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경제성장 7%를 공약으로 내건 이후,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이번 대선 공약으로 7%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국민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가 경제라는 점을 봤을 때 경제성장률에 대한 공약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장기적인 경제불황에 놓여있는 한국국민들에게 연간 7%의 경제성장론은 매력적인 공약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과연 7% 경제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7% 성장가능론자들은 현 정부의 저성장 불가피론을 성장체념주의라고 비판하며 한국경제는 현재의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잠재성장률 등에 비추어 볼 때 고성장을 추구하다가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천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노동·자본·기술수준 등 총공급능력과 소비·투자·생산활동 등 성장의 3각 방정식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앞으로 10년 정도 이상의 기간에 5%대 성장만 해도 매우 잘하는것”이라며 7%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 연구위원은 “중장기 추세선은 4% 중반대 정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개별 산업별로도 크게 ‘대박’을 터뜨릴 데가 없다”며 “기대를 바탕으로 7% 성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답답한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7% 경제성장 가능론자인 경기개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은 굉장히 패배적이고 소극적인 의견”이라며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있는 경우 7% 이상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디지털경제연구회는 26일 ‘7% 경제성장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이종구 의원은 개회사에서 “사실 7%경제성장 달성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성장동력을 키우고 더 확실하게 성장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다음 정권에서는 꼭 국민에게 나은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종구 의원은 “성장을 통한 분배정책과 경제체질개선에 매진하면 올해초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던 것처럼 한국이 세계선진 부국에 충분히 낄 수 있다”며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제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샌드위치론’과 ‘넛크래커론’ 등 부정적인 미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화 국회 재경위원장은 축사에서 “7% 성장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보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 같다”며 “경제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으로, 7% 성장이 가능하다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기업인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며 “이를 위해 규제를 가능한 완화하고, 노동의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려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된다면, 7%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건전한 성장에 대한 맹신 버리고 창조적 파괴로 성장 이끌어야”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신장섭 교수(싱가포르 국립대)는 ‘고성장 체념주의의 원인과 대책 -슘페터적 경제관으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7%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신 교수는 “한국경제는 과거에는 세계경제 평균의 2~3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금융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친 뒤 성장률이 세계 평균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아직까지 국내학계와 정책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건전성장론에 기반을 둔 ‘고성장 체념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고성장 체념주의에 빠지게 된 주요 원인으로 △‘건전한’ 성장에 대한 맹신 △외국자본에 대한 환상 △잠재성장률에 대한 착각 △근거 약한 공중증(恐中症) 등을 꼽았다. 그는 “고성장 체념주의는 학계와 정책당국에서 계산한 잠재성장률에 의해 정당화되곤 했지만, 잠재성장률은 상아탑에서 한번 만들어 본 것에 불과하다”며 “논리적·실증적 근거가 취약한 잠재성장률 개념은 경제정책논의에서 추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중국경제의 성장으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국내기업들의 대중국투자가 늘어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저하되고 있다는 주장도 현재의 저성장세를 합리화하는 논거로 동원되고 있다”며 “이는 현실을 제대로 분석한 기반 위에 나오는 주장이라기보다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리 겁먹는 “공중증(恐中症)의 결과”라며 비교사적으로 볼 때에 중국경제의 성장은 한국경제의 성장을 짓누르기보다 더 높은 성장이 가능하게끔 하는 문을 열어줄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7%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슘페터적 경제발전관으로의 전환 △산업과 금융 간 균형적 시각 △자본의 속성에 대한 일반론적 접근 △선제적(pro-active) 경제고도화 등의 대책 등을 제시했다. 슘페터적 경제발전관은 ‘건전한 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신고전파적 성장관과는 다른 것으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해 자본주의 경제에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이를 통해 계기적으로 도약한다고 주장한다. 