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보릿고개를 넘어 선진 경제를 이룩한 우리나라. 우리 경제는 아무런 기반도 어떠한 기술력도 없던 지난 1960년~1980년 시절 정부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전 국가적 경제 부흥운동을 펼쳐 선진한국을 일궈냈다. 이 시절 오직 유일한 목적은 경제발전과 보릿고개 탈출. 이 목표는 노동자 착취, 부의 양극화 등 부작용들도 가볍게 무시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강력한 합의를 이뤄냈다. 그리고 아버지 세대의 희생으로 일군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경제 2세대. 전 세대의 경제 목표가 무조건적 성장이라면 현 세대는 동반성장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는 힘 있는 자들 간의 담합, 일부 경영층의 직권남용, 중소기업을 죽이는 부당행위 등 경영자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류층과 서민층 간 상생을 방해하는 일들은 현행법으로 철저히 금지하는 룰을 지켜왔다. 우리나라 경제운용의 최대 문제는 건전성을 유지한 채 지속 성장하는 것. 즉 아직도 계속 성장·발전을 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사회 일각이 희생된다거나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일부 계층이 독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정부는 공정거래법,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법률 등 여러 법률을 통해 경제 질서를 확립해 왔다. 그리고 이 질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담합금지를 통한 건전한 시장경쟁체제 확립. 하지만 이미 시장의 패권을 잡고 있는 자들은 긴장할 만한 경쟁상대가 나타날 경우 담합을 통해 그들을 사전에 도태시키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에 대해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 위원회 등 관련 당국은 건전한 시장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이같은 담합 및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적발·단속하고 시장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이익 수호를 위해 필요할 경우 당국의 눈을 피해 이같은 불법·부당행위를 저지르는 숨바꼭질을 계속 해 오고 있다. ■ 2003년 이후 14개그룹 27개 기업서 35회 담합 적발 그러나 서울의 한 경제학자는 “사람의 사회던 동물의 생태계던 상대를 인정해 줄 만한 호적수와 함께 경쟁관계에 있을 때가 유아독존(唯我獨尊)일 때보다 더 강해지고 오래 살아남는다.”며 “이 같은 경쟁의 진리를 채득한 사람들이 바로 선진적 시장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벌 대기업들 중 일부는 아직도 혼자만 독식하는 후진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2003년 이후 4년 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공식 적발된 재벌 그룹의 담합행위를 분석해 본 결과 삼성·현대차·LG·SK·롯데·GS 등 총 14개 재벌그룹 27개 계열사에서 담합을 통한 부당 경쟁행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SK·LG텔레콤·GS칼텍스·CJ 등 4개 기업은 지난 4년간 최소 2회 이상의 담합행위가 적발된 바 있다. ■ 공정위, 불공정 담합행위 적발하고도 봐주기 남발 이들 14개 재벌그룹의 27개 계열사에서 적발된 불공정 담합행위는 총 35회에 이른다. 또 이들 담합행위는 서민들의 의식주 생활용품인 밀가루·주방세제·휘발류·타이어·아이스크림 등에 집중돼 있으며 생활용품의 직접적인 원료가 되는 나일론·가성소다·철근 등의 시장에서도 담합행위가 빈번히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이 중 LG그룹의 텔레콤·데이콤·생활건강과 롯데그룹의 삼강·제과·그리고 CJ그룹이 생활용품에 대한 담합행위를 많이 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철근가격 인상, 삼성과 LG화학 등은 합성수지 등에 대해 불공정 거래를 해 왔다. 재벌기업들의 이같은 행위로 인해 발생된 소비자 피해 총액은 대략 4조 7,476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시외·국제전화, 인터넷, 휴대폰 담합 행위로 발생된 피해액은 6,398억원, 석유·세제·밀가루 등 생활 소모품 담합으로 인한 피해액은 1조 1,190억원으로 두 경우로 인한 소비자 손해액은 총 1조 7,588억 8,000여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담합행위 적발 시 공정위가 최대한 거둬들인 과징금은 소비자 피해액의 10.5%에 해당되는 1,846억 9,000여만원. 또 합성수지·철근·굴삭기·가성소다 등 산업재료 담합행위 적발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2,432억 3,000만원으로 추정 소비자 피해 총액 2조 9,888만 3,000여억원의 8.1%에 해당된다. 이와관련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담합행위를 하다가 공정위에 공식 적발되면 이익의 10%만 벌금으로 내면 그 뿐”이라며 “그나마도 검찰고발을 통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곳은 2/3 수준일 뿐 1/3은 공정위의 봐주기로 인해 처벌조차 면제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처벌권은 “물방망이” 실제로 2003년 이후 공정위가 적발한 담합 35건 중 6건은 적발만 됐을 뿐 검찰고발조치 등을 통한 처벌을 면제받았다. 사유는 공소시효 만료 및 조사협조로 인한 면죄부. 이를 대기업집단별로 살펴보면 삼성은 검찰고발 1건에, 면제 2건, SK는 고발 2건, LG는 고발 3건, 면제 1건으로 나타났다. 또 롯데는 고발 2건에 면제 1건, GS·CJ는 고발1건에 면제1건, 한화·대림·동국제강은 각각 고발 1건의 담합이 포함돼 집계되었다. 또 검찰은 고발 조치된 15건의 담합사건도 국가경제 충격 우려 등을 이유로 약식기소처분을 내리는 것에 그쳤다. 이와관련 경실련은 “공정위가 담합 관련 고발권을 독점하면서 제재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를 자의적으로 운용해 왔을 뿐 아니라 검찰도 고발된 사건과 관련 제대로 된 수사 및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담합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아직도 상존해 있는 상태”라며 “이제는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피드백 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담합제거 최후의 수단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이에 따라 경실련 및 시민단체들은 담합등과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제도의 도입과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폐지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태. 이와관련 경실련은 “증권업계에 도입된 집단소송제도를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도 도입을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서 담합 행위가 적발될 경우 부당 이득의 10%만 벌금으로 내면 나머지 이익을 합법화 할 수 있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