이 된다는 것은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은 정말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된 주의주장이 돋보이는 굳센 정치인이고,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천재형으로 명석한 두뇌가 돋보이는 정치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일관되게 헌신한 정치인인데, 지나고 나면 퇴임 이후에 더 돋보이는 정치인이 될 것이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비유를 들어보자. 지금도 국회 앞에서 하고 있지만 지하철 공사를 하게 되면 그 위쪽이 난장판이 된다. 차가 막히고 정체되고 도로 건너기도 복잡하다. 그렇지만 지하철 공사가 완료되면, 지하철도 개통되고 사통팔달이 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의 지난 시간이라는 것은 지하철 공사가 시작이 돼서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게 마무리되면, 정말 좋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지하철 공사가 마무리가 안됐기 때문에 남들이 느끼기에 ‘왜 이렇게 차들도 막히고 환경도 불순하고 짜증스럽다’고 느낀다. 결국 ‘노무현 정부가 짜증스럽다’는 것인데, 지금 이 지하철 공사가 마무리 돼서 그 위를 싹 치우고 나면 정말 괜찮을 것이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