슘페터적 발전관은 수학 모델을 만들기 어렵지만 자본주의의 실질적 변화과정을 설명하는 데에 더 적합하고 정부나 기업들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보다 유용한 시각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경제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과 금융 간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 금융위기 후의 구조조정에는 위험관리를 위한 금융의 논리가 지배했지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산업의 논리도 중시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기업대출을 북돋워줘야 하는 산업적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중국경제의 부상에 대한 우려는 선제적(proactive) 경제고도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며 “그 곳에서 열리는 사업기회를 잡기 위해 현지투자를 적극 감행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산업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BIS비율 등 지나친 금융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고, 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의 비중을 낮추어 기업대출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투기적인 부문의 수익률과 생산적인 부문의 수익률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제조업 해외이전에 대응한 선제적인 제조업 고도화 정책을 추진하면 6~7%의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배위주의 정책보다는 성장중심 정책을 펴야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고성장 체념주의에 대한 비판과 추가성장가능성의 제시”에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다만 정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기업이 성장하고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정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혁신형 중소기업에 자금이 공급되도록 기업평가와 리스크관리 등 금융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한편 정부와 기업 간 유착관계가 복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 맞춰야할 때” 박 교수는 “현재의 실패한 패러다임을 재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노동·교육·복지·연구개발투자 등의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성장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현 정책의 수정과 보완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최근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배경으로 ‘고성장 체념주의’라는 심리적 요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성장률 저하 불가피론’을 폈다. 김 국장은 IT중심으로의 산업구조변화·비정규직 확대·고령화 등으로 저성장체제로의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성장의 목표는 정량적 개념(6∼7% 수준)도 중요 하지만 앞으로는 경제의 질적 발전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어야 한다”며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이 중요한 만큼 이를 우리 경제에서 유도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제도 장치로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립 및 인력활용도 제고, 교육의 효율성 제고, 경제제도 선진화, 대외개방 및 경제협력 강화, 사회적 갈등 해소 등을 들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고성장의 필요성에 동감하면서도 신 교수의 불균형 성장 주장에 대해서는 “과거체제로의 복귀”라고 맹비판했다. 최 연구위원은 “지배구조상의 문제를 간과하고 당장의 고도성장만 이끌어내려는 절충주의는 위험관리부담을 차후세대에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제고와 교육 등 비교역재 부문의 상당한 구조조정과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연구위원은 “지금은 성장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단계인데 시장중심의 체질적 변화가 미흡한 상태”라며 “각종 인프라구축과 지배구조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과잉유동성상태에서 기업대출에 대한 금융규제를 풀면서 산업금융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노력만으로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과거 고성장시대의 불균형성장전략을 벗어나서 시장중심의 경제체제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을 각종 인프라구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방향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각종 이슈들은 체제적 문제를 방치 또는 비현실적 이슈로 치부하고 거시적 처방으로 일관해온 결과”라며 “내수부진은 중소산업기반 와해이후 과다신용공여로 초래된 부채과잉현상, 즉 중국의 세계체제 편입으로 초래된 고용기반약화에 대한 산업정책적 배려가 결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제 침체는 지난 10년간의 정책 실패 때문” 곽창규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금의 경제 위기를 “외환위기이후 지난 10년간을 무능과 독선으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에서 찾으며, 국가대혁신을 위한 강력한 국가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시스템혁신을 통한 잠재성장률제고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성장없는 분배는 사상누각”이라며 7% 성장을 위한 산결 과제로 △정부혁신 △기업혁신△교육혁신 △지방혁신 △한반도혁신 등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정부혁신으로는 △정부정책의 일관성·투명성·책임성 제고 △정부 기능 및 조직의 전면적 개편 △공기업 민영화 △국가재정 효율성 제고 및 건전성 강화 △국가부채 축소 등이며, 기업혁신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및 기업가 정신 제고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파 △세제개편을 통한 조세경쟁력 강화 △글로벌 스탠더드 확립 △노동유연성 제고 및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 등이다. 교육혁신으로는 △글로벌 인재 육성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절감 △대학경쟁력 강화△산·학·연 협력 강화 △R&D 혁신시스템 구축 등과 함께 △지방분권 강화△지방 행정조직·행정구역·행정계층 개편 △권역별 광역경제권 구축 △권역별 혁신클러스터 육성 △권역별 초일류대학 육성 등을 지방혁신 내용으로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한반도혁신은 △북핵문제와 남북문제의 분리(병행) 대응 △남북한 전면적 교류협력 추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축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 등이다. -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