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 직장은 생활의 터전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북한과 다르게 채택한 경제이념인 자본주의는 소속 국민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후 벌어들인 정당한 재화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소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일터가 없어져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소비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부터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 비해 최악의 악몽으로 변하게 되고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은 불안 속에서 추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 때문에 합법적으로 열심히 일해서 소유한 개인의 회사라도 직원을 함부로 자르거나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LS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근로자를 부당해고 한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된 회사는 LS산전. 당 사는 지난 2월 1일 전력기기사업부 산하 공구사업담당부서의 사무직 근무자 13명에 대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들 13명은 정식 해고통보 미수납, 노사협의회와의 약속 파기, 중소기업 ES산전으로의 입사 강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 중 A씨는 “특정 경영상의 목적 때문에 2002년 흑자전환 한 회사를 일부러 느슨하게 경영해서 적자를 유발시켜놓고 그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시켰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 B씨는 “IMF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후 다른 회사에 다니던 사람을 다시 스카웃 한지 몇 년이나 됐다고 또 강제 퇴사냐”며 “이번에는 아예 절차나 명분 등을 싹 무시한 채 1월 31일날 해고통보 후 퇴직금 강제수령 시키는 경우가 어디있느냐”고 분개하고 있다. ■ 공구사업팀 매각 후 부당해고 칼바람 이 사업부서에는 본래 사무직 33명, 생산직 70명 등 총 103명의 정규직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LS산전측이 작년 11월 10일 동 사업부서를 매각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 것. 이에 따라 에셀텍은 일단 자본금 21억원 규모의 공구회사 ES산전의 법인설립신고를 마치고 동 사업부서의 인수 후 ES산전에 그대로 이식했다. 이에 따라 에셀텍측은 LS측으로 부터 공구사업에 대한 생산설비 및 특허, 시스템 뿐 아니라 생산·사무직 종사자 대부분의 이전을 희망했고 LS산전도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라는 필요 아래 이들의 에셀텍 이직을 강하게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같은 LS산전의 방침은 근로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마침내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 사업부서의 모든 직원들이 원할 경우 구조조정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같은 합의는 노조원, 즉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만 해당된다”며 “사무직 종사자들은 별도 합의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했던 것. 그리고 회사의 노사협의회 합의사항인 타 사업부서로의 전환배치를 기다리고 있던 사무직의 13명에게 해고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 현재 LS산전의 노동조합은 생산직 근로자들만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철수 후 인력 불필요”…“스스로 자초한 것” 이같은 구조조정과 관련 LS산전측은 “공구사업부문이 1996년 이후 적자행진을 계속 해 오고 있어 더 이상 사업을 끌고가기 어렵다는 경영상 판단을 했고, 문제의 13명은 공구사업팀이 아니면 타 부서 어디에도 근무 능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안타깝지만 경영상 이유로 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LS산전의 이같은 답변에 대해 이들 해고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중 A씨는 “1996년 이후 적자행진을 계속 해 온 것도 사실상 회사 경영진의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B씨도“노사협의회 이후 다른 사업부서에서 우리 13명 각각에 대해 자기들 부서를 희망해 달라며 물밑 스카웃 경쟁이 벌어졌었지만 이를 막은 것은 회사 경영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중 손재완 씨는 연구소 전력반도체 개발팀에서, 이경훈 씨는 본사 해외영업팀에서, 오순택·김찬호 씨는 타 사업부 영업팀에서 적극적인 스카웃이 들어왔던 바 있었다. 또 한석현·김대진 씨도 RFID와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들은 노사협의회와 상관없이 LS산전의 어느 부서에 떨어뜨리더라도 꼭 필요한 인재들이었던 것. 그러나 이들의 물밑 스카웃 경쟁에 제동을 건 것은 공구사업 매각추진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공구사업팀의 타 부서 스카웃 경쟁, 회사서 막아 또한 “이들의 기술이 공구사업팀 이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입장과 달리 LS산전은 설계·품질관리·해외영업 등 각 부문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대대적으로 충원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관련 재계의 관계자들은 “솔직히 회사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근로자들에 대해 자기 살을 자르는 심정으로 갑작스럽게 해고하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최소한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일정한 룰은 지키기 마련”이라며 LS산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동문제를 담당해 온 한 노동계 및 법조계 담당자들도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근로기준법 상 규정된 해고회피노력을 했다는 인정을 받기 어렵고 노사협의회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겼기 때문에 법정으로 가면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 공구사업 적자경영 및 매각 자체가 의혹 또 여기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2006년 40여억원의 가치를 가지는 공구사업부문을 그 반값에 해당되는 23억원에 매각한 것. 실제로 동 사업부서는 지난 1996년부터 매년 -146억, -208억, -1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본 사의 이경행 부사장이 동 사업부문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경상이익 적자는 -13억원, -23억, -33억으로 적자폭을 줄이고 경영정상화에 힘썼다. 하지만 “올 해 적자를 개선하지 않으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다”는 회사 경영층의 최후통첩으로 동 사업부문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 하지만 공구사업팀은 2002년 상반기 경상이익 5억 흑자라는 실적을 통해 정상화의 가능성을 실증해 냈다. 그러나 당 해 최종 실적은 5억원 적자를 거뒀으며 이 후 -40억, -43억, -52억, -67억원의 적자행진을 벌이게 된 것. 이에대해 D씨는 “2002년 이후 시장점유율, 직원 사기 등 모든 면에서 적자의 망령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2002년 상반기 대표이사로부터 매각방침 철회 결정을 받은 시점 이후 사업부 운영이 조금씩 비생산 비효율적으로 몰아갔으며 회사 내부에서는 ‘공구사업팀의 분사 혹은 매각을 목적으로 윗선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있게 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공구사업팀은 작년 에셀텍에서 23억원에 매입해 ES산전이라는 단독 회사로 탈바꿈한 상태. 하지만 LS산전과 시장점유율 1위를 놓고 다투던 모 업체에서 동 사업부문의 인수를 위해 공장 증설 및 매입자금 확보 등 만반의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에서 준비한 매입자금은 총 42억원,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사업부문 인수가격 마지노선을 최대 42억원까지로 정한 후 LS측과 협상 채널을 찾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LS산전의 한 관계자가 “결론은 이미 정해진 사항”이라는 식으로 매수 경쟁에 뛰어들지 말 것을 은근히 종용했고 결국 에셀텍이 23억원에 인수 후 ES산전과 합병해 버렸다. 현재 ES산전은 공구사업팀의 모 과장이 생산공장 총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ES산전의 생산공장은 LS산전 공장 내 공구사업 팀 생산라인을 간판만 변경한 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