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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입학만을 고집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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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5호 ⁄ 2007.07.03 10:15:55

현직 치과의사로서 현 시대의 ‘의치한’ 의대에로의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 학부모님들께 몇 자 글을 올리려고 몇 번이나 글을 쓰다가는 말았습니다. 오늘은 큰 욕심(?) 버리고 그냥 편하고 간단하게 써볼까 합니다. ■ 의사라는 좋은(?) 직업 ‘의사’라는 직업은 좋은 직업입니다. 사람의 건강을 돌보는 일보다 더 숭고하고 의로운 일은 없겠지요. 더구나 경제적인 안정까지 쉽게 얻을 수 있다니 대단히 좋은 직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현재 자연계열의 우수한 많은 학생들이 의대로 향하는 시대상황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우려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이공계로 가야할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몰려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진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어느 편이냐 하면, 저는 주위의 지인들에게 자녀들의 의대진학을 말리는 편입니다. 자기 직업에 대해서 만족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속설 때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그런 만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만류를 하는 편입니다. 지금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의대로 보내고 싶어 하는 현상은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의 40대 중반 분들은 아마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의 학창시절에는 의대진학을 하는 학생들은 일부 특수한 부류였습니다. 일반 학생들은 거의 가고 싶어 하지 않았죠. 제가 고 3때 우리 반에서 서울 공대를 3명 정도 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의대는 없었습니다. 물론 서울 공대를 간 학생들도 의대는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 지방 의대 정도는 입학성적이 꽤 낮았습니다. 아마 성적이 충분한데도 그런 의대에 진학하지 않으신 학부모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의대를 갔더라면 정말 경제적으로 편한 삶을 살고 있겠죠. 의사의 절대수가 부족한 현실이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의사들이 풍족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지금의 그런 학부모님들은 매우 후회하시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후회가 자녀들을 의대로 보내고 싶어 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겠죠. 그 당시에도 우리 대다수는 그런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의사가 되어 개업하려면 15년 정도는 걸립니다. 자녀의 나이 30대 중반이죠. 장차 15년 이후의 한국사회가 어찌 변할 지 확연히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의사호황’이 앞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한국사회의 인구는 줄어가고 의대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한 경제논리입니다. 의사들의 공급은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에 돌봐야할 환자 수가 적을 밖에요. 물론 개개인의 의료서비스 수요는 평균적으로 늘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인구수 대 의사수의 절대치가 작아진다는 점은 확실한 예상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장차 의사들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뛰어난 의술보다는 ‘마케팅 능력, 경영능력’ 등으로 무장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이러한 점은 사실 지금도 거의 현실화되었습니다. 의사들도 갈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의사들은 과거의 의사들보다 훨씬 더 많이 법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극단적으로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진 의사들의 수도 부지기수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장차 편한 직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죠. 금번 우리나라는 한미 FTA를 체결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한국사회가 더욱더 무한경쟁의 사회로 나아간다는 신호탄입니다. 한국의 모든 사회부문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의사들이라고 해서 절대 예외가 아닙니다. ■ 자격증의 시대에서 능력의 시대로의 전환 과거의 한국사회에서는 소위 ‘자격증’이 힘을 발휘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벌써 그러한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지요. 과거에는 사법고시만 합격하면 인생승부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무실 임대비도 내지 못하는 변호사들 많습니다. 공인회계사도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죠. 제가 대학 다닐 때에만 해도 사법고시 보다 더 어렵고 인정받던 자격증입니다. 해외유학도 그랬죠. 과거에는 해외 유학 가서 석박사 따오면 서울에 있는 어느 정도 대학에서 쉽게 교수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별 볼 일 없습니다. 미국 MBA를 따와도 그렇죠? 의사자격증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교사자격증도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자격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5년 후 의사 개업해서 크게 성공하는 자녀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자녀가 스무 살 때 서울 공대나 카이스트를 갔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할 재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있는 친구가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결코 ‘장차 의사라는 직업이 편한 직업이 될 것이다’, 또는 ‘경제적으로 무척 안정된 직업이 될 것이다’라는 선입견만으로 자녀들을 의대 쪽으로 보내는 것은 자칫 착각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앞으로의 한국사회는 과거처럼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또는 소위‘신이 내린 직장’ 뭐 이런 것은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극단적이고 무한한 경쟁사회가 될 것이고, 따라서 철저히 현실 능력 위주로 계층을 갈라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는 직업도 이런 패러다임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아이들의 적성을 세심히 파악해서 대학을 보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분야로 보내야만 미래사회에서 자녀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책으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사회공부를 시켜주는 것이 자녀들의 미래능력을 키워줄 수 있겠죠. ■ 장학금 없는 의과대학 앞에서 말했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훌륭한 직업입니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한다면 앞으로는 또다시 험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의대로 진학하면 인생진로가 거의 외길수순입니다. 그러나 이공계로 가면 다양한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학비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의대 학비는 장학금 거의 없습니다. 6년 동안 교재비 및 용돈 엄청 많이 들어갑니다. 이에 반해 이공계 학생은 이공계 장학금 받고, 아마 뜻만 있다면 국비 유학자금 받아서 외국유학도 별로 어렵지 않게 갈 겁니다. 해외 이공계 석박사 과정은 거의 빵빵한 월급 받아가면서 공부합니다. 지금도 메이저 의대를 갈 실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굳이 의대진학을 저는 말리지 않습니다. 장차도 학교 레벨과 학연 등의 파워는 어느 정도 발휘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의 하위권 지방 의대 정도 갈 실력이라면 차라리 서울 공대 진학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동안 이공계 경시 풍조가 이어져 왔지만, 장차는 이공계 우대의 풍조가 반드시 올 것이다!”근거는 없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살아온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막연히 드는 느낌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30대 중반이 될 즈음에는 아마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사실 우리가 살던 과거나 현재처럼 크게 경제적인 가치에 몰두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 정도 나오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취하고 살 것이라는 것이죠. 그 때의 가치지향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 될 거에요. 따라서 자식들의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살던지, 이공계를 나와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던지 경제적으로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너무 자녀들의 의대진학에 연연해하실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짧게 쓴다는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쓴 이유로 의대생 자녀를 둔 부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장차 의사라는 직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너무 의대만 고집하는 학부모님이나 자녀들을 위해 생각해보시라고 쓴 글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송기삼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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