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도로의 연장거리는 총 10만 2,061km로서 1991년의 5만 8,088km에 비해 75.7% 증가한데 비하여, 자동차 대수는 1991년 424만 7,816대에서 1,589만 5,234대로 374%가 증가하였다. 따라서, 도로 및 교통시설의 환경이 자동차의 증가에 비례하여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 대부분이 일정 시점까지 교통사고 발생률과 사상자수가 최대에 이르면 그 이후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종합적 안전 시스템이 정비되는 기간인 자동차 대중화시대에 도달하기 전까지 자동차 증가에 비례하여 교통사고가 계속 증가하다가, 정부의 교통안전체계가 정비되고 운전자들이 자동차 문명을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감소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상자수가 최대치에 도달한 시기는 영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20년 뒤진 1991년이었다. 즉, 1970년 3,069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후 계속 증가하다가, 1991년 1만 3,429명을 정점으로 계속하여 감소하고 있다. 2006년에는 21만 3,74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6,327명이 사망하였고, 34만229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언뜻 보기엔 우리나라의 교통안전수준이 많이 제고된 것처럼 판단되지만, 2006년도 기준으로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수(사망자수/자동차대수)는 3.25명이며, OECD 가입국가 29개국 중 안전수준이 26위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수 3.25명은 OECD 29개국의 평균 1.61명보다 2배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에 따라 속도·효율 및 경쟁이 사회·경제체제의 바탕을 이루면서 ‘위험사회’가 심화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교통시설과 수단을 이용하는 빈도와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교통시설·수단·산업 및 관리운영 등 교통체계 구성요인들의 복합적인 안전결함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교통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즉, 교통시설 측면에서 설계·공사·운영단계별 구조적 안전성 확보가 미흡하고, 교통수단 측면에서 고속화·대중화에 비해 안전도가 부족하며, 교통산업 측면에서 수익성 위주로 경영하여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교통관리운영 측면에서는 자동차와 속도 위주의 운영 및 첨단 과학기술 활용이 부족하며, 제도적 측면에서 소통능력 확보와 도로 위주로 정책을 수행하고, 안전관리 추진체계(법령 및 조직)가 미흡한 점 등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교통사고는 정부와 국민 모두 교통안전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결의지가 부족할 때 발생하게 된다. 소통보다 질서와 법규의 준수, 안전운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만한 가치관의 전환이 부족하고, 법규위반행위가 범죄가 아닌 운전 중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당연히 법규를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교통사고를 발생케 하는 요인이 된다. 이용자 측면에서 볼 때, 선진화된 교통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을 때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뒤늦게 거치면서 선진국에 비해 자동차 문화를 학습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함에 따라 선진국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발전된 안전배려 문화와 인명존중 사상이 미흡하다. 그러한 문화와 사상이 교통사고를 발생케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 ■ 잘못된 교통사고 원인 조사·분석 경찰청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원인 99.99%가 운전자 과실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즉, 2006년 사고발생 21만 3,745건 중 운전자 과실이 21만 3,723건, 정비 불량 12건, 보행자 과실 10건으로 나타났다. 도로시설의 결함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장마철 도로에 깊은 웅덩이가 파여 사고가 났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으로 처리하게 된다. 경찰청의 교통사고 조사결과만으로 볼 때 우리나라 운전자는 아직까지 완벽한 도로상에서 운전해 온 셈이 된다. 그러나 실제 교통사고는 경찰청이 조사·분석한 결과와 달리 인적요인, 시설환경요인, 차량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그런데도 교통사고 원인을 사고 1건당 1원인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모든 사고가 ‘운전자 과실’로 모아지고, 도로시설 결함이나 다른 원인을 나타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제 교통사고 발생원인과 다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독일은 교통사고 원인을 최대 3개까지 기록할 수 있어 운전자 과실뿐만 아니라 도로조건이나 기상조건도 사고원인으로 표기할 수 있다. 영국은 도로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복합적 기여도(영향)를 인적요인이 차지하는 비중 95%, 시설환경요인 28%, 차량요인 8%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교통안전법 개정과 교통안전 정책방향 현실적으로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는 계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수준향상을 위해서는 일정한 법적 강제력이 수반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므로 교통안전의 규범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규범체계인 법률규정으로서 우선 교통안전에 관한 기본법인 교통안전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2008년 1월 공포·시행하게 되었다. 선진국의 사례와 경험으로 볼 때 교통안전문제는 국가와 지자체 등 책임있는 주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효과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개정 교통안전법에는 교통행정기관의 교통안전에 대한 제반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주체로서 특별히 부여된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통안전관리가 한층 강화되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관리책임을 실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갖췄으며, 구 법령의 선언적·추상적 규정 위주에서 총괄조정 및 점검·평가 기능을 현실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집행규정을 신설하였다. 특히 국가와 지방지차단체의 교통안전을 총괄 책임질 수 있는 교통안전계획, 교통안전진단 및 점검, 교통사고 원인조사 등 선진 교통안전 추진체계가 신설되거나 보완되었다. 경찰청의 교통사고 원인분석이 교통안전대책과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점은 교통행정기관이 직접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구간에 대해 교통사고 원인을 조사하여 도로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소관 교통체계에 대해서는 건설교통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책임하에 개선하도록 하였다. 또한, 보험사고를 통합하여 실제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정보를 기초로 교통사고 발생요인별로 분류한 교통안전정보 관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손해보험회사와 공제조합이 사고처리하는 교통사고 통계는 연간 약 80만건으로, 경찰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교통사고 통계보다 4배 정도 많은 실정이다. 교통안전정보 관리체계가 원활하게 작동이 될 경우, 지금까지 교통사고 발생원인과 교통안전 투자간 발생하는 괴리가 없어지고 개별 사고별로 개선책의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법 정비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러한 제도가 정착이 될 수 있도록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이해 관계자들이 입법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 강동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원 연구위원·법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