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지난 30일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사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손 전 지사는 현재 범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열린우리당 수도권 인사들로부터의 러브콜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손 전 지사는 30일 자신의 지지세력인 ‘선진평화포럼’ 창립식을 통해 독자세력화를 모색했다. 이날 발대식에서 손 전 지사는 정 전 총장의 불출마에 대해 “정 전 총장은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함께 만들어 나갈 잠재력이 있으신 분으로 새 중심을 만들어 나가는데 함께 해 나갈 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선진평화포럼 발대식 갖고 대선행보 재개 당초 정운찬·진대제와 드림팀을 주창한 바 있는 손 전 지사측으로서는 ‘정운찬’이라는 범여권의 대안이 사라졌기 때문에 당장 정치세력을 규합하는데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일각에서는 정동영·정운찬·손학규 연대를 주시한 바 있으나 정 전 총장의 불출마로 축이 무너졌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측에서는 “본선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파트너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지역적인 대결구도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한국정치 발전사에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후 손 전 지사는 6월 중 ‘선진평화포럼’을 기반으로 한 ‘선진평화연대’를 결성한다는 시간표를 마련하고 있다. ‘선진평화포럼’ 창립식 이튿날 손 전 지사는 광주가 갖는 포용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40여 일만에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손 전 지사는 1일 5·18 묘역 참배와 전남대 강연을 통해 “5·18 정신을 이어받아 선진평화미래를 이뤄가겠다”며 광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손 전 지사는 강연에서 “두 번의 대선에서 전략적 선택을 했고, 여러분들이 정권을 만들어냈다”며 광주역할론을 자극했다.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에서 미래를 창조하고 사회통합을 이뤄낼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달라는 호소다. 이에 손 전 지사는 “어떤 정권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인가, 이것은 광주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 전체의 명운에 중요한 갈림길을 여러분이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순형 “독자세력 성공 못해” 일침 또한, 손 전 지사는 9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경제재건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인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근거와 배경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지사 시절에도 한반도 평화와 대북경영 정책을 피력해 온 바 있으며 최근 북한의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제안했음을 덧붙였다.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손 전 지사에 대해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이념과 정책에 맞는 기존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고 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과거 한국정치사에서 탈당한 정치인이 대선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을 주시한 것. 조 의원은 1일 “지금 기존 정파 외에 대선을 치를 만한 독자세력을 만들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손 전 지사도 한나라당의 맞수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도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을 선택해 기존정당으로 합류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정치가 새롭게 의미를 갖기 위해 비한나라당쪽 이합집산은 국민에게 감명을 주지 못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손 전 지사는 2일 대구 경북대 강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조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선진평화세력 구성을 역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재 한나라당을 탈당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 손 전 지사의 최대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죽기를 각오하고 (한나라당을)나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 잇따른 대구·부산 방문 왜? 그러나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지분을 챙기려는 목적이면 탈당하지 않았다”며 뜻과 이상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손 전 지사측 관계자들도 “지역주의를 넘어선 융합이라는 손 전 지사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선진평화포럼 발대식에서 “4·25 재보선을 통해서 국민은 부패한 수구와 무능한 좌파에게 레드카드를 번쩍 치켜들었다”고 비유하며 최근 재보궐 선거참패의 후폭풍을 맞이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상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이다. 이에 70년대 무조건식의 개발논리, 80년대 대결구도라는 과거 지향성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 전 지사는 지난 주 전화협의를 한 만큼 빠른 시일내 회동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은 2일 오전 SBS 라디오 프로그램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현해 “(손 전 지사는) 어려운 결단으로 야당을 나왔기 때문에 충분히 협력하면서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전 지사도 광주 강연에서 선진평화의 뜻에 동조하고 실천 의지를 가진 정치인과는 언제라도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혀 범여권과의 통합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열린우리당 대선주자 정동영의 갈길은?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은 5월이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치권 전체의 빅뱅이 이뤄지게 되면 비한나라당 전선이 어느 정도 대열을 정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의 열린우리당 탈당 카드가 살아있는 것도 사실. 이에 정 전 의장은 “내가 해야 할 몫이 있다면 그것을 피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해 대통합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중심이 된 통합신당모임도 독자 신당을 창당한다. 오는 7일 잠실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한 후 향후 민주당 등과 통합을 모색한다는 계획표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이강래·전병헌·노웅래·이종걸·제종길·우윤근 의원 등 6명이 독자창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또다른 돌발변수로 인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한 대선도전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친노파 계열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달 중 대선 의지를 밝힐 예정이고, 김혁규 의원도 대북경협활동을 위해 방북하는 등 행보가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최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