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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그건 니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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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호 ⁄ 2007.07.02 13:03:42

군대 제대한 사람 중에 “지금 다시 군대 갔다 오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사람 있을까. 난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천억을 줘도 안 간다. 이건 남자에게 “교도소 2년 갔다 올래”와 거의 차이가 없는 질문이다. 아마 병역필한 남자라면 나의 말에 거의 동감할 것이다. 지금도 가끔 피곤하면 군대에 다시 붙들려 가는 꿈을 꾼다. 영장을 제시하는 병무청 공무원 앞에서 이건 착오라며 다시 확인해달라며 울부짖다 깨곤 한다. 군대 가기 전엔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악몽이라고 꾼 거 같은데 군대 다녀온 후에는 군대 다시 가는 꿈이 지금까지 악몽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 내가 더 충격적인 경험을 하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군대는 악몽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어이없는 악몽의 상황에 우리가 잘 아는 한 남자가 직면해 있다. 바로 싸이다. 검찰에서 부실근무 판정을 받은 싸이에게 현역입대 판정이 확실시 되고, 싸이는 행정소송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아무리 복무를 부실하게 했기로 서니 다시 군대까지 가야 한다니, 만약 내가 저 처지라면 생각하니 악몽이 떠올라 온 몸에 오한이 드는 기분이다. 그래서 싸이의 부실근무 사건을 바라보면서 고소함 보다는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더 느끼게 된다. 우연히 어떤 공익근무요원에 관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꼴통으로 찍힌 공익요원이었는데 출근도 안하고 출근하면 근무처에서 사고만 일으켜 관리자가 그 공익요원 관리하느라 굉장히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공익요원에게 제발 출근만 잘하고 볼 일 미리 얘기해주면 최대한 신경써주겠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내가 방위 다닐 때도 방위병들에게 중대장이 재량을 발휘했던 기억이 있다. 공장에 다니는 사병들은 야간 근무로 돌리고 퇴근 시간도 조금 일찍 배려해 주었다. 이렇듯 똑같이 병역의 의무를 하지만 근무처의 상황과 관리자의 재량에 따라 근무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싸이가 근무한 병역특례의 경우는 이러한 근무처의 상황과 관리자의 재량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곳이다. 병역특례라 해서 특별히 관리자가 붙어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반 근무자와 똑같이 근무하고 퇴근한다. 그래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병역특례업체에 따라 병역특례 근무자의 근무환경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싸이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아무도 저를 제지하지 않았고, 아무도 제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주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이건 정당하고 고려되어야 하는 항변이다. 병역의 의무는 개인만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없는 문제다. 스스로를 2년 또는 3년간 군대와 같이 제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병역의무는 개인의 복무의지와 함께 국가의 관리도 있어야 올바르게 수행될 수 있는 것이다. 병역의무자 싸이에게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싸이의 병역의무에 대해 아무런 관리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다. 관행처럼 병역특례근무를 한 싸이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관행처럼 병역특례를 관리해온 국가가 져야 한다. 그들은 인생에 악몽과도 같은 기억을 남길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러 왔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들의 복무의지를 높이 떠받들고 2~3년간 건강하고 올바르게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3년간 구속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 근무환경은 개인이 만드는 게 아니라 국가와 조직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조직(병무청)이 그런 여건을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나중에 부실근무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한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개인이 감당 못할 복무의 의무를 규정하고 그 복무의 관리도 개인에게 맡겨놓고는 이제 와서 부실근무의 모든 책임을 묻겠다니. 당신이라면 이런 조직이 내리는 판정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부실 근무 이전에 부실 관리가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병역은 그 강제성과 어려움 때문에 개인의 근무 의지보다 조직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병역근무의지를 보이고 그 기간을 이수한 개인은 자신의 병역의 의무의 90%는 이행한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이후 그 모든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관리하지 못한 10%를 부풀려 자신들의 책임까지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가가 싸이를 다시 한 번 군에 부른다면 그건 법이 아니라 폭력이다. 그런데 그렇게 될 거 같다. 참 웃기지도 않는 나라다. -김욱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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