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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賞’ 전야제 레드 카펫 밟은‘이소원 - 블레스원’

“‘한국의 색깔’ 담은 음악 대중화 선두주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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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호 이우인⁄ 2008.03.17 16:54:48

지난 2월 10일 열린 미국 그래미 상 전야제 행사(이하 그래미)에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참가해 화제가 된 신인 그룹이 있다. ‘미국 그래미 상’은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상으로, 1957년 제정돼 1959년 제1회 시상식을 한 이래 매년 봄에 열리며, 영화의 ‘아카데미 상’에 비견된다. 이렇듯 세계 최고 권위의 음반 시상식에 한국의 신인 가수가 레드 카펫을 밟았다는 사실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그래미 무대에서 미국 현지 음악 관계자들에게 ‘보름달’ ‘클로즈 유어 아이즈’ 두 곡을 선보여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이 두 곡을 온라인상에 공개해 입소문을 타면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또한, ‘이소원-블레스원’은 싱글 발매를 시작으로 지상파 및 케이블 음악방송과 오프라인 공연 등의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곧 ‘보름달’의 영어 버전 노래를 들고 ‘빌보드 차트’ 정상을 향해 미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깊은 밤, 젊음과 열정이 살아 숨 쉬는 건국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신인 가수 ‘이소원-블레스원’의 세 사람(최필강(PK)·이소원·빅톤)과 만나 레드 카펫을 밟게 된 재미난 에피소드와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소원-블레스원’을 모르는 국내 팬들을 위해 각자 자기소개와 팀 소개를 한다면. 나와 빅톤이 ‘블레스원’이고, 우리 두 사람은 작곡가·프로듀서로 5년 전에 데뷔해 다른 가수들의 앨범 작업 활동을 해오다 블레스원이라는 정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소원 씨를 만나게 됐고, ‘이소원-블레스원’이라는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됐다. 나는 작곡과 프로듀서를 맡고 있고, 빅톤은 보컬과 랩과 작사를, 이소원 씨는 보컬과 작사를 맡고 있다(필강). 프로젝트 앨범이라면, 이소원 씨는 이번 앨범에만 참여하는 건가? ‘이소원-블레스원’은 한 팀이다. 나는 나대로 활동을 하고, 블레스원은 그들대로 다른 음악활동을 하는 것일 뿐, 이번 앨범만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소원). 각자 음악 공부는 어떻게 시작했고, 해왔는지 궁금하다. 나는 미국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5년 전에 한국에 와서 정식 프로 작곡가로 데뷔했다(필강). 나는 따로 음악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했고, 17살 때부터는 랩 가사를 혼자 쓰기도 하면서 음악 공부를 했다. 미국에는 랩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려서 활동하는 일이 많았다(빅톤). 나는 음악을 만드는 공부를 한 적은 없다.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해서 연기를 위한 노래를 배운 적은 있다(소원). ‘블레스원’과 ‘이소원-블레스원’이라는 팀을 결성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블레스원에 대해 설명하자면, 나와 빅톤은 10년 전 미국에서 만나, 나는 작곡 공부를 하고, 빅톤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랩을 시작했다. 그러다 둘이서 데모 테이프도 만들었다. 그리고 5년 전, 빅톤과 나는 서로 마인드와 음악 색깔이 맞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 당시 앨범을 내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어쨌든, 다른 가수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한국적인 음악도 많이 배우게 됐다. 하지만, 작곡가나 작사가는 이름밖에 남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블레스원은 ‘작곡가·프로듀서 팀 가수’도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결성했다. 또, ‘이소원-블레스원’의 팀 결성에 대해 말하자면, 이소원 씨는 연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크리스피로즈’라는 앨범도 내면서 음악활동을 병행했는데, 5년 동안 우리도 음악 생활을 하면서 소원 씨와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소원 씨가 곡 의뢰를 해 왔고, 처음에는 곡만 주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소원 씨와 우리가 음악 색깔이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이번에 이소원 씨와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와 흔쾌히 받아들였다(필강). 데뷔 전 작곡가 ㆍ프로듀서로서 이력이 화려한 것 같은데…. 가장 유명한 곡이 MC몽의 2집 ‘천하무적’이다. 또, DJ·DOC 6집 앨범 ‘아이워니’를 작곡했고, 브라운 아이드 걸즈 앨범에도 4곡 정도 참여했다. 이 밖에 이정현, 탁재훈, 빅뱅 등의 음반에도 참여했다(필강). 이소원 씨는 북미 3대 영화 학교인 ‘캐나다 밴쿠버 필름 스쿨’의 졸업생이라 들었다. 또, 현재 동국대에서도 연극을 공부하고 있는 걸로 안다. 연기자가 꿈인가? 어릴 때부터 꿈이 많았고, 계속 바뀌고 있다. 지금도 꿈은 자주 꾼다. 고등학생 때는 무용을 할까도 생각했었고, 캐나다에 가기 전에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면서 가수의 꿈도 키웠다. 또, 유치원에서 잠깐 영어 강사로 일했는데, 선생님도 해 보고 싶었다. 무슨 일이든 자신감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10개 뿐인 밑천의 나머지 90을 자신감으로 채우는 것이, 밑천은 90개에 자신감이 10개 밖에 없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남들에게는 기고만장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소원). ‘이소원-블레스원’에 대한 자신감은 어떠한가? 굉장히 많다. 사실, 나를 믿는 것은 아니다(웃음·소원). 소원 씨의 노래를 들어 보면 안다. ‘보름달’은 소원 씨의 색이 짙다. 소원 씨의 한국적인 목소리 라인에 깜짝 놀랐다. 판소리도 배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한국적인 소리가 나오는 걸까 신기했다(필강). 나는 이것도 우연이라 생각한다. 나도 내가 어떻게 불렀을까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기도 노래도 반드시 학습의 결과만은 아니라고 본다. 배워서도 못할 수 있고, 안 배워도 더 잘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집중력과 에너지를 발산했다고 생각한다(소원). 2월 12일 그래미 상 전야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는데, 국내의 신인 가수로는 이례적인 일 아닌가?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이번 프로젝트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래미 측 관계자가 ‘보름달’을 듣고 초대장을 보내줘서 가게 되었다. ‘보름달’이라는 곡이 한국적인 요소가 있어 그들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필강). 미국 쇼케이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원래는 공연이 한 번이라고 알고 갔다. 첫 쇼케이스 장소인 더 바이퍼 룸에 약 300명이 왔는데, 거의 그래미 상과 관련이 있는 뮤지션을 비롯해 음악 관계 회사 간부와 가수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첫 공연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었다. 2~3일 후에 또 공연하러 올 수 없겠느냐고 요청해 와서, ‘SIR’이라는 곳에서 현지 다른 가수들과 참여해 공연했다. (더 바이퍼 룸은 어떤 곳인가?) 전통이 70년 정도 되는 역사 깊은 클럽이다. 1994년에는 영화배우 조니뎁이 사장이었다. LA 할리우드 스타들도 주로 이곳에서 놀고 공연도 하는데, 알리시아 키스나 롤링 스톤즈도 이곳에서 공연했다고 한다. (SIR이라는 곳도 ‘더 바이퍼 룸’처럼 유명한가?) SIR은 공연을 위주로 하는 곳으로, 음악 관계자와 관련된 행사를 하는 BAR 형식의 스튜디오다(소원). ‘보름달’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어떤 곡인가? ‘보름달’의 장르는 우리가 지은 건데, ‘크로스 오버 힙합’이다. 이렇게 지은 이유는 힙합적 리듬이 기본인 힙합 곡과 해금 · 대금 등 한국적인 국악기가 크로스 오버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악이 고리타분한 음악은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대중화시키기 위해 힙합과 접목시켰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보름달’과 정반대되는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하우스’ 풍의 약간 ‘시부야케(일본 풍)’ 느낌이 나는 음악이다(필강).

