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도시연구소가 2005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5.28명으로 OECD 가입 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본은 1.9명, 독일은 0.83명이었으며, OECD 평균도 우리나라의 3분의1 수준인 1.58명에 불과했다. 교통사고 원인은 운전자 과실, 보행자 과실 등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세살 적 버릇 여든 간다’고 이 과실은 모두 어려서부터의 교통안전 교육 부재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국가가 해야 할 교통안전 교육, 시민단체 등이 간신히 운영 안전생활실천시민연대(이하 안실련)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선진국들보다 2~5배 높은 가장 큰 원인은 높은 ‘보행 중 사망률’ 때문이라며, 이를 획기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무단횡단, 도로에 갑자기 뛰어들기 등 교통사고의 무서움을 모른다. 이를 알리는 몫은 어른에게 있으나, 가르쳐야 할 어른 또한 교통안전 교육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자녀 혹은 아이들에게 가르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선진국의 교통안전 교육이 대부분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반면, 우리는 시민단체 등이 간신히 운영하고 있는 실정에서 교통안전 교육의 부재를 확인하게 된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매년 유치원 30시간, 초등학교 21~23시간의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토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자율’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학교에서는 특기적성시간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시간에는 성교육, 컴퓨터 교육, 한자 교육 등의 특별교육이 많아 담당교사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전문지식 습득시간 부족, 사고·사례 중심의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 부재 등으로 인해 교통안전 교육이 실제 사고·사례 중심의 체험교육이 아닌 ‘교통법규 지켜라’, ‘차조심해라’ 하는 식의 ‘주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일인데, 정작 부모는 어린이 안전사고의 심각성과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안전교육 방법을 모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지역별로 어머니 안전 지도자를 양성하여 초등학교·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횡단보도 건너기, 신호 지키기 등의 초보적인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은 아동복지법으로 의무화되어 있고 필요성을 절감하는 어린이집·유치원 등이 많아 이들은 외부강사 초빙, 교통공원 이용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매년 몇회씩 받고 있다. 전국에 30군데에 달하는 교통공원 중 서울 노원구·서초구에 위치한 교통공원은 한 달 전에 예약을 해 두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또한, 안실련이 주관하는 ‘주말 어린이 안전 캠프’에서는 부모와 함께 배우는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1년에 20~30차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시민단체의 한계상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 선진국 교통안전 교육은 실습 위주 유니세프는 각국에 자국의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4E정책’을 펼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이 중 ‘교육(Education)’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사고·사례 중심의 실습교육을 실시하여 각종 안전사고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생능력을 길러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교통안전 교육 선진국인 스웨덴은 어린이 보행 중 사망률이 10~20%로 낮아 70%인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1969년에 설립된 국립도로안전협회(NTF) 내에 3~6세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교통 클럽(Safe Kids Club)’이라는 조직이 설립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생활주변의 교통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움을 주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클럽의 회원은 스웨덴 전체인구의 4분의 1인 200만명 가량 되며, 어른과 어린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론과 실험을 겸한 교통안전 교재를 제공하고 있다. 교재에 실려 있는 교통안전 지식은 이야기 형태로 되어 있으며, 어린이와 어른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교통안전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스웨덴의 모든 어린이들은 연령대별로 만 3세와 5세가 되는 날 클럽 가입권유를 받게 된다. 영국은 어린이 교통사고의 약 50%를 차지하는 취학 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1961년 12월에 ‘왕실사고방지협회’ 산하 터프티 클럽(Tuft club)을 결성했다. 이 클럽은 3세부터 7세까지의 미취학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머니와 함께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한다. 현재는 각 지역의 교회·유치원·유아원 등과 연계하여 2만여 개의 전국 조직망을 갖고 미취학 어린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 터프티 클럽의 교육은 단지 안전의식을 익히도록 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습관화 및 행동화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이론교육을 한 뒤에는 반드시 도로에 나가 훈련을 하는데, 이때의 교육이 도로를 안전하게 건너는 훈련인 ‘커브 드릴’이다. 이 훈련을 통해 도로를 건널 때 ‘우선 멈춘다. 오른쪽을 본 후 왼쪽을 보고, 다시 한 번 오른쪽을 보고, 자동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음 건넌다’ 등을 가르친다. (영국은 차가 보행자 기준이기 때문에 오른쪽에서 온다.) 이 밖에, 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특성에 맞게 실천적인 교육 위주로 실시하고 있다. ■ ‘교통사고 천국’ 오명 벗으려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교통안전 교육은 운전자 교육, 특별 교통안전 교육, 교통안전 사회교육으로 나뉘어진다. 운전자 교육은 교통법규 교육, 교통소양 교육, 교통참여 교육으로 각각 시행된다. 특별 교통안전 교육은 교통법규위반자반, 음주운전자반, 교통사고자반 등 운전정지 처분자와 운전취소 처분자를 위한 교육이다. 교통안전 사회교육에는 청소년 교통안전 교육, 교통안전 담당교사 교육, 어머니 명예교사 운영 등이 있으며, 관련단체 등의 요청에 의해 운전자 및 보행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교육은 연령·특성별로 각기 교육목적과 내용, 교재 등이 다르다. 특히 운전자 교육의 경우, 전국운송사업 조합연합회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 등에서 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외부강사를 초빙해 자율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의 교육팀 한재경 교수는 “운전자 대상 교육은 운전자별·지역별·업종별로 다르고, 법적인 제재는 없다”며, 다만 “영업용 운전업무에 관해서 신규사원 채용시 신규교육(20~30시간)에 교통안전 교육이 포함되어 있고, 기존 운전자를 상대로 하는 보수교육(매년 1번씩) 과정에도 4~8시간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교통안전 담당자 교육’과 사업체 대표자를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 교육’ 등도 1년에 한 번씩 시행하고 있다. 선진국의 아이들은 취학 전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안전교육을 받는다. 안실련에 따르면, 머리가 깨이는 최초의 시기는 3~4세로, 이 시기가 어린이들에게 안전의식을 심어주는데 가장 중요한 때다. 이때의 교육이 어른이 되어서도 습관화되어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어린이 안전교육의 법적 의무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또한 안전담당 교사 교육이수시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안전 담당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연수를 강화하여 안전교육 성과를 높이고, 안전 시범학교·모범학교 운영을 내실화해 안전학교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이론위주 교육을 현장 중심의 교통안전 실습교육으로 정착시키고, 학부모에 대한 안전교육 및 홍보를 실시해 어린이가 부모로부터 받는 영향과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구)청에 안전 전담직원을 배치하여 체계적으로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우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