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커버스토리)朴 경선룰 ‘중재안’ 이후… “이런식으로는 경선도 없다”

경선 불출마 시사, ‘압박용’ 분석에 분당 가능성도 제기

  •  

cnbnews 제17호 ⁄ 2007.07.03 09:26:14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 간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던 ‘경선룰’에 대한 강재섭 당 대표의 ‘중재안’ 이후, 한나라당이 분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동안 경선룰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9일 강재섭 당 대표가 내놓은 경선룰 중재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한나라당의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이도록 경선룰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명박 전 시장은 “불만스럽지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반면, 원래 당헌과 당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박근혜 전 대표는 “기본원칙과 당헌당규가 무너졌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은 현행 20만명으로 된 선거인단수를 23만여명으로 늘리고, 일반국민선거인단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동시 경선과 함께 투표소를 시·군·구 단위로 확대 실시하는 방식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한다. 또 국민투표율이 67%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67%로 간주해 여론조사 반영비율 산정에 적용하자는 내용도 포함된다. 강 대표의 중재안은 당초 원안인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의 비율 자체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강 대표가 추가적으로 내놓은 안인 전국동시투표는 전국순회 경선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 전 시장이 주장하던 내용이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일반 국민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다. 이명박 전 시장은 “민심의 비율이 많이 반영이 되지 않은데 대해 불만스럽기는 하지만, 국민의 뜻과 당원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이 안을 혼자 결심해서 받아들이기로 하겠다”며 수용의사를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캠프에서 ‘민심에 대한 비율,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당내의 분위기나 국민들 분위기 뿐 아니라 그동안 일관되게 당의 중재안에 대해서 존중한다는 이야기를 해 왔다”며 “수용하겠다”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그는 “이것을 계기로 해서 흐트러진 당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서 금년 12월19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화합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대표 께서도 대승적으로 이 문제를 봐서, 중재안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측은 강 대표의 중재안 발표 이후, 즉각 “불만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런 식으로는 경선도 없다”며 경선 불참 의사까지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중재안에 대해 “첫째는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둘째는 당헌당규가 무너졌으며, 셋째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무너졌다”며 “다 어그러졌다.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는 투표에서 지역·나이·능력 등에 관계없이 한 사람이 한 표라는 분과의 원칙이 있다”며 “어떤 사람은 한 번 (투표)하면 그걸 두 표로 인정하고 어떤 사람은 한 표로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의 “경선도 없다”는 발언에 대해 언론은 일제히 그의 탈당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분당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참을 시사하는 발언이냐”는 질문에 “아니오. 합의대로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답해, 현재로서 경선 불참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는 독자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또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향해 “차라리 1,000표를 줄 테니 원래 합의된 룰(8월-20만명)대로 하자”라고 말하는 등 경선룰 중재안에 대해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경선불참을 부정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선도 없다”는 발언에 대해 언론과 정치권의 해석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먼저, 당원·대의원들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중재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압박용 멘트가 아니냐는 분석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이렇게 된데는 이 전 시장의 경선룰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것을 시사함으로써, 이 전 시장에 대한 반대여론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특히, 중재안이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경우에는 박 전 대표가 실제로 경선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민주주의 원칙을 깨는 것이라고 규정한 룰을 적용한 경선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경선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박 전 대표가 경선 불참을 선언할 경우 박 전 대표는 탈당까지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나라당 경선 판도는 물론 전체 대선 구도를 뒤집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박 전 대표 캠프에서는 9일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에 대한 대책회의를 하면서 경선불참 카드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강재섭 “중재안 밀어 붙일 것” 朴측 재반발…한나라 분열위기 심화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최고조에 달한 10일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특히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박 전 대표측과 팽팽히 맞섰다.