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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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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호 ⁄ 2007.07.03 09:44:37

재보선이 끝났다. 결과를 놓고 각 당이 어지럽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세 석 중 하나 밖에 못 얻었으니 참패라고 난리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재보선 불패라는 그럴 듯한 지위를 누려왔으니 충격은 충격일 게다. 후보매수, 돈 공천, 과태료 대납 등 선거에서 일어 날 수 있는 모든 부패를 버라이어티 쇼처럼 보여주고도 그 정도면 선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1석에 기초의회도 6석이나 얻었다.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당선 후 가장 먼저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았던 김홍업 당선자가,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걸 보니 참 안 되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다시 지역주의의 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정말 모자란 것은 우리당이다.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단 한 명 내보내고 큰 표 차로 지고서도 어쩜 그리 태연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으로 선거가 진행되었고, 그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심판 받은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한단다.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긴 많이 맞으면 그 다음부터는 면역이 생기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주절주절 보선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가 그 모양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 정치가 표류하고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도 어떤 조직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지금까지 철밥통으로 여겨졌던 것들에도 조금씩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집단이 있다. 정치권이다. 한 마디로 대단하다. 이번 재보선을 보면서 정치권의 표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다면 잘못된 것일까, 차라리 아니면 좋으련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상을 보면, 정부가 정책을 발굴하고 제의하면 국회에서는 논란만 벌이다 묻어 두는 꼴이 반복되고 있다. 평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정부가 하는 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우선 장기과제를 만들어 놓고 매번 꼼꼼히 챙기는 것만도 적지 않다. 균형발전,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 사회투자 등 많은 과제들을 벌려 놓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미 FTA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참 많은 노력과 열정을 기울인 것이다. 게다가 단기 과제들도 정면으로 붙어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하지 않고 미루어 두었던 일들을 책임감 있게 하고 있기도 하다. 부담을 상당히 요하는 일도 필요하다면 하는 모습이다. 방폐장·새만금·용산미군기지 등이 그렇다.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일하는 동안 정치권은 이리저리 밀려다니고만 있다. 2006년부터는 아예 일할 의욕도 느끼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 된 법률이 3월 15일 기준으로 총 929건이다. 그 중 2005년까지 제출된 법률이 597건이다. 약 90%인 534건이 국회를 통과하여 입법화되었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2006년부터는 전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표류하고 있다. 2006년에는 332건이 제출되어 47.5%인 158건만이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민연금법안 부결상황을 보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원칙도 의지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중심에 사학법이 있다. 사학법은 이미 2004년에 시작된 4대 개혁입법 중 하나이다. 오래 끌어왔던 사학법 개정안은 2005년 12월 9일 차 떼고 포 떼고 나서야 통과되었다. 개정 사학법에서 핵심으로 남은 하나가 이사의 1/4을 개방하는 개방이사제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되었다. 한나라당의 끈질긴 스토킹이 결국 빛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이제라도 합의해서 처리한다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한나라는 그러려니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다.

사학법에 목숨 걸고 반대에 나선 곳이 한기총으로 대표되는 보수 기독교계다. 목숨 걸고 반대한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사학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보수 기독교계가 한 말이 있다. “사학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순교를 각오하고 있다.” 그러니 다른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 개방이사가 된다면 건학이념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즘 유명한 카피를 빌리자면 한 마디로, ‘쇼를 한다’. 개방이사 1/4이 학교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학교 측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개방이사가 되기도 쉽지 않은 구조이다. 잘 하면 1~2명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이 1~2명이 중요하다. 1~2명의 개방이사가 학교의 이념을 부수지는 못하지만,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 같은 것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한 사람만 제대로 해도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방이사의 힘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투명하고 건전한 사학을 만드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고 추진한 것이 개방이사제이다. 이것을 다시 개정하겠다고 한나라당이 나선 것이다. 언제? 개정 되자마자 바로 그날부터. 그러니 보수기독교계가 순교할 필요는 없어졌다. 다시 재개정에 목숨을 걸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벌써 1년을 훌쩍 넘었고, 정치는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잘 났다. 정말. 정치에는 파트너가 있다. 한나라당의 파트너가 열린우리당이다. 우리당은 총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전패를 거듭하며 거의 그로기(groggy) 상태에 놓여 있다. 문제는 그렇게 터지고도 국민들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이번에도 사학법을 대폭 양보한 상태에서 다른 법안들과 연계해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사학법이 재개정 되는 방향은 개방이사제를 무늬만 남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종교 사학에 한해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에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평의원회)와 종단이 2분의 1씩 참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추천위는 두배수로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게 되고, 이사회는 이 중에서 개방형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추천에도 종단이 참여해서 2명을 추천하고, 그 중 한 명을 선임하게 되니 정말 무늬만 남게 되는 셈이다. 잠정 합의로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당이 왜 이럴까? 하도 맞다 보니 눈치만 늘었다. 이제는 의지도 없고 방법도 없단다. 기독교계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니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 우리당의 실토란다. 실제적인 이유는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계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태란 것에 있다. 그래, 눈치만 늘었는데 눈치를 보지 말라면 그게 너무 가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 눈치가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또 한 번의 삽질을 보여준다는 것이 기특하다. 대선이 8개월여 남았다. 정치권이 나아지리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눈치작전은 점점 심해질 것이고, 책임 있는 정책은 실종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정치권의 표류는 앞으로 맞게 될 날들에 대비해서 어지럼증을 줄여주기 위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라도 앞으로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함께 쓸려가지 않으려면 말이다. 보수기독교계나 우리당이나 잘났다 정말! 한나라당은 말해 뭐하고! -김만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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