‘이소원-블레스원’이 추구하는 음악이 궁금하다. 앞으로도 ‘보름달’처럼 동양적인 음악을 만들 생각인가? 사실, 그 전부터 이런 음악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전통악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보름달’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은 건 사실이다. ‘보름달’로 국악을 섞어서 작업하는 일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고,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앞으로도 이런 류의 음악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만 추구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런 음악을 대중화시키는 선두주자가 되고픈 마음이 있을 뿐이다(필강·소원). 이미 미국 무대에서 관심을 끌었다. 영어 버전 앨범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보아’처럼 해외 시장에서 성공한 후 국내 시장을 공략할 생각인가? 아니다. 외국에서 먼저 알리고 돌아왔으나, 우리는 한국 가수다. 한국에서 인정받아야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어느 정도 호응은 있었지만, 앨범도 아직 안 나왔고 한국에서 호응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소원). 우연히 ‘보름달’이 외국에서 반응이 좋아, 나중에 회사 측과 외국 시장을 뚫어 보자고 이야기가 나온 것 뿐이다. 이 곡으로 레드 카펫도 밟을 수 있었고,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그들의 관심이 한시적인 게 아님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사용한 앨범으로 도전해 보자”는 사명감도 생겼다(필강). 2008년 계획을 들려달라. 특별히 ‘올해의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지는 않는 편이다. 해마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해 좌절하고 그러는 것이 싫었다. 노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의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이제부터 더 바빠지고 많이 경험하여 연기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 음악도 더 많이 노력하고 연구할 생각이다(소원). ‘이소원-블레스원’ 프로젝트 앨범으로 더 많이 활동하고 싶다. ‘보름달’이라는 곡도 빌보드 차트에 반드시 올릴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일본이나 중국은 외국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색으로 비쳐지는데, 한국은 뚜렷한 색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영화와 음악도 너무 외국 것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그래서 우리는 ‘보름달’을 통해 “한국의 색은 이런 것이다”하는 이미지를 그들에게 확실히 심어주고 싶다(필강). 프로젝트 앨범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 “한국에 이런 것이 있다. 이렇게 색다르고 좋은 음악이 있다”고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 또, 이소원 씨는 이소원 씨대로 계속 연기도 하고, 블레스원도 우리만의 색을 만들어서 앨범도 내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보고 싶다(빅톤). 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타이틀 ‘보름달’은 어쩌면 지금 트렌드에는 조금 벗어나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귀뿐만이 아닌, 귀와 마음을 열고 들으면, 곧 저절로 흡수될 것이다. 계속 새롭고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빅톤). 일단 한국에서 인정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신인 가수로서 그래미를 다녀왔기 때문에, 어쩌면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 전에 “왜 갔다 왔나, 뭐가 달랐을까”에 초점을 맞춰 ‘수박 겉 핥기’가 아닌 좀 더 깊게 봐 줬으면 좋겠다. 그 후에 좋고 좋지 않음을 솔직하게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소원). 우리나라 전통음악에도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국 영화는 많이 발전했지만, 음악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전통음악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보름달’을 들으면서 전통음악이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많이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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