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부터 폴리페서(polifessor)의 활동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폴리페서(polifessor)란 정치를 뜻하는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 fessor’의 합성어로 직접 현실정치에 참여하면서 학문적 연구와 비전을 정책에 접목시키거나,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부의 고위직을 얻은 교수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이번 정권부터 교수출신 관료가 많아졌음은 과거 정권과 비교해 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감사원장 등을 포함한 장·차관급 인사의 학력을 보면, 전체 65명 중 21명이 박사학위 취득자로 거의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대학교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한승수 국무총리(요크대)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위스콘신 메디슨대), 백용호 공정위원장(뉴욕주립대), 전광우 금융위원장(인디애나대) 등은 모두 박사 출신으로 대학에서 교수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명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교수 포진 세를 볼 때, 이명박 정부의 내각에 대하여 ‘교수내각’이라는 지적이 불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는 16대 참여정부의 초기내각이 장관급 인사 22명 중 10명을 관료출신으로 채워 관료내각이라 불린 것과, 김대중 정부가 장관급 20명 중 14명에 정치인을 포진해 ‘정치인 내각’이라고 일컬어진 것에 비추어 캐릭터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4·9 총선 출마자 중에도 현직 교수 출신이 대거 약진세를 보이고 있어, 막강해진 폴리페서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학계에 대한 배려를 감지한 여러 교수들이 공천신청을 해 한나라당에서는 전체 공개 공천 신청자 1160여 명 중 113명이 교수일 정도로 교수 비중이 높았다. 이는 기업인과 법조인 다음으로 많은 인원수를 차지한다. 통합민주당에도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서울 서대문을)을 비롯해, 서갑성 조선대 교수(광주남), 임현모 광주교대 교수(광주 북갑), 양성호 건국대 교수(성남 수정), 이상휘 전북대 교수(전주 덕진), 김병석 전 전북기능대학장(전주 완산갑) 등이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러한 폴리페서들의 강세는 5년 후 정부가 바뀌거나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서 교수직 복직 논란을 야기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들은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 복직을 전제로 대학 측에 휴직계를 제출해 학교의 양해를 구한 후 일정 기간 동안 정치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교육공무원법에서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교원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국회법 제 29조 3항에 의해 임기 중 교원의 직이 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 재직 중인 교육공무원이 교육공무원 이외의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당사자의 희망에 따라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폴리페서들은 임기가 끝나도 교수 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복직 실패의 원조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대거 참여한 폴리페서들이 시행할 정책들이 다음 정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경우 교수 복직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의 폴리페서로서 이명박 정부와 여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고 교수 재임용에 실패한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이 효시가 됐기 때문이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명지대 미디어학과 교수 출신으로 교육공무원법에 의해 그간 교수들이 정부사업에 참여했다가 임기 만료와 함께 복직했던 전례에 따라 자동 복직이 가능했었다. 또한, 본인도 복직되어 5년 만에 다시 강단에 서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김창호 전 처장이 선두에서 추진한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기자실 대못질’로 불리는 등 언론과 정치권의 지탄을 받으면서 그는 실패한 언론정책을 추진한 국정 파탄자 중 한 명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따라서, 퇴임 후의 그의 명지대 교수 복직을 명지대 교수협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명지대 교수협의회는 “왜곡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 김 처장이 디지털 미디어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부적절하다”면서 김 전 처장의 복직을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김 전 처장은 여론과 교수들의 반대에 밀려 “대학에 사표를 내겠다”며 복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창호 당시 처장은 학교 당국에 사표를 내기 전에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나, 학과 교수들은 물론 동료 교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할 것”이라고 동료 교수와 지인들에게 소회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공직에 참여했다 교수직 복직에 실패한 김창호 전 명지대 교수의 사례와 관련, 폴리페서의 자동 복직을 보장하는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나 4.9 총선 이전에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외 12명이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이 법률 개정안은 대학에 재직 중인 교육공무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거나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될 경우 교원직 사직을 원칙으로 두게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개정 법률안이 이전에도 계속 제출되고 있었음을 볼 때, 이 법률안은 차기 국회에서도 교육위원회의 도마에 자주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재철 의원은 교육공무원법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정치에 나가 총선에 출마했다 떨어지면 아무 일 없었던 듯 자동 복귀해 강의를 하고, 당선되면 자동으로 휴직 처리돼 국회의원 겸 교수라는 직함이 주어진다”며 교육공무원법의 불합리함을 주장한 바 있다. ■ 폴리페서 자동복직, 불합리한 측면도 실상, 폴리페서들의 공직 임기 만료 후 교수직 자동 복직은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느라 자리를 비운 교수나 전임강사가 있을 경우, 학생들의 교육권은 상당 부분 침해를 받게 된다. 학교 측에서 휴직으로 돌려진 교수의 공석에 다른 전임교수를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현재 야당 소속 모 재선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16대부터 현재까지 9년째 대학교수직에서 장기휴직 상태이다. 그가 만약 18대 국회에 진입하면 최소 12년간 장기적으로 자동휴직이 보장된다. 다른 당의 한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본인이 신종 학과를 개설하여 그 학과의 전임교수가 그 한 명뿐인데도, 자동 휴직되어 4년의 휴직기간 동안 모든 수업이 전임교수 없이 시간강사에 의해 진행되었다. 그 동안 학생들은 전임교수의 질 높고 안정적인 교육을 제공받을 수가 없다. 가뜩이나 교수 채용을 위해 실력 있는 박사들이 대학의 학과마다 줄을 서고 있는 현실에서,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휴직교수 때문에 교수를 새로 임용하지 못하는 제도는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공직 참여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식 공격에도 문제는 있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의 교수직 사퇴는 교수의 자동 휴직 및 자동 재임용에 대한 문제점을 수면 위로 떠올린 사건이다. 이번 김창호 전 처장의 케이스를 거울 삼아 향후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쏟아질 교수들의 자동복직 논란을 해소할 만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