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아무리 폭풍우가 몰아치고 풍랑이 쳐도 선장은 배를 몰고 나가야 한다”며 “무조건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재안을 마련하면서 어느 쪽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생각한 적은 없다”며, 자신의 중재안을 박근혜 전 대표측이 ‘위헌’이라고 거부한 데 대해 “위헌 주장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서 당헌·당규 개정 권한을 가진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학원 의원이 “박근혜-이명박 양 대선주자가 합의하지 않은 경선룰 중재안은 전국위 상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려 하자, 강재섭 대표가 “이따가 하시라”며 제지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학원 전국위원회 의장은 “상임전국위, 전국위에서 표 대결 진행될 때 후보와 당의 분열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전국위 의장으로서 계속 추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룰은 바꿀 수 있으나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소집요구권은 최고회의·상임전국위에 있으나 소집권은 의장이 가지고 있다. 의장으로서 회의소집은 하겠으나 합의 없는 안을 상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국민여론반영비율을 67%로 인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법률적 문제가 있으며 인위적·작위적이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한다”며 안의 상정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전국위 의장이 먼저 안건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쯤하고 전국위원회로 가야 한다”고 맞섰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강 대표의 안은 최고위원들과도 합의한 바는 없지만 대표가 모든 것을 던진 안”이라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 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권영세 최고위원과 이강두 중앙위의장은 “빅2 사이에 거부명분이 없어질 때 까지 당 지도부가 설득을 시도해야 한다”며 봉합을 주장했다. 한영 최고위원도 “후보보다 당이 살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싸우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학원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후 국회 기자실에서 “15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는 예정대로 소집하겠지만, 이명박·박근혜 양 주자의 합의가 없다면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상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최고위원회의 의결 또는 당 소속의원 1/4 요구가 있을 경우 상임전국위 소집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결심이 없으면 안건 상정이 불가능하다. 김 의원은 강 대표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없다며 “이 상태로 전국위를 진행하면 당을 쪼개는 일밖에 없다, 합의되지 않은 안을 상정하지 않는 게 파국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 강재섭 “공은 전국위에”, 이명박 “나도 불만있지만 수용했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중재안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돼 상임전국위원회에 넘어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김학원 전국위원장이 전국위 상정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당이 깨질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일 것”이라며 “공은 이미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대표는 “이번 중재안이 전국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8월 경선도 물건너갈 수 있다”며 중재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룰이 마련돼서 20만명이 넘는 선거인단을 놓고 준비를 하려면 최소한 한 달 반 이상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대표는 주자 간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지난 3월 잠정 합의된 ‘8월 20만명’안이 아닌 현행 당헌에 규정된 ‘6월 4만명’안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물건너 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대표의 중재안 강행 방침 표명에 박 전 대표 측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면서 한나라당의 분열 위기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강 대표가 추진 중인 ‘중재안의 전국위원회 회부’를 실력저지하거나, 만약 가결될 경우 법적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자신도 이번 결정에 누구 못지않게 불만이 있지만, 대통령 후보는 누구보다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심 반영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따가운 눈총과 화합과 단합을 요구하는 당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한 심경을 밝혔다. ■ “끝내 분열 파국 맞을 것” vs “극적 타결 가능성 있다” 한나라당의 극한 내분에도 분당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을 탈당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분쟁 과정에 대한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을 떠나서는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그 이유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10일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 회부키로 결의함에 따라, 앞으로 전국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한나라당이 ‘봉합’과 ‘분당’이라는 기로에 서 있는상황이다. 당 지도부는 15일과 21일 각각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해 강재섭 중재안에 맞춰 당헌·당규를 개정할 계획이지만, 김학원 의원이 중재안 상정을 거부하면 경선 일정이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상임전국위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부의장과 시·도당 위원장, 중앙위 의장, 전국여성대회 선출 전국위원 5명 등 80여명으로 이뤄져있고, 전국위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소속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 및 시·도의회 의장,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상임고문, 사무총장, 전략기획본부장, 홍보기획본부장, 중앙위 의장 등 92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국위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된다. 그러나 당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측 모두 지지세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기 때문에 전국위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김정민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