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21일 아침 7시 40분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중간 다섯째와 여섯째 교각 사이의 상판 48m가 붕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붕괴사건으로 출근 및 등교길의 승객 32명이 죽고 17명이 부상당했다. YS 정부는 ‘건설감독을 소홀히 한 박정희 정부와 시공을 맡은 동아건설의 책임’이라고 변명했다. 야당과 국민은 언제까지 독재정권 탓으로 돌릴 것이냐, 현재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추궁했다. 검찰 조사 결과, 서울시는 안전점검과 관리를 소홀했고, 동아건설은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철제구조물)의 연결 이음새 용접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원가절감을 위하여 부실한 자재 사용 및 부식된 철제 구조물에 대한 근본적인 보수 없이 녹슨 부분을 페인트로 칠한 방법이 원인이었다고 발표했다. 성수대교 붕괴 사건의 교훈을 볼 때, 숭례문 화재도 전체적인 문화재 관리를 맡고 있는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안전점검 소홀이 원인의 1차 책임이라고 본다. 과거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숭례문 개방의 장본인 이명박 대통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도로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과거의 숭례문은 흉물처럼 보일 정도로 처연했다. 잘 만들어진 주변의 경관과 개방은 숭례문을 국민의 곁에 다가오게 했다.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숭례문의 개방 취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교통량까지 조사하며 개방을 해도 교통 흐름에 방해가 안 된다고 경찰청을 설득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한다. 일 잘하는 이명박 대통령도 나무에서 떨어졌다. 자서전에 보면 숭례문의 안전점검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은 없다. 심사숙고, 꼼꼼함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사고 후 이 대통령의 행동은 지도자로서 품격에 손상을 주었다. 국민의 가슴이 까맣게 타고 있는데 숭례문 복원을 위한 국민성금 모금을 제안했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금전만능주의의 발상이다. 복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일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성수대교 붕괴 후 동아건설은 복구공사비 전액을 부담했다. 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책임질일이 아니지만 원인 제공자로서 국민에게 자복하는 의미였다. 성수대교 붕괴사건보다 몇십 배 몇백 배 상처를 준 숭례문 방화 사건은 돈으로도 치유가 안 되는, 잃어버린 역사가 되었다. 이명박 당선인은 동아건설이 되어야 한다. 복원비가 200억원이라면 사회에 기부하기로 된 이명박 당선인의 재산으로 사용한다면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선인이 책임을 갖고 먼저 솔선수범을 한다면 성금모금 논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책임을 지는 자세 그것은 100년, 10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잘하면 내 탓, 잘못하면 조상 탓’ 하지 말고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한다면 조금이라도 국민의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푸른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